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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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은이), 강동혁 (옮긴이) 푸른숲

자신의 이름이 적힌 인쇄된 책이 예언을 합니다. 유언으로 받은 술이 과거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바없는 바를 찾아가게 됩니다. 재미있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킹스맨 영화에서 그런 비밀암호가 있죠. 브로그 없는 옥스포드(oxford not brogue).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하고 찾아본 적이 있는데. 바없는 바는 큰 비밀이 아니라 말그대로 술을 파는 바에 바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적고보니 비밀스러워 보입니다.

인쇄된 책이 가야할 길, 움직일 행동, 해야할 일을 가르쳐 줍니다. 이 소중한 책의 제목이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그러니 책안에 같은 제목의 책이 길안내를 합니다. 거울안에 거울이, 책 안에 책이 있는거죠. 특이하죠.

앞부분은 챈들러 느낌의 소설같습니다. 탐정은 아니어도 탐정스러운 분위기에 추리를 해나갑니다.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술과 책이 큰 역할을 이끌어갑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갑자기 다빈치코드같은 느낌이 납니다. 챈들러 소설이라면 액션은 가볍게 넘어가야 하는데, 첩보물같은 장면이 나옵니다. 그게 또 이 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갑니다.

이 위스키를 제대로 존중하세요. 이 술은 30년 동안 나무통 속에서 때를 기다려 왔습니다. 30년을요! 유리병 속에서 보낸 시간은 빼고 말입니다. 세상에는 40년, 50년 된 위스키도 있습니다. 이 술은 세상에 대해 좀 배운 술이에요. 오직 슈워츠먼 씨의 입에 들어갈 때만을 기다리며 그 오랜 시간을 보낸 거지요. 그러니까 흠뻑 취하겠다는 생각으로 마구 마셔 버리지는 마십시오. 술을 입안에 몇 초간 머금은 채 돌려 보고 씹어 보세요.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입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맛이 아주 강하게 느껴지다가 참을 만해지고, 참을 만한 정도에서 흥미로움으로, 흥미로움에서 어떤 이야기로 바뀌어 갈 겁니다.
그리고 이 술은 정신을 딴 데 팔고 싶을 때가 아니라 정신을 안정시키고 싶을 때 쓰세요. 위스키는 인생의 본질이나 역할에 대한 대화를 할 때, 어느 저녁 사랑하는 사람과 조용히 눈길을 주고받을 때, 오랜 친구와 농담을 나눌 때 함께 마시기 위해 만들어진 입니다. 취하고 싶다면 보드카를 드세요. 위스키는 초보자에게 어울리는 술이 아닙니다. 우리를 둘러싼 거짓말의 층을 걷어 내기 위해 마시는 술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혼자 위스키를 마셔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남자든 여자든, 누군가와 잔을 부딪치세요. 그 사람들이 뭘 마시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다음번에 위스키를 마실 때 떠올릴 만한 누군가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
솔직히 말해, 어떤 안내서에서 읽은 이야기예요. 진짜 그런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나는 와인 취향입니다. 대충 맞는 말 같기는 하지만요.

25-26. 와. 술의 표현이 빵 터지지않나요. 앞부분을 읽으면서 멋진 표현인데, 그렇지. 위스키는 멋쟁이들의 술이지. 적어놔야겠다 하다가 와인이야기에 혼자 낄낄 웃었습니다.

"1951년에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햅번 주연의 <아프리카의 여왕>이 촬영됐을 때, 촬영장에서 장내선충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보가트랑 다른 남자 하나뿐이었어. 그 이유가 뭔지 알아?"
“뭔데요?"
“그 둘은 남들과 달리 물을 마시지 않았거든. 대신 위스키를 마셨지."
오스나트는 마음속으로 신음했다. 단어 하나까지 늘 똑같은 이야기였다
53p.

평범한 기사들을 가져다가 여기에 반쪽짜리 문장, 저기에 4분의 1짜리 문장을 덧붙여 줬으면 해. 그러면 그 기사들이 지적으로 보이게 될 거야. 네가 고등학교 시절에 썼던 기사나 네가 이번에 쓴 기사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도 그래서거든. 너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 같은 내용을 계속 참조하는데, 그 정보들이 독자에게는 글쓴이가 자기가 하는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는 인상, 광범위한 지식을 인용한다는 인상을 줘. 어디에는 관련 철학자의 이름을 넣고, 또 어디에는 역사적 사건을 넣고, 나한테 필요한 건 그런 거야. 코르셋의 역사를 한 줄 반 정도 언급한 패션 기사, 믹 재거와 모차르트의 관계를 시사하는 로큰롤 기사 같은 것. 설문 조사를 했는데, 독자의 45퍼센트가 우리 신문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을 얄팍하고 피상적이라고 느낀대. 그래서 우리는 신문 분량을 늘리고, 각 기사에 최소한 지식 비슷한 것을 집어넣을 생각이야.
82

우리가 책을 많이 펼쳐 볼수록 책의 해답과 안내는 모호하고 불분명해질 테니까. 책의 페이지 수와 단어의 개수는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안내가 필요한 문제도, 순간도 끝없이 많을지 몰라. 이 책은 분명 이상한 책이야. 하지만 그 안의 글은 바뀌지 않는다. 2분에 한 번씩 펼쳐 보면 책이 주는 해답은 우리의 모든 요청을 다룰 수 있을 만큼 일반적인 것이 되어야 할거야. '예', '아니오', '그럴지도 모릅니다',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해 볼 만은 하네요'라는 식으로 말이지. 하지만 우리가 그 책을 정말로 필요할 때만 예를 들어 열 번만 펼쳐 본다면 안내는 그만큼 더 구체적이게 될 수 있지. 벤이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처럼 말이다.
214p. 미래예언의 기가 막힌 통찰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소설인데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술은 안마시는데도 잘 읽힙니다. 웬지 위스키 한잔해야할 것같은 느낌.
하드카바로 되어 있어 책이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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