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익스프레스 - 와인, 위스키, 사케 못지않은 K-술의 매력
탁재형 지음 / EBS BOOKS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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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 익스프레스
와인, 위스키, 사케 못지않은 K-술의 매력
탁재형 (지은이) EBS BOOKS

저는 술은 어쩔 수 없이 받아야하는 첫잔만 받아놓고 식사 중에 그 한잔을 1/3정도밖에 못마십니다. 그런데 왜 술을 다룬 책을 잡았을까요. 저도 모릅니다.
웬지 우리술이라는 말에 분명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의, 비밀스런 술이 등장할 것만 같고, 익스프레스에 대한민국 전지역을 가로질러 (어쩌면 북한까지) 종횡무진 전국의 술이 나와 눈과 코를 즐겁게 할 것같았습니다.

캬. 최근에 활약하는 대한민국 술들을 쫘악 망라했습니다. 요즘 번역된 책만 읽어 웬지 번역문장에 익숙하다가 우리 말로 쓴 생생한 삶의 현장을 읽으니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글솜씨가 살아있어 그런 맛이 선명한 것이겠죠.
게다가 술은 좋아하지도 않는데 술을 음미하는 장면이 나오면 왜그리 침이 넘어가는걸까요.

대부분 몇십년간의 불법과 박해를 견뎌내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아직까지 현역으로 술생산을 해나가는 장인들의 이야기입니다.

풍정사계 춘.
저는 술 만들기 전에 누룩을 법제(法製)하는 과정을 꼭 거쳐요. 누룩을 빻아서 3, 4일 손으로 뒤적여서 속까지 햇볕에 말리는 거죠. 그렇게 하면 자외선에 의해서 소독이 이루어져 잡균이 없어지고 곰팡이 냄새가 사라져요. 그러면서 공기 중에 있는 천연 효모가 누룩위에 앉게 되는 거죠. 이 과정을 거쳐야 잡내가 없는 술이 돼요.
123p.
대단한 생각입니다. 누룩을 말리면 균이 다 없어질 것같은데 이런 시도를 하다니요.

안동소주
우리가 지금까지 이만큼 적자를 봤고 지금껏 내다 버린 돈이 수십억인데, 네가 더 이상 안동소주를 잇지 않는다면 그 수십억을 다 가져다 버린 셈이다. 네가 만일 계속한다고 하면 그 돈은 다 살아 있는 돈이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죠.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134p
웬지 주식의 물타기같은 소리이지만 가업을 이어 제품이 계속 나온다면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삼해소주
누룩을 많이 쓰면 그 안에 오만가지 미생물이 활동을 하게 돼요. 그것들이 다 저마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거죠. 효모균만 딱 넣어서 만들어지는 건 술이 아니라 알코올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술을 마시고 싶은 거지 알코올을 마시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안동소주
이경찬 선생이 양조장 문을 닫아야 했던 것도 이 즈음이다. 정부에서는 주정을 물에 탄 희석식 소주를 생산하라고 했지만 "세상 금덩이를 다 줘도 사람 먹을 것에 에틸알코올을 탈 수는 없다”고 물리쳤다.
175p

천비향
미생물이 당분을 먹이로 알코올을 생산해 내는 과정을 양조라고 한다면, 다른 나라의 술은 미생물이 배를 채울 수 있는 초원(당분을 함유한 액체)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효모균을 풀어놓은 후에는 그 과정이 끝나길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통 방식은 조금 다르다. 한 번의 발효가 끝나기 전에, 술독 안에 미생물과 곡물을 더 넣어준다. 초원에서 양떼가 열심히 풀을 뜯는 사이, 다른 초원에서 키운 풀과 양 떼를 합사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과정을 '덧술'이라고 하는데, 한 번 덧술하면 이양주, 두 번 하면 삼양주, 네 번을 반복하면 오양주(酒)가 된다.
189

오미나라
시고, 쓰고, 짠맛을 내는 성분이 천연 방부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생물이 오미자의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자문을 얻기 위해 방문했던 프랑스의 와인 연구소에서 “이 재료로는 술을 만들 수 없으니 포기하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 이 대표가 찾은 탈출구는 바로, 장기숙성이었다.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 1차 발효에 2주, 2차 발효에 2~3주가 걸리는 반면, 오미나라의 와인은 탱크 속에서만 1년 6개월의 시간을 보낸다. 그 후 스파클링의 경우에는 병에 넣고, 스틸와인의 경우엔 오크통에 넣어 다시 1년 6개월간 숙성시킨 뒤에야 출하시킨다. 최소 3년이 걸리는 긴 과정이다.
198p
아니. 프랑스 본고장에서도 안된다는 걸 해내는 사람이 있군요.

레돔
“이 색과 반짝임, 은근한 버블이 정말 좋아요. 저도 사실은 완성품을 마실 기회가 잘 없거든요. 새침하면서도 우아한 맛이죠. 마시고 나면 그날 밤에 색과 맛이 떠올라요.”
솔직히 말해서, 본인이 만든 술을 마시며 그렇게까지 아련한 표정을 짓는 양조장 주인은 처음 봤다. 워낙 생산량이 적기에, 스스로 생산한 술병을 따는 것도 큰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220p

네잔. 우리술의 역사는 120페이지가 넘는 장편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금주령이 백제 2대 다루왕(서기38년) 때였네요.
일본으로 건너간 양조기술자 수수허리가 '술거르는이'라는 이론도 그럴싸합니다.
고려시대에는 48종의 술이름이 문헌에 나오고 양온서라는 술을 빚는 관청도 있습니다. 사찰에서 곡차라고 술을 담갔습니다. 절에서 마시는 곡차의 시작이 고려군요.



목은 이색의 술을 마신 후의 시도 멋집니다.
술 속의 영험한 기운은 형체에 기대지 않고
밤이 깊도록 가을 이슬로 방울져 떨어지네.
오래 묵혀 좋은 술이란 참 우습지
하늘 같은 옛 문장가들과 맞먹도록 으스대게 해주니.
도연명도 이 술을 맛보면 깊이 잠들 것이고
굴원도 이 술을 만나면 홀로 깨어 있지는 못하리라.
반 잔을 단숨에 들이켜니 불길이 뼈에 미치네.
표범 가죽 깔개에 누워 금병풍에 기댄 듯하구나.
302

이 책의 장점은?
우리술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다가 수백년을 이어온 전통주들을 들으니 자부심이 생깁니다.
술만드는 사람들이 다들 장인정신으로 수십년간 몰두하는 모습이 감동을 줍니다.
우리 술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잘 정리되어있습니다. 술꾼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객관적인 안목이라 읽기 편합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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