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중1 - 양손에 놓여진 권력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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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상권 1, 2를 안읽고 중권 1부터 시작했습니다. 김용의 영웅문은 사조영웅문을 안보고 신조영웅문이나 의천도룡기를 먼저 읽어도 내용이 이해가 되었던 기억이 있길래 비슷할 거라 추측했습니다. 어느 부분을 먼저 시작해도 충분히 이야기가 통할 것이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한 50페이지 읽는 동안 전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요. 주인공이 도대체 왜 다쳤는지도 모르겠고, 복부출혈이 난 것같은데 경혈에 침을 놓고 (아마도 마취를 하는 것같습니다) 자기 혼자 수술을 합니다.

황실의 태의가 놀래서 이야기하길래 아하 이제 옛날 시대에 다양한 첨단의술을 보여주나 보다 했더니 그걸로 끝입니다.

판시엔의 제자가 선생님은 시선이시잖아요 하길래 오호 이백, 두보같은 한시가 나오나보다 기대했더니 한편도 안나옵니다. (별칭이 시선이면 시 한편 정도는 쓰라구...) 그리고 왜이리 등장인물들이 많은지 괜히 서평이벤트 신청했구나 후회막심이었습니다.

100페이지까지 읽으면서 도대체 드라마에서 범한이 주인공이라는데 왜 안나오는건가. 1부의 주인공이 범한이고 2부는 판시엔이 주인공인건가 생각했는데, 범한 范闲의 중국식 발음이 판시엔이었습니다.

* 지은이 묘니는 猫膩라고 쓰고 마오니라고 발음합니다.

* 북제의 성녀에게 둬둬라는 소리를 하길래 1부에 있었던 에피소드인가 했더니만 이름이 하이팅 둬둬랍니다.

그래도 200페이지쯤 넘어가니 대충 이야기가 갈피가 잡히고, 반쯤 넘어가니 너무 많은 이야기가 순식간에 진행됩니다. 결국 600여 페이지 되는 내용을 순식간에 읽고는 다음 권은 어디 있지 찾았건만 아직 안나왔습니다. 1부를 안보고도 다음권을 기대할 정도니 내용은 괜찮은 듯합니다.

다 읽고 나니 전체적으로 텍스트적인 즐거움보다는 영상적인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같습니다. 황제와의 대화 장면이나 대종사와 만나서 밀고당기는 장면들이 딱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 생각으로 써나간듯합니다. 600페이지 한권 읽고 나면 글은 기억에 안남고 장면들의 영상이 머리에 남아있습니다.

꼼꼼하게 읽으면 좀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후 대학사가 짧은 시간, 깊게 생각한 후 말했다.

"군주기만죄입니다.”

“처벌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왜?”

“은전이 사적으로 쓰여 지지 않고, 제방을 쌓는 공무에 쓰였기 때문입니다. 군주를 기만하였으나, 군주에 대한 충심에 나온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경국 법률은 행위보다, 도리와 마음의 상태를 더 중시합니다. 폐하께서도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허나 법률이 있음에도 법률에 따라 처벌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법률을 지키려고 하겠느냐?"

“강의 치수가 잘 된다면, 백성들도 눈과 귀가 있으니, 자연히 폐하의 고심을 알게 될 것입니다."

후 대학사는 말을 마치고선, 황제와 주위의 몇 대신 외에는 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짧게 덧붙였다. "폐하, 최근에 계속 비가 오고 있습니다."

황제는 고심에 빠지기 시작했다.

'조정의 양심 있는 자들은 모두 판시엔을 남겨둬야 한다 생각한단 말인가?'

"판시엔, 자네가 직접 말해보게. 왜 짐의 허락 없이 은전을 그곳으로 보냈는가?"

"폐하, 때를 놓칠까 두려웠습니다."

사실 그 은전은 강남으로 보낸 은전 중 일부였고, 황제가 암암리에 윤허한 일이었다. 그래서 판시엔은,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413페이지

이 무슨 억지인가요. 행동으로 군주를 기만했는데 마음은 충심이니 괜찮다? 부하직원이 공무를 위해 나라돈을 올바로만 쓰면 허가없이 써도되는건가요.

게다가 군주의 돈을 정식허가없이 쓰는데 변명도 하지 않는구나. 쿨한 주인공이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마음만 충심이면 되나봅니다.


나이가 든 노인들은 비교적 냉정한 눈으로 세상을 꿰뚫어 볼 수있다. 왜냐하면, 봄날의 따뜻한 바람, 천둥 번개를 동반한 여름날의 폭우, 쓸쓸한 가을날의 서리 그리고 매서운 겨울날의 추위를 모두겪어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려운 상황에서 젊은이들 보다, 더욱 냉철하고 매서운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음모를 계획하는 데에는 경험보다 중요한 것이, 적에게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줄이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대가 낳은 모사는, 경험이 풍부한 노인이 아니라 거세를 당한 태감들이었다.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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