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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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은이), 김진아 (옮긴이) 허클베리북스 2022-10-12

서두의 멘트가 너무 멋지고 유머가 넘쳐서 재미있는 책인줄 알았습니다.

제가 천문학에서 가장 부러운 점은 연구의 유용성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일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로 그 연구의 중요성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생물학계에서는 새로운 발견을 했을 때 그 연구결과를 보고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곤 합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선생님의 이번 발견은 어떤 점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까?‘ 하는 질문이 나오곤 합니다. 이것은 천문학 분야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질문입니다. 그럴 때면 저는 ‘네, 장래에는 암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식의 기사로 쓰기 좋은 답변을 하곤 합니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지만, 실현하기가 그리 쉬운 일도 아닙니다. 사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있다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낭만이라고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생물학의 성과를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납득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반면에 천문학에서는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꿈입니다‘라는 대답만으로도 충분하지요. 더구나 이 말 자체가 얼마나 멋집니까?
17-18p​

하지만 풍자는 이걸로 끝나고 생물학교과서로 돌이옵니다.

생물과 무생물을 구별하는 커다란 차이는 단독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없는가, 스스로 증식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42p
머나먼 지구의 시작에서 탄생한 생물의 근원부터 시작합니다. 교과서보다는 쉽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드레이크의 계산에 따르면 은하계에는 약 1,000억 개의 항성이 있는데 그중에서 예상되는 혹성의 수, 생명이 발생할 확률, 문명이 있을 확률, 통신해 올 확률, 그 문명이 지속하는 기간 등을 가미해서 계산하면 전파를 사용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혹성은 은하계에 10개 정도라는 답이 산출됩니다.
51 p
도대체 무슨 계산식일까요? 공식이 있는걸까요.

순환과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는 턴오버를 진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DNA, RNA, 염기서열 등 모두가 아는 생물용어를 교과서와 똑같이 설명합니다. 똑같이 이해가 안됩니다.

2부에서는 멸종을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멸종이 오겠어? 생각했는데 지구에서 생물의 대멸종이 다섯 차례나 있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어디선가 읽었던 것같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이 6,650만년전인 백악기였습니다.

3부는 턴오버, 진화 이후에 생물의 죽음을 말합니다. 먹히거나, 시고를 당하거나, 수명을 다하는 것이 생물인데 이 순환에서 벗어난 생물이 있습니다. (생명의 비밀이 밝혀지는건가) 홍해파리입니다.

홍해파리의 일생은 좀 다릅니다. 일단 일반 해파리와 마찬가지로 수정란이 플라눌라라는 부유성 유생이 되어 바닷속을 떠다니다가 곧 바위 따위에 붙어 말미잘 모양의 폴립 polyp 형태가 됩니다. 이 폴립은 성장하면 무성생식을 통해 다수의 어린 해파리를 낳습니다. 어린 해파리는 몇 주 만에 성체가 되고, 정자나 알을 방출하여 유성생식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생태입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홍해파리의 성체 중에는 변형해서 또다시 폴립이 된 뒤 무성생식하여 자손을 늘리는 것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 것처럼 이전 상태로 ‘회춘‘하는 것이지요.
116p.

세균, 원핵생물, 점균, 효모, 곤충, 쥐까지의 죽음을 설명하고 쥐보다 10배를 더 사는 벌거숭이두더쥐의 장수비밀을 파헤칩니다.

4장은 드디어 인간의 죽음입니다. 암, 심질환, 노환, 뇌혈관질환, 폐렴이 5대 사망원인입니다.

노화한 체세포가 뿜어내는 ‘독‘입니다.
조직의 세포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포를 공급할 뿐 아니라 노화한 낡은 세포를 제거해야 합니다. 노화 세포는 두 가지 방식으로 제거됩니다. 첫째, 세포 자신이 ‘아포토시스apoptosis‘라는 세포사cell death를 일으켜 내부에서 분해되어 부서지는 방식입니다. 둘째, 면역세포에 의해 잡아먹혀 제거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은 개체의 노화세포는 이러한 방식으로 제거되기 어려워져서 그대로 조직에 머무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 노화한 잔류 세포가 문제인데, 주변에 사이토카인cytokine 이라는 물질을 뿌려대기 때문입니다. 원래 사이토카인은 세포가 다치거나 세균에 감염되었을 때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염증반응을 유도하여 면역 기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사이토카인이 조직의 노화 세포에서 방출되는 경우에는 염증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그 때문에 장기 기능이 저하되어 당뇨병, 동맥경화, 암 등의 원인이 됩니다.​
173

5장에서는 죽음을 바라보는 생물학적인 접근을 합니다. 연어는 산란 후에 바로 죽고, 거미의 일종인 스테고디푸스 두미콜라는 자신을 새끼에게 주어 죽음과 맞바꾼 삶입니다. 하지만 어류나 곤충류는 죽어도 자손들이 살아가지만 인간은 조금 다르지요.
소식이 건강에 좋은 생물학적 실험도 있습니다. 원숭이에게 필요한 칼로리의 70%만 주었더니 질병과 사망 위험성이 낮아졌습니다.

AI의 존재가 생물학의 진화에서 큰 이슈가 될 것같습니다. AI는 죽지 않고 계속 진보하니까요. 얼마전 구글의 AI도 죽음이 두렵다는 말을 했다는데 생명의 최종 목적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견뎌내는 집착이 아닌가는 생각도 듭니다.
5장은 인간의 삶에 대한 집착과 노화를 방지하는 방법에서부터 AI의 영속성으로 마무리짓습니다. 생물학인데 철학같이 생각할 것을 많이 제시해줍니다.

이 책의 장점은?
인간의 생명연장은 바이오와 같은 첨단기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생물학이 근본입니다.
어린 시절 이해못했던 생물학의 존재 의미를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하루하루 사는게 우스워지는 광대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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