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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인간을 유혹하는가
제시 베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원제 : Sucidal ; Why We Kill Ourselves
영문 제목보다 우리말 번역이 더 와닿습니다. 한글 제목을 참 잘 지었습니다.
이 책이 궁금했던 이유는 과연 어떤 독자가 있을 것인가였다.
죽으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관련 책을 사보려고나 할까? 자살을 하려고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혹시 책을 읽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려는 사람? 당장 내가 죽을거같은데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책을 사볼까?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책을 쓴건가, 어떤 내용을 다룰건가 하는 궁금증이 컸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전혀 몰랐던 분야의 배울것이 많구나 하고 감탄을 했습니다.
18세기 사상가 스탈 부인은 이렇게 썼다. “본시 사회에서 실패는 가장 아픈 불행을 만들고, 이것은 천 가지 방식으로 늘어난다. 그중 가장 가혹한 것은 사회에서 누리던 지위의 상실이다. 상상은 미래뿐 아니라 과거와도 관계되고, 사람들은 가진 것과 하나가 되는데 이것을 빼앗기는게 가장 애통하다."
21page
자살하는 레밍 때의 신화를 살펴보자. 지난 세기 오랜 기간, 대중은 레밍 떼가 좀비처럼 벼랑에서 뛰어내려 차례로 북극해에 빠져 집단 자살을 한다고 믿었다. 1958년 디즈니 다큐멘터리 하얀 광야 White Wilderness)에 그 장면이 분명하게 나왔다. 하지만 나중에 영화 제작자들이 이 장면을 날조한 것임이 밝혀졌다. 그들은 레밍 떼를 낭떠러지 끝으로 몰아놓고 유명한 자살 장면을 찍은 후, 급조한 회전대를 이용해 레밍 떼를 캘거리 시내 인근 강에 몰아넣고 촬영했다.
73page
저 혼자 생각했을 때 자살하기 전에 주변에 나 죽는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우울하게 은둔을 하다가 더이상 할수없을 때 하는 것이 아닐까 막연히 추측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많은 자살자들이 멀쩡하게 생활하다가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믾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놀래키고 더욱 안타깝게 만듭니다.
자살 과정의 6단계 체크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사례와 함께 4장, 5장에 설명하는데 참 안타까운 내용들입니다.

빼곡한 마천루와 수심 깊은 항구로 이루어진 홍콩은 추락 자살이 많다. 긴 세월 그랬다. 하지만 제시카 최 자살 사건이 알려진 뒤 당국은 숯 사용을 금지하려 애썼다.
1998년 젊은 보험 회사 간부인 제시카는 고급 교외지역 자택에서 혼자 침실의 틈새를 모두 봉인했다. 그런 다음 방 가운데 설치한 숯불 그릴에 불을 피우고, 침대에 들어가 조용히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었다. 그 수줍음 많은 비즈니스우먼이 어떻게 이 독특한 자살 방법을 알았는지 오늘날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방법을 들어본 사람도 없던 시절이었다. 어디서 방법을 알아냈든, 중국 미디어는 삽화까지 동원해 제시카의 자살을 대서특필하면서 숯불 자살'을 고통 없이 죽는 진기한 자살법으로 묘사했다. 이후 숯불자살은 큰 유행병이 되었다.
132page
미디어로 인한 자살 전염은 세로운 현상이 아니다. 자살의 모방 성향 때문에 그 관계성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1774년 괴테는 인기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첫 출간했고, 소설에서 사랑에 애태우는 주인공은 검은 승마 부츠, 노란 조끼, 파란 재킷 차림으로 책상에 앉아 머리에 총을 쏴서 자살한다. 이후 수많은 청년들이 비슷한 차림으로, 괴테의 책을 앞에 펼쳐놓거나 가슴팍 주머니에 넣은 채 같은 방식으로 자살했다. 베르테르 효과'로 불린 이런 사고가 워낙 많아서, 한동안 유럽 몇 개 도시에서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232page
자살도 보고 배운다는 것을 알았네요
자살 수단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면 상당한 자살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0년 전 캐나다 북극 지방의 이누이트 공동체에서 10대 소년들의 목맨 자살이 많이 발생했다. 당국은 모든 가정의 옷장에서 봉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이 원주민 집단을 연구한 심리학자 마이클 크랠Michael Kral은 설명했다. “자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은 집에서 가족이 잠든 야간 시간대였다. 옷장 안 봉에서 옷들을 오른쪽으로 밀고 왼쪽에 밧줄을 걸고 (…) 벽을 마주보았다.” 가정의 자살 방지 환경은 너무 단순해서 큰 효과가 없을 것 같고, 혹자는 비실용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효과가 있었다. 크랠은 지역에서 최고 자살률을 보인 마을이 4년간 자살률 제로가 되었다고 보고했다.
355 -356page
자살 방법을 배제하면 자살률이 줄어든다는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자살하면 안돼, 토닥토닥 따위의 감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제 자살을 많이 시도해보려고 한 사람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마지막에 멋진 말로 매듭을 짓습니다
이타적인 타인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도록, 모르는 이의 친절은 신비한 치유력을 발휘한다.
심리학자 매슈 녹Matthew Nock과 연구진은 어떤 사람에게 자살충동이 있느냐고 묻기만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이렇게 쓴다.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접근법은 한계가 있다. 특히 자살 성향 파악에 이 방식이 문제인 이유는, 사람들이 간섭이나 입원을 피하려고 그런 생각을 부인하거나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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