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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후, 인생의 멋을 결정하는 습관들 - 온전히 나답게 사는 행복을 찾다
이시하라 사치코 지음, 신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8월
평점 :
제목이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면 안될 일입니다. "50 이후" 의 깔끔한 표지를 보고 그래 나도 이제 50이 넘었는데 비슷한 나이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정말 좋은 기회구나 생각했습니다. 표지는 또 얼마나 깔끔합니까? 고풍스러운 골동품 그릇으로 분위기도 좋습니다. 인생 후반기에는 저렇게 멋진 골동품도 한두개 사면서 감상하면서 살아야 되지 않겠어? 인생 백년으로 보면 지금까지는 전반기였고, 이제 새롭게 후반기의 인생을 살아야겠구나. 이 책으로 후반기 생애를 시작할 첫번째 책으로 해야겠다 다짐도 했습니다.
그동안 20대에 꼭 해봐야할 ㅇㅇ가지, 30대에 해야할 ㅇㅇㅇ, 40대에 인생 후반을 준비하는 방법, 그런 책들은 이제 나하고 상관없는 이야기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왜이리 하라는게 많아. 20대에는 20대에 맞는 행동을 해야하고, 50대에는 50대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야지.
그런데 책을 펼치는 순간, 글쓴이가 여자분이셨네요. 게다가 1970년대에 20대였다고 하니 지금은 70이 넘은 나이네요. 늙어서도 우아하게 흰색으로 차려입는 법이라든가, 염색을 하다가 포기하는 나이가 있다는 등 어이쿠, 큰일이군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구나. 이를 어쩌지. 나는 우리 어머니 이야기도 안듣는 사람인데, 나보다 나이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일부러 읽어야 하는건가. 나도 꼰대지만, 70넘은 분의 꼰대소리를 어떻게 읽어야하나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이래서 책 소개 내용을 꼼꼼하게 읽었어야 해, 투덜거리면서도 술술 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역시 좋은 책은 꼼꼼하게 읽으니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에 대해서는 평소에 폴더를 만들어두고 관리한다. 파일명도 '물건이 갈 곳'으로 붙이고 누구에게 어떤 물건을 줄 것인지 써두었다.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는 과정은 간단하다. 우리 집에는 많응 사람들이 드나드는데 나는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지금 이야기해도 돼"라고 말한다. (중략) 그렇게 해서 내가 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을 때 그 물건이 친구나 지인에게 가는 구조다. (83-84p)
부엌에 항상 바나나를 걸어놓는다. 바나나를 바닥에 두면 그 부분이 검게 변하기 떄문에 매달아놓는 것이 좋다. (136p)
너무 궁금하죠. 바나나를 걸어놓는다니, 전등처럼 걸어놓는걸까. 괜히 이 부분을 몇번을 읽고 도저히 이해가 안되서 포기하고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사진이 있습니다. 궁금하시죠? 137페이지에 정답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찻잎으로 직접 끓인 차를 천천히 마셔보자. 본래 차를 우려 마시는 이유는 따뜻함을 느끼는 시간을 느끼기 위함이다. (189p)
느끼다가 두번 나와 답답하지만 그래도 이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죠. 저도 보이차를 차칼로 쪼개면서 이 짓을 왜 하나 생각하면서 따뜻한 물로 우려서 색깔이 번져날 때의 편안함이랄까 우아함을 느끼는데 딱 그 기분을 적어놨습니다. 시원한 보리차로는 잘 못느끼는 따뜻함이 번저나옵니다.
그날 돈을 가지고 가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좋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화려한 물건을 사진 않았지만 화려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10p)
새로운 물건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에 나이는 상관없다. (236p)
그렇구나. 저자는 나이는 70년 인생을 살았지만 아직 머리속은 20년, 어쩌면 40년은 젊은 생각을 갖고 있구나. 연륜있는 노년의 은근한 이야기도 있었고, 재기발랄한 소녀같은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어찌되었든 책값을 물어내야 할 정도는 아니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