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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외 4인의 한시 24수 - 한자 따라 쓰기 ㅣ 한자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김정희 외 지음, 큰그림 편집부 기획 / 도서출판 큰그림 / 2022년 9월
평점 :
김정희 외 4인의 한시 24수 한자 따라 쓰기
: 한자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김정희, 이황, 정약용, 김시습, 한용운 저
도서출판 큰그림
책을 분류하면 소설, 에세이, 인문학 등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분류이고, 전공서적, 실용서적 등이 결을 달리 하는 분야일 것입니다. ˝한자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김정희 외 4인의 한시 24수˝는 완전 실용도서에 속하겠습니다. 도저히 전자책으로는 나올 수가 없겠습니다.
일단 좋은 한시 24편이 들어있습니다. 김정희, 이황, 정약용, 김시습, 한용운 선생까지 (왜 다섯분이지? 했더니만 김정희 외 4인이었네요) 멋진 한시를 추려놨습니다. 한시 원문에 한글 독음을 달고, 아래에 번역하여 바로 읽을 수가 있습니다. 다음에 각각의 한자들의 뜻과 음을 이해하고 2, 3번 쓸 수 있게 합니다. 다시 전제 한시를 다섯자한시는 작게 한번, 크게 한번 쓰고, 일곱자한시는 크게 한번 쓸 수 있습니다.
한자는 붓펜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멋진 붓글씨로 따라쓰면서 시 해석을 마음에 담으라고 머리말에 쓰여있습니다. 그말대로 붓펜을 구입하고는 써봤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네모 반듯한 칸 안에 써넣으려니 상당히 집중해야 하고 공을 들여야 합니다. 제목의 한자 쓰는 칸은 2칸뿐이라 신경써서 써야 하고 본문의 한자 쓰는 칸은 3, 4칸이라 날림으로 써집니다. 이거. 1칸 차이에 정성이 갈립니다.
한글자씩 쓰는 것은 세로로 쓰면 뜻을 따라가니 좋습니다. 3번 되새길 수 있습니다.
학교 다닐 적에 배운 한시들을 이렇게 써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쓰라고 하면 절대 안써지는 것이 한자이니 이렇게 숙제같은 느낌으로 써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것같습니다.
한시는 멋이 있는 것이 한자로 읽어도 느낌이 나고, 한글로 번역된 내용을 읽어도 정경이 머리 속에 펼쳐집니다.
그런데 원래 한시에 제목이 있었나요? 덜렁 다섯자*4, 일곱자*4의 구성이 아니었나봅니다. 제목도 붙어있고, 어떤 시는 일곱자 *4에 한번 더 반복되어 일곱자*8도 있습니다.
午睡
一枕輕安進晩凉 (일침경안진만량)
한잠 자니 가볍고 편안하며 저녁에 시원하니
眼中靈境妙圓光 (안중령경묘원광)
눈 속의 신령한 지경에 둥근 빛이 신묘하다.
誰知夢覺元無二 (수지몽각원무이)
누가 알까, 꿈꾸는 것과 깨어 있는 것이 원래 둘이 아닌 것을
蝴蝶來時日正長 (호접래시일정장)
나비 날아들 때 해도 길어지는구나.
8p. 추사 김정희 선생
자다가 막 깨서 눈이 침침한 지경인데 둥근 빛이라 표현하니 멋집니다. 어렸을 때 낮잠 자고 일어났을 때의 눈부심과 저녁노을에 아쉬움도 느껴지고, 마지막의 호접래시일정장에 웬지 고즈넉한 산중턱의 암자에서 혼자 일어나 편안히 숲과 마당을 내다보는 듯한 느낌이 저절로 들지 않습니까.
大言
碧海投竿釣巨鰲 벽해투간조거오
乾坤日月手中韜 건곤일월수중도
指揮天外凌雲鵠 지휘천외릉운곡
掌摑山東蓋世豪 장괵산동개세호
拶盡三千塵佛界 찰진삼천진불계
呑窮萬里怒鯨濤 탄궁만리노경도
歸來浪笑人寰窄 귀래랑수인혼착
八百中洲只一毛 팔백중주지일모
푸른 바다에 낚시대 던져 큰 자라를 낚고
하늘과 땅, 해와 달을 손안에 감추었노라
손가락으로 하늘 밖 구름 위로 나는 따오기 거느리고
손바닥으로 산동의 세상 뒤덮던 호걸들을 움켜잡았노라.
온 누리의 부처 세계에 다다라 보고
만 리의 성난 고래 같은 물결도 모두 삼켰다네
돌아와 인간 세상 좁다는 걸 헛되이 비웃으니
팔백 나라는 겨우 한 터럭인 것을.
86p. 매월당 김시습
이 무슨 삼천대천세계를 한손에 잡는 이야기인가요. 한시는 읽어보면 풍경이 펼쳐지고, 이야기가 전개되고, 마지막 마무리로 끝맺는 것이 멋집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