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의 말 -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철학 에세이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세네카의 말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철학 에세이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은이) 메이트북스

이거 대단한 책입니다. 좋은 책입니다.
그동안 세네카의 행복론, 인생론, 화 다스리기를 읽으면서 시시하다, 안읽힌다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왜 또 골랐지? 그건 표지가 예뻐서? 어쩌면 거창한 '론論'이 아니라 '말'이라고 해서 무심결에 잡은 것같습니다.)
이건 새로운 구성으로 잘 읽힙니다.
앞부분에 엮은이의 소개글에 편역이라고 합니다. 묵직한 느낌의 책을 이렇게 에세이처럼 짧게 한페이지로 끊어주고 (길어야 두페이지) 상단에 핵심적인 소제목을 붙여주니 읽기도 수월하고 술술 잘 넘어갑니다.

너무 좋은 글이 많아서 이 것이 기원전의 글인가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읽다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같이 착한 소리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같은 계열이었습니다. 스토아학파에는 제논. 키케로, 세네카, 에픽테토스, 아우렐리우스 등이 있고 26명의 철학자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제논, 세상의 모든 것은 자연이라는 큰 세계의 부분들일 뿐이다. 개인의 삶도 자연과 조화를 유지할 때 행복해질 수 있다.
키케로, 말은 엄청나게 많이 했는데 딱히 가져올 문구가 없네요.
에픽테토스, 우리의 모든 소유는 운명의 여신이 잠시 맡겨둔 것일 뿐 내 것이 아니다. 너에게 맡겨져 있는 동안 남의 물건을 대하듯 하라. 마치 여행자가 여관을 대하듯 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하나의 의견일 뿐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하나의 관점일 뿐 진실이 아니다.

스토아학파의 핵심이론.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에 대한 사랑, 운명애)
메멘토 모리(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아파테이아(Apatheia, 흔들림없는 마음의 부동심)

쾌락주의자들이 정원에서 이야기를 할 때 금욕주의자(스토아학파)들은 기둥(스토아) 사이에서 대화했다고 합니다.

세네카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가 풀네임이고, 네로의 스승으로 일하다가 나중에 자살을 강요받습니다. 도대체 뭘 가르쳤길래 스승을 죽으라고 했을까요? 너무 올바른 소리를 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저술은 대화편 12편, 서간집 20권(124통), 자연현상 연구 7권, 비극작품 9편이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대화편에서 인생의 짧음 De Brevitate Vitae, 마음의 평정 De Tranquillitate Animi, 섭리 De Providentia 3편을 묶어 인생론으로, 행복한 삶 De Vita Beata을 행복론으로, 분노 De Ira를 화 다스리기로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화편의 12편 중에 7편이 들어가있는 겁니다. (분노 편이 3권입니다)

소제목들을 멋지게 잘 잡았습니다.
방향이 없다면 가짜 인생에 불과하다.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없어 타인을 갈구하는 사람들.
자기 인생을 왜 쉽게 남의 손에 내어주는가?
평생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인생을 마감할 순간에 새 삶을 시작하지 마라.
누구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
다시 되돌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다.
각자의 향연에 몰두한 자들에게 여가는 불필요하다.
죽음을 구한다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찌릅니다. 역시 스토아학파! 읽고 있으면 지금 이순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인가 반성하게 되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계속 읽고 있으면 지금 이순간을 쓸데없이 소비하면 안돼! 하는 긴박감이 생기는 것같아 저는 살짝 쾌락주의쪽으로 (쾌락의 정원으로) 갈 것같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이런 삶을 자초하는가? 우리는 평생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처럼 모든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면서도 무한한 존재라도 된 것처럼 온각 것을 갈구한다.
38p

누군가 시간을 좀 내달라고 요청하고, 이에 순순히 응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굳이 시간을 할애해서 만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지만 시간 자체에 대해서는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지고도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 자체에 형체가 없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시간을 별 가치 없고 아무 곳에나 써도 되는 거처럼 하찮게 여긴다.
58p

미래에 대한 기대로 사는 것은 현재를 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며 내일에 기대어 오늘 하루를 낭비하는 것과 같다. 행운의 여신의 손에 자기 미래를 맡기고 자신의 수중에 놓인 것을 흘려보내는 꼴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63

이 책의 장점은?
2천년 전의 글이라고 생각할 틈이 없이 우리 주변의 철학자의 친절한 조언을 들을 수 있습니다.
2천년전에도 사람들이 욕심부리는 것, 가지고 싶은 것이 지금과 차이가 없구나를 알게 됩니다.
무기력한 순간 한 페이지를 펼쳐 읽으면 자세를 바로잡고 지금 이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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