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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표 ㅣ 북멘토 가치동화 71
니시무라 유리 지음, 오바 겐야 그림, 김정화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속에 오래된 괘종시계가 '째깍'거리며 돌아가는 듯했다. 니시무라 유리의 『사라진 시간표』는 단순히 '시간표가 사라져서 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 모두가 한때 가졌으나, 어느새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삶의 여백'에 관한 아련하고도 따끔한 질문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학교의 시간표가 사라지자 아이들은 해방감을 느끼며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나선다. 흙을 만지고, 하늘을 보고, 친구와 실컷 웃고 떠든다. 작가는 이 혼돈스럽지만 생기 넘치는 풍경을 통해, 시간표라는 네모난 틀이 아이들의 하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동시에,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들—예측 불가능한 우연, 의미 없는 몰입의 즐거움, 관계의 느긋함—을 얼마나 철저히 소거해왔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책이 매혹적인 공포로 다가오는 지점은 바로 '어른들'의 반응이다. 시간표가 사라진 세상을 마주한 어른들의 불안과 혼란은, 곧 나의 불안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강박. 그 강박이 아이들의 행복보다 우선시되는 어른들의 세계.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아이들의 해방감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라는 어른의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내 안의 이중성을 발견하고 씁쓸해졌다.
결국 이 책은 묻는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은 과연 더 빽빽하고 완벽한 시간표인가, 아니면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조율하고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텅 빈 시간' 그 자체인가. 『사라진 시간표』는 잃어버린 시간표를 찾아 헤매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잃어버린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우리 모두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