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 - 김병종 그림 산문집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
김병종 그림 산문집
김병종 (지은이) 너와숲 2022-11-23

80년에 대학을 다니셨다고 나옵니다. 그럼 40년이 더 지났으니 60대이신가 하며 읽는데 너무너무 옛날분입니다. 이미 손주도 있고, 대학시절 안기부, 삼청교육대도 나온다. 또 본문에 15세에 전시회를 하고 50년이 넘었다고 하니 65세입니다. 만주를 휩쓸고 다니는 남규삼춘이 나오는데 그럼 일제시대를 경험한 90대이신가? 그러다가 22년에 55년만에 전화연락이 되었는데 그때 열다섯이라고 하니 70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보다 저자의 나이가 궁금해서 계속 연도만 찾아봤습니다. 네이버 인물정보에 태어난 해의 기록이 없어 얼추 짐작한 추정나이입니다.

저자 김병종 선생은 원고를 육필로 쓰시나봅니다. 표지에 친필 원고가 보입니다. 여지껏 30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책도 그만큼 썼다고 합니다. 남원에 시립김병종미술관도 있습니다. 다 이루셨네요.

그림과 글이 같이 있는 가벼운 에세이를 생각했는데 뭔가 치열한 인생의 쓴맛을 느끼게 하는 묵직한 우리옛수필같습니다.
이런 느낌을 어딘선가 경험했는데? 계속 읽어나가다가 생각났습니다. 소설가 최인호 선생의 가족이었습니다. 슬픈 사연도 들어있고, 가난한 시절도 보이고, 안타까운 마음에 아련한 추억도 있는 오만 가지 감정에 펼쳐지다가 한스푼 자기자랑도 곁들어지면서 현실로 돌아와 선명해지는 느낌입니다.

기억 속의 그림이란 대충 이렇다. 고색창연한 역사 마당을 가로지르면 복지다방이 있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거기서부터 일본인 시야 씨의 대저택 석조 담이 시작되는데, 어린 시절 그 집 대문은 경복궁 문만큼이나 크게 느껴졌다.
시야 씨는 일본인이지만 덕망이 높은 지식인이라고 했는데, 특이하게도 해방이 되고서도 한동안 그 집에 머물렀다고 했다. 그만큼 그 집을 아꼈던 것이리라. 아무도 야밤에 그 집에 돌멩이를 던진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을 뿐더러, 해방 후에도 한동안 평소처럼 지내다가 동네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했다.
그 집에 살던 연자 누나네가 떠나고 난 지 얼마 후 시야 고택이 새로 들어선 공수여단의 여단장 숙소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02p
역시 화가라서 추억속의 동네로 독자를 이끌고 가는 느낌이 생생하죠? 저역시 이 대목을 읽다가 골목을 돌아서면 (집에서!) 복지다방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림은 우리를 낯설은 세계로 이끌어줘서 좋고 글도 그림처럼 선명하게 보여주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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