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아니라 몸이다 -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몸의 지식력
사이먼 로버츠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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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 데카르트의 기계인형 딸 프랑신느가 나옵니다. 1699년에 나온 책에 간단하게 언급되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소재여서 숱한 지식인이 그 정체에 대해 언급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만화 꼭두각시 서커스에 나오는 기계인형 프랑신(프랑시느)이 지어낸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근거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딘가 중세의 마을에서 벌어진 생명의 물과 관련된 사건인데... 이 대목을 읽으니 만화 전체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이것도 몸이 이해하는 영역일까요.

1부에서 데카르트의 이원론으로 인해 뇌와 몸을 별개로 보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데카르트는 인간을 구성하는 두 가지의 '본질'을 구분했다. 비물질적으로 사고하는 능동적인 영혼 또는 정신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물질적이고 사고하지 않는 수동적인 몸이 있다. 그는 정신이 기계적이고 생명이 없는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 지성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몸은 생명이 없는 뼈와 살일 뿐이고 지능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태엽 장치가 있는 장난감은 주인이 태엽을 감아줘야만 작동하듯 몸은 오직 정신이 지시하는 대로만 할 뿐이다
35-36p

2부에서는 몸으로 얻은 지식을 말합니다. 관찰. 연습. 즉흥성, 공감, 보유하는 몸의 지식을 총망라합니다.
일단계로 관찰을 통해 지식을 체화합니다. 어려운 동작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주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하지만 몸으로 익힌 지식은 관찰로 시작하지만 다음의 연습과 반복으로 연마됩니다.
두번째는 연습입니다. 자전거타기와 유리병공예는 아무리 지식이 많다고 해도 이론으로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몸으로 익히는 연습이 필요하네요.
세번째는 즉흥성입니다. 알파고제로와 자율주행차가 나오는데 이게 즉흥성과 무슨 상관인가 했는데 "예측하지 못한. 뜻밖에"라는 뜻의 improvisation입니다.

보유도 나오는데 근육기억이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프루스트의 마들렌이 도대체 왜 중요한거냐, 이게 뭐라고 몇페이지에 걸쳐 설명하나 도무지 이해를 못했는데 바로 감각적 신호가 기억을 촉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인류학의 관점에서 문학작품이 이해가 되는군요.

3부는 체화된 지식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하나씩 사례를 들어줍니다. 예로 드는 내용들이 재미있습니다. 몸으로 해보는 것이 왜 좋은지 꼼꼼하게 설명합니다.

창의적인 영감만으로는 환상적이면서도 인정받는 영화를 만들지 못한다. 정밀한 디테일이 마법처럼 팀원들의 머리에서 쏟아져 나오지도 않는다. 픽사는 영화의 줄거리와 캐릭터를 개발할 때 집단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제시하는 방식인 브레인스토밍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스튜디오를 떠나 그들이 재창조해내려는 것을 쳏하하는 활동을 한다.
244-245p

수많은 조직이 포스트잇에 써둔 메모와 '브레인스토밍'이 창의력 실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간주한다. 어떤 시나리오를 실연해내고, 촌극을 하고 소품을 사용하는 것을 이상한 행위로 치부한다. 그러나 몸으로 생각하는 것을 실천해 상업적 성공을 거둔 회사들은 연극 패거리와 포스트잇 메모를 위한 무대를 준비하라고 제안한다. 우리는 지금껏 아이디어, 창의력, 지식이 샘솟는 원천은 정신이라고 생각하도록 이끌려왔다... 행동이 사고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뇌가 아닌 몸을 사용할 때 사람들에게 직관적 감각을 만들어내는 디자인과 제품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67p

흔히 몸이 먼저 이해한다고 하죠. 타짜에서도 손이 눈보다 빠르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사례와 근거가 여기저기 등장합니다. 인류학적인 접근이라 더 세세하여 정밀한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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