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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시크릿 - 레시피를 연마하는 셰프의 삶을 살아라
심은일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8월
평점 :
레시피를 연마하는 셰프의 삶을 살아라
심은일 (지은이) 스타북스 2022-08-22
고등학교 졸업 후에 20년간 요리업계에 몸담은 셰프의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잔잔하지는 않고 격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이야기인데, 글로 찬찬히 표현을 하니 잔잔해보입니다.
1만시간의 법칙을 멋지게 눌러버립니다. 하루 9시간씩 집중하면 1년이면 3천시간. 3년이면 1만시간이 된다. 그걸로는 부족하다. 3만시간, 9년은 해야 제대로 된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남의 글이라서, 활자로 되어 있어 편하게 읽었습니다만 읽는 내내 아차, 어이쿠 하고 자세를 바로 하게 되는 대목이 은근히 많았습니다.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요리사 후배에게 따끔하게 혼내는 꼰대선배의 모습도 보이고, 초밥 한점에 인생을 거는듯한 모습에 감동도 받습니다.
초밥집은 숙성 회를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매장인데 아침마다 생선을 잡아서 점심 저녁에 사용하는 곳은 잘못된 것이다.
최고의 식감과 감칠맛을 내기 위해서 최소한 하루 전날 준비를 해놓아야만 한다. 굳이 당일 아침에 준비해야겠다면 적어도 영업시간 5시간 전에는 생선 손질이 끝나고 숙성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당일 아침에 생선을 잡는 가게의 생선 살은 초밥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숙성이 되지 않아 감칠맛이 떨어질뿐더러 비린내가 날 수밖에 없다. 아침에 잡은 생선은 피가 깨끗하게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 전날부터 준비하고 피를 빼낸 생선보다 피비린내가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님께서 초밥의 생선 살이 비리다고 불만을 제기하였는데 “오늘 아침에 잡은 건데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억울한 듯 변명하는 멍청한 사람들도 꽤 많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당일 아침에 잡은 생선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핏기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한두 시간 만에 핏물이 모두 빠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기에 피비린내가 날 수밖에 없다.
68-69p. 나만이 가진 가치와 테마 발견하기
초밥의 비린내는 몇십년간 공금한 점이었는데 깔끔하게 이해시켜줍니다. 이 한수로 항상 초밥집에서 궁금했던 부분이 해결되었습니다.
홍어 요리와 기타 반찬들도 맛있었지만, 홍어 뼈를 튀겨서 따로 주셨는데 오독오독한 식감과 바삭하면서 고소하게 퍼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씹어 삼키고 나서야 뒤늦게 입안 깊게 뿜어져 나오는 향 또한 정말 대단했다. 집에 오면서도 계속 생각나고 다음 날 아침에도 생각이 났으며 일하면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그러다 문득 “난 이런걸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선을 잡아도 내가 더 많이 잡았고 생선 살을 만져도 내가 훨씬 많이 만지는데 ‘왜 나는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우선 가게로 돌아와 광어,우럭, 도미, 연어 등의 뼈를 튀겨보았다. 아무리 오래 튀겨도 결코 연골어류‘와는 같은 식감을 낼 수는 없었다. ‘홍어 뼈만 따로 구매해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말 단골손님들께 꼭 선보여드리고 싶은 맛인데 아쉬웠다.
몇 주가 지난 후 ‘연골어류‘와는 전혀 다르지만 그나마 뼈가 억세지 않은 연어를 ‘뼈 튀김‘의 식자재로 정했다. 손질할 때마다 나오는 연어 뼈에 살이 많이 붙도록 손질하기 시작했고 여러 번 시도 끝에 원하던 모양이 나왔다. 물에 4시간 이상 담가놓았다가 면포로 물기를 제거하고 튀겨놓으니 비주얼이 나쁘지 않았다.
122p. 최고의 셰프들의 남다른 습관
홍어는 좋아하지도 않는데 홍어뼈튀김을 먹고 고민하다가 연어뼈튀김을 개발하는 멋진 반전에 감탄했습니다. 뭔가 기발한 것을 보면 거기서 맴도는게 상식인데 광어, 우럭, 도미, 연어로 계속 실험하는 모습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열정이 가득합니다.
다소 심한 부분은 100만원 써서 10만원 버는 부분인데, 이건 좀 너무 한 거 아닌가요? 100만원 재료를 써서 110만원을 수확하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이 책의 장점은?
요리사가 되지 않아도 초밥요리의 저변에 깔려있는 상식을 많이 배울 수가 있다.
20년 노력한 전문가의 노하우와 열정을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