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최인하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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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교도소의 형목으로 살아온 짐 브라질 목사의 이야기"

스웨덴 국영방송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는 언론인 카리나 베리펠트가 인터뷰를 통해 짐 브라질 목사가 전달하는 사랑, 용서, 그리고 구원의 의미를 배우고 독자들에게 그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A Good Day To die.

죽기 좋은 날이 있을까?


사형수 얼 베링거가 사형장으로 향하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가에 웃음을 띠고'죽기 좋은 날이네요'라고 말하며 사형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 사형수는 자신의 끔찍한 죄를 후회했고 내내 속죄했어요. 비록 짧지만 남은 생을 후회 없이 보내려고 노력했고, 자신이 죽는 날을 긍정적으로 만들기로 했죠. 그렇게 그날은 죽기 좋은 날이 되었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오늘은 살기 좋은 날이면서 죽기 좋은 날이기도 합니다. 하루하루는 제가 만들어가는 거예요."


인을 해 다른 사람의 삶에 근 피해를 입힌 사형수들을 구원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도 굉장히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형수들의 스토리를 읽을 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기도 했고,

애꿎은 피해자들에 대한 생각이 밀려와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그런데 다른 걸 다 떠나서 오늘은 살기 좋은 날이면서 죽기에 좋은 날이기도하다다는 말에서. 죄를 지은 이후에 단 한순간도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없었던 사형수가 죽음을 앞둔 순간을 죽기에 좋은 날이라며. 그 순간을 긍정으로 만든 마음을 보며 내게 주어진 이 순간 모두를 살기에 좋은 순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도와준 책이다.

죄를 지어 자신의 인생을 허비한 그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사는지도 모른다니...

햇살 가득한 오늘 또한 멋진 날로 이끌어갈 책임은 나에게 있다.

짐 브라질 목사의 자신의 개인적인 삶까지 고백하며 하고자 했던 말은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용 중에는 짐 브라질 목사의 결혼 생활 에서의 외도.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한 카리나 베리 펠트가 성장기에 아버지에게서 받은 학대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카리나 베리 펠트는 짐 브라운 목사가 사형수와 피해자 가족 간의 화해

그리고 신에게로 전도하여 그들이 구원 받았다고 믿으며 죽을 수 있도록 돕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용서'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카리나 자신은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며...

하지만

짐 브라질 목사는

"용서를 다룰 수 있어야.

죄책감과 분노, 용서를 다룰 수 있어야 건강한 삶을 살게 된다고.

용서한다는 것은 그게 괜찮았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그로 인해 상처 받지 않는다는 뜻.

용서를 하면 이제 그 사람은 당신에게 과거처럼 영향을 미치지 못 하게 된다."

라고 이야기해 준다.

처음에 책을 읽으며 단순히 사형수들을 미화하는 느낌 그리고 그들이 벌을 덜 받는 느낌으로만 받아들였는데.

그들을 용서해야 내 삶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임으로 필요한 것이었다.

짐 브라질 목사가 말한 교훈은 내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용서인 것 같다.

내가 신을 믿지 않고 종교가 없으니 사형수들이

짐 브라질 형목의 인도로 천국에 정말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죽기 전에 외롭게 사형대에 누워있을 때 짐 브라질 형목이 따뜻하게 잡아준 발목에 느껴진

감촉 하나로도 잠시 나마 두려움을 내려놓고 죽지 않았을까? 싶다.

짐 브라질 목사는 그렇게 열심히 살았음에도

"저는 행복했고 축복 받았다고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불만스럽기도 했어요.

사람들을 실망 시킨 것 같았죠.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할 수 있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평범한 오늘 하루도 내가 만든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찬 것으로

만들어 가는 삶을 살라고 말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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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 서사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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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책표지가 너무 예쁘다. 단순한 꽃 모양 패턴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색들이 총출동해서 더 좋다.

책 사이즈는 어머 왜 이렇게 작아? 손바닥만 하네..^^

배우 최강희가 "좋아하는 책의 마지막을 읽었으니.. 나는 이제 어쩌냐.." 하며

서평에 아쉬움을 담았고,

<어서 오세요~ 후남동 서점입니다>의 저자 황보름이

"그녀가 차츰 과거에서 벗어나 '마침내,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걸 보며

마치 내일처럼 기뻐진다"라는 멋진 서평을 남겼으니,

확실한 믿음줄이 되었다.

그리고

첫 장을 넘겼다.

예쁘고 작은 책이어서 빠르게 읽으면 몇 시간이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역시나 페이지마다 문장마다 그리고 주인공 도연의 말과

이외의 등장인물들의 말을 곱씹고 상상하며

늘어지는

나의 태도를 발견했다.

마음에 남는 것들이 많은 책이다.

예쁘고 작지만 임상심리사가 쓴 심리 상담서라 볼 수 있다.

이 작은 책에 그 큰 울림을 넣었을 줄이야...

주인공 도연은 가사조사관이다.

책 날개 작가 소개란에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임상심리사' 라는 소개를 보고

주인공이 상담 관련이겠구나 했지만 가사 조사관은 예상하지 못했다.

가사조사관은 가정법원에서 재판장, 조정장 또는 조정 담당 판사의 명을 받아 가사 사건에 필요한 사실을 조사하는 일을 하는 법원 공무원이다. 이들은 당사자의 환경, 관계 등을 조사하고, 자녀 양육 환경을 살피며, 때로는 상담 및 조언을 제공하기도 한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병원에서 임상심리사로 일하던 도연이 가사조사관이 되어

만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보듬으며 자신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을

담담히 지켜주는 이야기이다.

짧게 한마디로 말하자면,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런 배려도 있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제목처럼 "마침내, 안녕!" ...

불편하고 힘든 마음들 안녕!...

소소하게 들려주는 에피소드는 두 손을 불끈 쥐게 한다.

도연에게는 큰 상처가 있다.

편안하게 툭 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마음들을 담고 임상심리사라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

여기에서 겪게 되는

합리적이지 않고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들에 대하여,

도연이 취하는 태도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상황들을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준다.

맞아. 그렇지. 하며 공감이 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꽤나 통쾌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도연이 가사조사관으로 일하며 만난 김시재라는 아이.

그녀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는

도연이 말해준 그대로 '열심히 살지 마 그냥 살아'!에 딱 부합된다.

그만한 저력이 있는 시재의 씩씩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작고 짧은 스토리 내에 다양한 사람의 모습이 등장한다.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작은 사회의 모습이랄까?

편안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방법들로 극복해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렇게 작은 책에 간결한 스토리와 단정한 문장 그리고 담담한 언어들로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작가의 필력에 놀라움을 던진다.


▣자신이 틀리고 잘 못한 것은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의사가 없는 누군가를 핑계 대며 다른 입으로 말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도연이 임상심리사로 일할 때 만난 상사 지원이라는 인물이 있다.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용하는 인물. 사실 약점도 아니다.

자신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따르지 않은 것도 아닌데.

도연을 수동 공격적인 사람이라 늘 행동이 미숙하다며 헐뜯는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는

달려가서 지원을 때려주고 싶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연이 보여주는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은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효력을 다해 비난하고 탓하는 것 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

늘 자신이 피해자인 사람들, 상대방을 증오해야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누구도 무력해질 수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생각된 것은

이 책은 상처 받은 마음을 지우개로 지워가는 이야기들로,

세상은 절대로 너를 혼자 살라고 하지 않는다는 위로를 준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려운 심리학 책은 싫지만 읽으면서 지금을 살고 있는 내 마음을 토닥여 주는 책.

과대 포장된 일상이 아니어서 더없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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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우체부 배달희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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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인생을 영화에 비유하곤 한다. 

그렇다면 나는 분명 존재감 없는 조연일 거다. 

아니 어쩌면 조연조차 되지 못하는 엑스트라일지도 모르겠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누구의 기억 속에도 남지 않는 행인1"

주인공 배달희는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저승 우체부가 되었다는 저승차사의 말에.

"왜 저인가요?"

"저는 길가에 있는 돌멩이처럼 발에 치이기 전까지는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하기엔 지나치게 중요한 일인 것 같은데요."

스스로를 특별하지 않다고 아니 오히려 하찮다고 여기는 배달희가 우체부 임무를 맡으며

자신을 특별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게 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저승 우체부가 된 배달희는 매일 밤 저승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통해 저승으로 가서

편지를 수거한 후 이승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이 차츰 익숙해지고,

매일 한 두통의 편지를 이승에 있는 이들에게 배달을 합니다.

"누군가는 아직 어린 아들딸에게 다정한 잔소리를 남겼고,

누군가는 슬픔에 겨운 아내에게 케케묵은 보험 증서의 위치를 알렸으며,

또 누군가는 홀로 남은 늙은 아버지에게 통장 비밀번호를 전했다. "

배달희는 이렇게 편지를 전달하며 세상에 수많은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되며

함께 웃고 울기도 하며 점점 일을 보람 있게 느끼게 됩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모습이 보여요.)

눈물 글썽. 슬픈 마음과는 별도로 저승으로 떠나는 망자들의 마음의 편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남아있는 사람에게 살아갈 큰 힘이 전달되겠구나..라며 생가가고 읽다 보니..

모두에게 위로를 주는 이야기네요.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도 잘 하고 있어.

너는 너 자체로 소중해! 하며

다가가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후회없이 진심을 전하는 용기를 쥐어주는 이야기.

아이 어른 모두가 서로를 감싸안아주는 성장 소설이에요.

어른이라고 모두 정답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저승에서 온 마음의 편지로 오해도 풀고,

익숙하지 않아 서로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도 전달합니다.

이 책을 쓰신 부연정 작가는 <소리를 삼킨 소년>이라는 책으로 자음과 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며 청소년 문학 세계에 등단하셨다고 하네요.

저승 판타지 이야기 자칫 유치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들이 서로 잘 엮이어 짜임새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 줍니다.

정말로 저승 우체부가 있으면 좋겠어요.. 아니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해 줄 마음 배달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재밌었어요.

자신을 바닥에 치이는 돌멩이 정도로 여겼던 주인공 배달희가 마지막에

나의 시선. 내가 나를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건 나지요?

따뜻한 청소년 동화 덕분에 눈시울도 적시고 지금의 내 마음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들도 우리가 가보지 못한 그곳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에 발이 묶여 자신의 죽음보다도 더 슬프고 답답한 마음을 겪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편지로 전달해 주는 저승 우편배달부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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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표준 노트 - 창의력을 자극하는 174가지 그래프
팀 샤르티에.에이미 랭빌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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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수학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노트!

수식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들로 짜인 노트!


"줄 노트에서 핵심은 선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선들 사이의 공간이다. 선들은 그 사이의 공간에 생각과 그림을 초대한다. 선들은 그저 강둑에 불과하며, 그 사이로 흐르는 강물은...... 무엇이건 당신이 채우길 원하는 모든 것 이 될 수 있다. <들어가는 말>""


책에서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만약에 선들을 바꾸면 생각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았던 면에 각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면 어떨까?

@만약 선들이 무질서해진다면, 어떤 개념들이 살아날까?

위와 같은 질문을 담은 <비표준노트>는

수학적 결과물로 그려진 그림을 제공하며 상상을 하도록 도와 준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면 수학적으로 보려 하지 않아도 수학에 닿아있고,

수학적으로 보려 하면 한 장의 멋진 그림이 되어 미술관에 초대받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어렵다고 느끼는 수학적 정의나 수식을 무심코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는 것 처럼,

아름다운 이미지 갤러리, 비공식적 수학 과외수업, 그리고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노트로

이 책을 언급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 노트를 그냥 따라가 보면 선들의 유희를 느끼게 된다.

직선들이 어떻게 톱니 모양이 되는지,원들이 어떻게 분열하고 통합하는지가 담겨 있다.

수학적 유래와 선의 모양을 경험하는 것 만으로도 이 노트의 목적은 달성 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흥미로웠던 마지막 장에서는

<카오스에서 나온 뜻밖의 결과>라는 부제로 무작위성을 설명한다.

실제로는 아무 패턴이 없더라도 모든 것에서 어떤 패턴을 보려고 하는 인간의 경향을 아포페니아라고 한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별들을 연결 지어 별자리를 보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건들을 연결 지어 거대한 음모를 지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늘 패턴을 찾는 우리의 마음은 진정한 무작위성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 보인다. 우리의 뇌는 무작위의 조각들에 의미를 부여한 정교한 기계라고 생각해 보자. 거기에 조금의 혼돈을 부여하면, 마음은 어느 방향으로든 튀어 오르고,이내 한없이 달려간다. 많은 음악가와 미술가는 이런 현상에서 얻어진 무작위로 섞인 카드에서 자극 받아 창조적인 영감을 얻는다.

무작위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예술가들. . .


'어수선한 책상'은 매일 어질러져 있지만

거기엔 나만의 규칙이 있다고 주장하는 나의 마음을 그린 것 같았다.


내가 긋고 있는 선들의 규칙에서도

수학적 의미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필기를 하거나 선을 따라 그려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선을 훼손 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천천히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 많은 상상을 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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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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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북스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추억하고 느끼며 편안해지는 시간을 선물하는 사람! 김창완

"쌓아 놓은 헌 책들 사이에서 찾아낸 글 묶음 속에서 곰팡이 냄새가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풋사과 냄새가 났습니다. 몇몇 구절에서는 삶의 흔적들도 묻어나더군요. 그물 사이로 빠져나갔어도 하나도 아쉬울 게 없는 이야기들 일지도 모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잠깐의 프롤로그에서 만으로도 한편의 근사한 글을 적어 놓으니 이분의 정체는 무엇인가?

고민 없이 툭툭 써내려 같을 법한 문장들이 마음에 와 닿고 읽고 나면 다시 되돌아가 무언가를 곱씹게 된다. 사람 김창완이 보인다.

그리고 책을 읽고 있으면 흐뭇한 미소의 김창완 님이 떠오른다던가..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한다.

p.158 학교를 오가는 일은 익숙해졌는데 한 가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종소리를 듣고 어느 것이 수업을 알리고 어느 것이 끝을 알리는지 구분할 재간이 없었다. 노는 시간인 줄 알고 나오면 다른 아이들은 다 교실로 들어가고 수업 받으러 들어가면 다른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놀고 있곤 했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웃으며 나를 안아주셨다. 그러곤 "창완인 자연인이야" 하며 속삭이셨다.

받아쓰기보다 더 어려웠던 종소리를 미소로 깨우쳐 주셨던 선생님. 선생님께선 말과 글 뿐만 아니라 자유와 사랑을 가르쳐 주셨다.

이런 사랑을 받으셔서일까?

p.170 꿈이 있지만 재능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을 겁니다. 그때도 저는 그게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노자는 벽이 방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벽을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절벽이다''마지막이다''내 재능은 여기까지다' 이렇게 생각하는 대신 자기 방이 생기는 거지요. 한계를 못 느꼈다면 내 방도 없습니다.

막연히 잘될 거야 해봐! 가 아닌 이미 당신이 만들어 온 당신의 방이 있는 것만으로도 방을 키울 자산을 가진 것이라는 위로를 해 준다.

p.175

고 놈 영리하게 생겼다.

...

훌륭한 사람 될 거지?.

...

어른들이 그렇게 물어본다고 냉큼 '장군이 될래요. 아니 대통령이 될 거예요." 하고 대답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한마디만 잘못 뱉었다 하면 어른들은 주책없이 떠벌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분명 나이 많은 어른인데 아이의 마음을 너무나 꿰뚫고 말한다. 눈 만 감고 있으면 대여섯 살 혹은 초등학교 2~3학년가량의 김창완이 떠올랐다. 어 뭐지? 이렇게 종횡무진 삶을 현실과 과거와 추억을 넘나들며 살아갈 수 있는 거야? 라는 생각을 했다.

p.202

"자유에 대해 자유롭게 쓰세요"

"그러면 책상에 관하여 책상같이 쓰라는 건데... 야, 그거 골 때린다. '자유'에 대하여 자유롭게 쓰라는 게 자유를 주는 거냐 뺏는 거냐?

이 문장은 읽는 동안 피식 웃음이 났다. 너무나 김창완식이었다.

p.238 <별> 가장 마음에 남는 이야기이다.

꼬부랑 논둑길을 달려 미나리꽝이 있는대쯤 오면 누렁이가 달려 나온다. 자기는 진종일 놀았는데 나는 학교 다녀오니까 미안했는지 꼬랑지를 오른쪽 왼쪽으로 신나게 흔든다.

누렁이와 이렇게 소통을 잘 하다니 이분 머릿속엔 누렁이 친구도 있는 게 분명하다.

아니 누렁이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할멈에게 남겨진 세 살배기 아기가 '화 '라는 감정을 배우고, 엄마가 없는 걸 느낀 뒤 눈망울에서 떨어진 눈망울이 개미들을 헐레 벌떡하게 만드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이입시키며 그려낼 줄은 몰랐다. 세 돌 지난 아이였다는데...

"엄마 보고 싶어?"라고 할멈이 물을 때마다 자는 척을 했다. 눈 감고 자는 척을 하면 눈물이 귓구멍 쪽으로 흘러내렸다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꿀떡하고 눈물을 삼키면 "안자니? 달이 참 좋다." 하고 방문을 열어 젖혔다.

달빛은 시큼했다.

쉰 밥 냄새가 났다.

기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았다

할멈의 웃음처럼 허전했다. 웃지도 울지도 않고 달은 서산을 넘어갔다. 그렇게 엄마 생각이 사라지면 잠이 들었다.

할멈이 간 곳을 이내 찾았다. 할멈이 간 곳은 내 여섯 살의 봄이다. 오늘도 별이 빛난다...

먹먹하고 눈물이 고였다.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 분은 먼저 계산이라는 것을 하는 법이 없다. 이쯤 살아온 사람이라면 잘난 척도 좀 하고 거들먹거리고 좀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지만 많은 것을 이루어내 살아왔는데도 있는 여전히 똑같은 모습인 게 내심 부러웠다.

나는 김창완이라는 사람은 자유를 부르짖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과식을 하면 체한다. 내가 자유에 얹혔을 때도 너무 많은 자유가 내 몸을 상하게 했다. 죽을 수 있는 자유까지 꿈꾼다면 그건 육체의 병이 아니라 정신까지 망가진 상태다. 재가 자유의 급체로 앓고 있을 때 친 친구가 물었다.

"너도 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냐?

...

자유에 대하여도 김창완만의 기준이 있었다. 자유는 자신 안에서 느껴지는 해방감, 충만감이라 믿는 대서 기인한다고 하며 조화로움에서 온다고 설명한다. 자 자유 줄게. 누려봐 하고 툭 하고 던지고 잡아 챌 수 있는 것이 자유는 아니다.

가볍게 생각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김창완 님의 삶의 뿌리가 되었다는 가장 사소한 이야기들. 결국 가수, 배우, DJ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삶을 이야기해주는 철학가이기도 한가보다. 사소한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삶을 이루는 기적. 이 책 안에 그 소중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설레어 책장을 넘기고 가벼움 속에 숨겨진 무거운 진실이 느껴질 때 숙연해졌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모습에 나도 그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뾰족한 수가 없다. 넘치는 자유를 먹고 체하셨다는데, 그러면 자유분방할 것 같은 김창완 님도 사실은 적당한 자유 속에서 적당한 통제를 당하며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나라고 별 수 있게냐?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삶도 있구나.. 노래에도 김창완이 있고, 연기를 하는 데에도 그냥 김창완이 있다. DJ김창완도 있다. 애쓰지 않아도 하고 있구나 싶은데 그렇게 살아가는 것 이 이미 애쓰는 거네.

4부 삶을 무게로 느끼지 않기를 <제목 자체가 위로가 되는구나 하고 느꼈다.>

무엇인가 인생의 발목을 잡을 때는 삶을 돌아보라는 의미인지도 모를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어쩌다 가수가 됐을까?" 오래전에 들어선 낯선 길을 내처 따라왔을 뿐입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지나온 길도 숲이고 앞으로도 온통 숲입니다. 음악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노래에도 주름살이 파인 것 같습니다.

하면 할수록 조금은 더 알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이 예술인지도, 인생인지도...

이렇게 매 순간 값진 이야기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웃으며 시작했다가 먹먹함으로 마무리되는 에세이집.

책장을 열고 글을 읽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마지막 책장을 덮는 그 시간 동안 시간 여행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내가 만들어 둔 어떤 기분 좋은 곳에 다녀온 것 같기도 하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지나온 모퉁이마다 삶이 건네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김창완

세상 복잡한 요즘 어디 한 곳 한눈팔 곳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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