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삶을 구걸하면서도 스스로 죽을 수 밖에 없다

 

김용진 논설위원 kygdc@naver.com


 


 


   
 
 
 
내 병원은 성남 남한산성입구역에 가까이 있다.

많은 지하철 역 이름이 그렇지만, 역에서 내려서 바로 남한산성이 보이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날이 좋고, 나뭇잎이 울창하지 않고, 눈이 쌓여 있지 않은 겨울에는 아마도 남한산성 일부가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역에서 남한산성 입구까지는 버스나 마을버스로 네 정거장 정도 가야 하고, 거기서 부터 등산을 해서 한 40~50분정도 올라가면 남한산성 남문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권하지는 않고...

성남에서는 남한산성 남문으로, 광주에서는 남한산성 동문으로 차가 들어갈 수 있으므로, 차로 들어가면 된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산성역(남한산성입구역이 아니라)에서 남한산성내로 들어가는 버스나 마을버스가 있고, 아니면, 남한산성내 식당을 예약했다면, 전화를 하면 대개 식당에서 차를 보내니, 이를 이용해도 되겠다.

성남에 있으면서 남한산성을 그리 많이 다니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가게 되는 연유는 첫째 음식점, 둘째 사찰, 셋째 벚꽃구경이다.

봄 벚꽃이 괜찮은 편이니, 한번 구경하러 갈 만하다. 벚꽃이 좋은 주말에는 사람과 차가 너무 많아서, 좀 번거롭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김훈이라는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겨레 신문에서 그가 기사를 쓴 것을 보고, 참 글 잘 쓴다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좀 '먹물' 냄새가 왠지 싫어서 칼의 노래니, 현의 노래니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많이 읽힐 때, 별로 읽고 싶은 맘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남한산성이라는 책을 냈다고 했을 때는 읽고 싶어졌다. 별로 다른 뜻은 없고 내가 사는 동네(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어떻게 다루었는지 궁금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남한산성이라는 소설은 청나라의 1636년 조선 침략시에 남한산성에서의 한달 반동안의 저항(?)기간동안의 이야기이다.


압도적인 청나라의 병력앞에서 전혀 준비없이 농성처럼 피한 남한산성에서, 결국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싸울 것(결국 죽을 것)을 주장하는 자와 협상(결국 굴복)하여 살 것을 주장하는 자의 말들이 치열하게 얽히는 이야기들이 주된 내용이다.

물론 결국 왕은 청에 굴복하였다. 줄거리만 보면 그렇다.

내개 흥미로왔던 것은 남한산성 내에서의 그 현란한 말장난들이 아니라, 청나라 칸의 말(글)이었다.

이리저리 돌려서 알아듣기 어렵게 말하지 않고, 논점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말과 글이 발달하지 않은 문화의 차이일까, 아니면 힘 있는 자의 자신감일까?


둘 다일 것 같다. 아마도 군사력을 앞세운 정복전쟁을 통한 제국확장에 힘쓰던 시기에는 명령과 보고가 명확하고 단순해야 했고, 또한 안정되게 문화가 발전하기 어려웠던 청나라의 상황이 있었을 것이고, 쥐구멍에 몰린 약자에 대해 의사를 명확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했을 것이다.

조선의 입장에서는 굴복하기는 싫지만,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신도 변명하고 적에게도 변명하고, 백성들에게도 위신을 깍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말을 되도록 모호하고 알아듣기 어렵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청의 관리가 평가하듯이 '삶을 구걸하면서도 스스로 죽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진심을 말하지 않으면서 진심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면서 사실로 말해야 하는 상황. 그것은 누군가를 속여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그러다가, 자신의 말에 자기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도 잊고 거짓을 사실로 진심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되기도 한다.


한미FTA 협상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의 요즘의 말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2007년 0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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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23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