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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감성을 건드리는 몇몇 포인트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단연 ‘엄마’라는 단어일 것이다.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크고 묵직한 울림 정도를 예상하며
이 책의 제목만 들었을 때엔 그냥 단순한 엄마들의 힘든 여정을 걸어온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서평단 신청을 해서 책을 받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두껍고 빽빽한 글자를 보고 당황하기도 잠시 저자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은 출판사의 이벤트에
작가가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한자 한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지금은 비행기로 10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그 시절 그때는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미지의 땅과 같은 포와(하와이)로
저마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안고, 좋은 신랑을 만나야겠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떠나간 세 여자의 이야기이다.
경상도 어딘가에 있는 쉰 가구가 채 안 되는 작은 동네인 어진 말에 사는
구한말 의병활동을 하다 죽은 아버지를 가진,
그래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없고 배우고 싶지만 남동생들의 틈에 치여서 배울 수 없는 맏딸 버들이와
시집은 갔지만 남편이 죽어 과부가 된, 남편 죽인 여자라는 주홍 글씨를 이마에 새기고 살아가야 하는 그녀의 고향 친구인 홍주,
그리고 무당 할머니를 가지고 어미마저 정신을 놓아 무당 손녀, 미친년의 딸이라 사람다운 대접은 기대도 못하며 살아가야 하는 송화가
살아보겠다고 배워보겠다고 사진 신부가 되어
머나먼 이국땅, 꿈에도 본 적 없고 이름조차 생소한 포와(하와이)로 가게 된다.
희망과 부푼 기대감도 잠시 포와에서 살아가는 삶은 그녀들이 기대했던 그것과는 달리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눈물의 밤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그녀들은 그 먼 곳에서 고향을 그리며 가족을 그리며 누군가의 아내로 또 엄마로 그렇게 살아간다.
살아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포와, 그 꿈에 부풀어 왔던 그곳에 자신들의 뿌리를 내리며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서로를 연대하며 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나약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삶이 아닌 자신들이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려 애쓰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어떤 무언가의 시초가 된다는 것, 어떠한 문화가 정착하고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
여성이라는 이유로 핍박받고 무시당하고 자신이 꿈꾸는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기회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쉬 배울 수 없었던 그때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고 꿈을 품고 내 삶을 살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렇게 산 넘고 바다 건너 가족들을 떼어놓고 떠나야만 했던 그녀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실 처음부터 버들이와 홍주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 능동적이었다.
사진결혼을 하겠다는 선택도 포와로 가겠다는 선택도 다 그녀들이 선택이었으니...
어쩌면 본인들의 선택이었기에 그 힘든 삶도 견뎌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단순한 100여 년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이 되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하와이 이주민의 삶 또한 보여주고 있어서
다 읽고 나니 역사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쉬지않고 휘몰아치는 이야기 덕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누구나 한 번 쯤은 꼭 읽어 볼만 한 책이라 꼭 읽어 보길 추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