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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ㅣ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평점 :
월요일의 말차 카페
아오야마 미치코 (지은이), 권남희 (옮긴이) 문예춘추사 2022-11-15
2월이야기입니다.
부인이 연애할 때 기념일에 편지와 쿠키를 받았다고 하는데 남편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렇게 다투다가 헤어지고 저녁에 남편이 사과하려고 우지말차를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편지를 못찾아서 울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편지따위는 없었으니까)
남편은 느닷없이 올해는 편지를 쓰겠다고 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기쁘게 해주고 싶고,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 내가 가장 알고 싶은 사람은 당신입니다.
그 편지를 또 잃어버려도 괜찮다. 몇 년 뒤 몇 월 며칠이든 그때 내 옆에서 당신이 웃어준다면...
37p
이 무슨 터무니없는 이야기인가요. 억지스런 여자의 관점에서 자기가 틀려도 너그럽게 이해하고, 평생 안쓰는 편지마저 쓰겠다는 남자의 넉넉함을 꿈꾸는 소설일까요.
게다가 그 여자는 받지도 않은 편지를 찾겠다고 집안을 뒤지다가 울고 있다고! 무슨 내옆에서 웃어준다면 이냐고...
아 잔잔하고 못해 미칠 것같은 상황입니다.
그래도 3월은 감동이 있습니다.
바느질을 잘 하게 되어 만든 작품을 두 모녀가 와서 밋밋하다느니 유치하다고 평가합니다. 손가락을 덜덜 떨며 진열대에서 내립니다. 사소한 동작에 온갖 감정이 녹아있습니다.
원피스나 코트를 만들던 내가 속옷을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독립해서 이 속옷을 내 손으로 세상에 퍼트리고 싶다고 생각한 원점은, 그곳이었다.
나는 재고를 쌓아둔 사무실로 가서 선반 구석에서 상자를 꺼냈다.
그 속에 그 하얀 란제리 세트가 들어 있었다. 얇은 종이에 곱게 싸였다. 나름대로 이 속옷에 품고 있던 사랑도 그대로 싸여 있다.
수년간 밀봉했던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 치유받는 듯한 장면입니다.
4월은 결혼식 날 잡아놓은 후에 깨버린 기타치는 여자의 눈물 이야기입니다. 캐나다로 가자는 남자는 이해가 안되죠. 그런 것이라느니, 노래 따위라고 이야기해서 상처받았는데 여자는 여전히 남자를 좋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아.
“네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을 소중하게 지켰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사치 마음대로 해도 돼. 앞으로도 줄곧.”
몸의 심지가 흔들렸다. 노래할 때 떨리는 곳과 같은 부분이었다.
너무 속에 감춰져서 나도 알지 못했다. 그래도 돼, 누군가에게 단지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그리고 그것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70p.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지요. 되긴 뭐가 되나요. 저 여자 지 마음대로 충고하는군요. 부끄러워하라구!
좋아하지만 부끄러운 감정은 심리치료를 받아야할 이중적인 상태입니다.
12가지 이야기를 월별로 배치하여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차분한 이야기 한편, 미칠것같은 이야기 한편 나눠서 독자를 끓어오르게도 하고 침착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의 판형과 편집이 아주 좋습니다. 종이책이 살아남을 길은 이런 아기자기함이 아닐까요. 쉽게 가지고 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고 흑백이지만 한컷씩 들어있는 사진은 웬지 동네에 있을 것같은 컷들이라 느낌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