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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한문 수업 -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임자헌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9월
평점 :
나의 첫 한문 수업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임자헌 (지은이) 책과이음 2022-09-16
나이 오십이 넘었지만 가끔 한시나 고문을 읽으면 웬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의 한구석에 굴러다니는 한자책을 줄줄 읽어보고 싶기도 하고 사찰의 주련을 보고 한자음이라도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나요.
하여튼 그런 상황에서 펼쳐든 ˝나의 첫 한문 수업˝은 어려운 길을 대신 가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게다가 조선왕조실록과 일성록을 번역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니 이건 정말 읽어봐야한다는 강렬한 마음에 책을 받고 그 자리에서 1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다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결론은 가서는 안되는 길이구나. 저자가 이렇게 한문서적을 번역하는 것이 전생의 업인가보다. 전생에 정조시대의 사관이었나. 그때도 기록을 남기고 지금 시대에 번역을 하나보다 하는 시시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저자 임자헌 선생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미술잡지의 기자를 하다가 서른 넘어서 한문을 공부하기로 합니다. 도대체 왜? 뭔가 정해진 운명인가 봅니다.
게다가 제일 놀라운 사실은 한문은 문법이 없다는 겁니다. 중학교 시절에 어려운 한시를 설명하면서 문법 비슷한 구조를 배웠던 것같은데 놀랄 일입니다.
놀랍게도 한문은 문법이 없다. 한문을 배우는 사람들이 가장 당황하고 어려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정해진 문법이 없기에 일단 많은 문형을 외우고 익혀 머릿속에 저장해두어야 비로소 해석할 수 있다. 한문의 기본서라 하면 대개 사서삼경을 말하는데, 이것은 이 책들이 유학의 기본 개념을 담고 있어서이지만 한문의 문법책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논어》와 《맹자》는 그 자체로 그냥 한문 문법책이라고 보면 된다.
34p. 1장 입문. 기초편
터무니없는 번역을 하기도 하고, 겨우 시험에 통과합니다. 이거 에세이인데 알수없는 조바심에 읽다가 계속 두근거립니다. 최첨단 바이오도 아닌 수천년을 내려온 한문의 세계에 이런 치열함, 열정이 있을 수 있는건가.
가르치는 선생님이 제자의 해석과 출처를 듣고는 잠시 나가 자신의 번역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어느 분야가 이렇게 엄정하게 실수를 인정할까요?
논어, 맹자가 수십종으로 번역되었지만 계속 새로운 번역이 나오는 이유도 명쾌합니다. 시대에 맞게 개념이 추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고전의 좋은 문구들도 소개합니다.
차라리 배우지 않을지언정 배우기 시작했거든 제대로 배울 때까지 그만두지 말고,
차라리 물어보지 않을지언정 질문을 시작했거든 제대로 알게 될 때까지 그만두지 말며,
차라리 생각하지 않을지언정 생각하기 시작했거든 답을 얻어낼 때까지 그만두지말고,
차라리 분변하지 않을지언정 분변하기 시작했거든 분명하게 분변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말며,
차라리 행하지 않을지언정 행하기 시작했거든 마음을 다해 진실하게 행할 때까지 그만두지말아야 한다.
남이 한 번에 해내거든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번에 해내거든 나는 천 번을 해야 한다.
70p. 중용
한문이라 웬지 남성번역가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도중에 앗 이런 견해가! 이런 시각이! 세심한 부분이 많길래 분명 여성번역가겠구나 추측을 하고 저자 소개를 꼼꼼하게 읽어보니 제일 밑에 맹랑 언니의! 라는 저서가 나옵니다. 그래 내 추측이 맞았어. 으쓱 하는데
상단에 이화여자대학교를 나오셨네요 ㅠㅠ
이 책의 장점은?
에세이처럼 쓰여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일성록 등의 내용이 대단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