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가 압권입니다.

아이패드에서 색상 반전으로 놓고 보는데 강렬한 검정색 화면이 나오길래, 오호, 이걸 칼라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고 칼라로 전환해보니 원래 표지가 흑백입니다. 왼쪽부터 처칠, 루즈벨트, 스탈린을 표현한 것같습니다. 
아이패드에서 글자크기 7로 하니 698페이지입니다. 종이책 찾아보니 604페이지네요. 

 

일러두기에서 글꼴은 '원본', 바탕색은 흰색으로 설정하면 종이책에 가까한 독서경험을 할 수 있다는 안내에 섬세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매번 검정바탕에 리디바탕체로 모든 전자책이 똑같은 모양이었는데, 오랫만에 출판사가 시키는 대로 하니 완전 새로운 책을 경험합니다. 인쇄된 책을 스캔한 듯한 느낌으로 즐겁게 보다가 하얀색은 아무래도 눈이 피로해지지요. 100페이지쯤 보다가 다시 검정바탕에 리디바탕체로 보니 훨씬 편하더군요. 
 
전체적으로 술술 읽히는 이야기 방식에 읽다보면 아차 이게 역사였지 하고 놀라게 됩니다. 마치 만들어낸 이야기마냥, 지어낸 것처럼 읽힙니다. 저자의 탁월한 필력이겠지요. 
1945년 2월부터 8월까지의 일을 풀어나가는데, 여러가지 관점이 흥미를 자아냅니다. 
6개월간의 주요 사건 일지가 있는데, 
4월 12일 루스벨트 사망, 트루먼 취임
4월 30일 히틀러 자살, 
7월 26일 처칠 총리 사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게 4개월만에 다 일어난 일이었던거야. 이 1945년이 지구가 뒤바뀌는 격동의 시대였던거구나. 그러나 한편으로 처칠이 사임안했으면 트루먼과 처칠이 원폭 투하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을까? 원폭 투하가 안되면 대한민국의 8.15 해방은 안되는건가. 오만가지 상상이 머리속에 펼쳐지지만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현실은 사실로만 이어집니다. 긴박한 현장 전개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책 한권읽으면서 애가 탑니다. 루즈벨트가 여기까지 해줬으면 되는거 아냐? 스탈린은 이렇게 했을거 아냐? 스탈린은 핵을 쓴다는 소리에 바로 일본을 침공했구나. 
얄타회담, 호츠담선언 등 역사책에서 몇줄 읽은 기록 뿐이라, 세 정상의 밀고 당기는 협상과 책략이 무섭게 와닿습니다. 
소설책이 아니라 다큐로 이렇게 긴장감있게 흘러갈 수 있구나. 어쩌면 역사는 소설보다 더 기구한 현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잘한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칵테일을 만들려고 하는데 1945년에 얼음을 구할 수가 없어 미지근한 물로 섞은 부분이나 라비에라 궁전의 건축가가 짜르의 계속 되는 주문에 풍자화를 벤치에 새겨넣었다는 사소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도대체 어떤 풍자그림일까 궁금해서 계속 구글링해봤으나 못찾았습니다. ) 
 
책을 반쯤 읽던 중에 마이클 돕스의 이야기 솜씨가 대단해서 다른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제 쓸데없는 버릇이지요. 책이 재미있으면 다 읽기도 전에 저자의 다른 책은 뭐가 있지? 번역된 것이 뭐가 있을까 찾아봅니다) 
0시 1분전 (아쉽게 품절), 1945, 1961, 1991 의 냉전 3부작, 하우스 오브 카드가 있습니다. 앗. 넷플릭스의 명작 하우스 오브 카드가 미이클 돕스였구나. 이 사람 영국 국회의원 출신이던데, 그래서 책에서 처칠을 그렇게 좋게 표현했구나. 의원출신이니 냉전시대의 숨겨돈 자료들, 핵개발 관련 서류들도 볼 수가 있구나 생각하면서 끝까지 읽었더니 
동명이인이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소련 특파원 출신인 마이클 돕스는 미국 논픽션 작가이고, 
하우스 오브 카드를 쓴 마이클 돕스는 영국 상원의원을 지낸 와일리 돕스의 필명이었습니다. 이 사람 저서로 처칠의 시간, 처칠의 승리라는 책이 있다고 기억해서 제 머리속에 두 사람이 합쳐져서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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