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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통섭 - 학문의 경계를 넘다 ㅣ 통섭원 총서 1
최재천.주일우 엮음 / 이음 / 2007년 3월
평점 :
통섭이라는 단어가 알려지고 유행하는 것 자체가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너무나 부분적이고 전문적으로 나누어져 있는 현 사회에 대한 반성과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리라.
이 책은 2006년 9월 통섭원 개원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심포지엄의 발표문을 다듬어 묶은 것이다. 동서양 철학 전공자부터 물리학자까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의 통섭에 관련된 생각과 글을 묶은 것이고 아마도 첫번째 시도였기 때문에 내용이 일관되거나 하지는 않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장점인 것 같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생각을 그대로 접한다는 것...
통섭으로 가기전에 경계를 넘어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것이 먼저일 테니까...
다양한 분야인 만큼 평소의 관심이나 책읽기의 차이에 따라 어려운 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글도 있다.
이 책은 단지 통섭으로 가기 위한 출발일 뿐이다.
통섭을 개인으로 이야기 하자면 전인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 해도 물리학을 하고자 했디만 지금은 치의학을 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때에는 철학과 문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정치학과 사회학, 역사에도 관심이 있으며
현재도 과학분야의 책을 주로 구매하고 읽는다. 전문가 시대에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매몰되다보면 생각이 편협해지고, 편협된 결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의 과학이나 지식은 너무나 많고 깊이도 너무나 깊어서 그것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 읽은 비틀린 우주라는 것도 너무나 어려워서 읽는데 한달이 넘게 걸렸다.
방송이나 다른 미디어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대중적으로 교육하는 내용이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방송 같은 곳에서거나.
또한 책들도 한국 필자들이 쓴 좀더 쉬운 과학대중서가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정재승씨의 책 정도 말고는 대중적인 과학서를 찾기는 힘들다.
한편 통섭의 필요성은 사회적으로 요구된다.
몇년전 있었던 황우석 줄기세포 연구 사건 같은 경우는 생물학이나 의학의 아주 전문적인 내용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의료윤리, 연구윤리, 생명윤리 같은 철학이나 종교학의 문제가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이를 통한 산업화를 추진하려는 경제학의 문제가 있었으며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세력의 문제인 정치학의 문제, 법의 문제인 법학의 문제, 사태를 둘러싼 대중들의 심리의 변화에 대한 심리학과 미디어의 문제인 언론학등 다양한 학문분야의 문제들이 중첩되어 나타났었다.
하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 어디서도 제대로된 평가나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사회적으로 여러곳에서 통렬하게 반성할 것이 많았는데, 그대로 넘어가고 있다. 중첩된 문제인 만큼 다들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이 책의 필자 중 한명이 지적하듯 아직 한국사회는 통섭을 이야기하기 전에 '통하는 것' '대화' '이해' '소통'이 필요한 단계라는 지적이 전적으로 공감한다.
통섭에 대해서 관심있는 사람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통섭의 제안자라고 할 수 있는 윌슨에 대한 비판적인 글도 많이 있어 균형감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