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잡은 이유는 딱 하나. 저자가 16세부터 매년 5000편의 과학논문을 읽는다는 소개글이었습니다. 일년은 365일아닌가. 5000÷365=13.6이다. 나도 가끔 논문을 읽어보는데 2.30페이지 정도 되는 글을 다섯편 정도 읽으면 반나절이 가버린다. 13편이면 하루가 간다. 대학의 교수님쯤 되면 순식간에 15편은 우습게 읽을 수 있지않을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많은 시간이 소비될 겁니다.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으면 이해를 해야죠. 어쨌든 76년에 태어나 16세부터 30년간 15만편의 논문을 읽은 사람은 도대체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궁금합니다. (혹시 지난 30년간 5000편이 아닐까요? 그래도 1년에 166편입니다. 이틀에 힌편씩 읽었다가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1년에 5000편이든 166편이든 대단한 지식이 농축되어있을 것같습니다. 느닷없이 괴로울 고苦로 시작합니다. 어쩔건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고집멸도로 이어질건가.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도록 되어있답니다. 생후 3개월의 아기도, 20만년전의 원시인도 그렇습니다. 듣고보니 그럴듯합니다. 과거의 한 시점을 떠올리면 행복했던 시절보다 부끄럽고 창피한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2장은 "자기"입니다. 인간이 화만 내고 근심 걱정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뭐 그렇게까지 하겠어 하다가도 이야기를 듣다보면 수긍이 됩니다. 또 아함경의 화살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사람 엄청 불교적인 인간이네. 웬지 과학적인 근거를 대면서 불교를 말하니 특이합니다. 그러다가 3장 결계는 이 책의 백미입니다. 일본 만화 결계사 처럼 자기 주변에 결계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감정라벨링, 감각훈련, 그라운딩, 암산법, 54321법 등 재미있는 테크닉을 많이 소개합니다. 4장 악법과 5장 항복은 제목처럼 어렵습니다. 이렇게까지 생각해볼 수가 있구나, 혹은 그리스의 철학자처럼 나의 생각을 잡아 계속 치고들어가는데 상당히 무섭습니다. 제 수준이 이런 깊이까지 못들어가나봅니다. 6장 무아는 재미있습니다. 정지와 관찰을 말합니다. (저자는 두글자를 참 좋아합니다)정지는 뇌의 이야기 제조기능 자체를 멈추는 것입니다. 관찰은 뇌에 떠오른 이야기를 가만히 바라보는 작업입니다. 이 두가지 작업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데 실제 해볼만한 기법을 제안합니다. 저멀리 있던 뜬구름같던 가르침을 당장 경험헤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안내합니다. 6장을 읽고나면 4장 5장이 조금 이해가 됩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간추려서 요약하려고 하니 이렇게 어렵게 표현했구나 하고 이해가 됩니다. 불교와 도교를 포괄하고 통합하여 실천가능한 방식으로 잘 정리한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뒤의 14페이지의 참고문헌은 거의 영어 논문이네요. 논문을 많이 읽는 것은 맞는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