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틴더유

아이 틴더 유 ㅣ 트리플 7
정대건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정대건 작가는 전작 ‘GV빌런 고태경‘을 통해 알게 되어 낯선 작가는 아니었다. 전작을 통해 느낀 것은 정대건 작가는 영화에 조예가 깊다는 느낌과 작품 속에는 영화를 매개로 한 무언가가 꼭 들어가는데 가령 주인공들이 다 영화감독이거나 혹은 크든 작든 영화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0대 때 영화를 연출을 했던 자신의 삶을 녹여서 글을 썼기에 어느 정도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 틴더 유’라는 표제작을 가지고 이 얇은 책 안에는 세 가지 단편과 정대건 작가의 에세이 그리고 이 책의 해설이 수록되어있다.

제일 눈에 들어왔던 것은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아이 틴더 유’라는 작품이었다.

‘틴더’라는 데이팅 앱을 통해서 만난 호와 솔,

마냥 가벼워만 보이는 그들을 만나게 해 준 매개체 데이팅 앱과 달리 그들의 만남은 그렇게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가벼움과 무거움 그 사이 어느 언저리 어느 곳에 머물고 있다.

내가 너의 세컨드라고 생각하면 별론데, 서로의 스페어 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든든하다는 말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이 한 줄의 대사가 귀속되지 않은 가벼움을 추구하지만 마음 한곳에는 든든한 안식처를 필요로 하는 그런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영화를 만들던 영화감독 출신 작가라서 그런지 그의 작품을 보면 이걸 영화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GV빌런 고태경이란 작품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 신작인 ‘아이 틴더 유’ 또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 고태경 작가의 신작도 기대해본다.

오프닝건너뛰기

오프닝 건너뛰기 ㅣ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어느 순간부터는 긴 호흡을 갖고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하는 일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단편소설이나 드라마보다는 비교적 짧은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런 나에게 딱 인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의 제목은 오프닝 건너뛰기!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트리플이란 시리즈를 기획하였는데 그 중에 두 번째 책이다. 트리플의 의미는 책 한권에 세 가지의 소설을 모아 두기도 했고 작가, 독자, 작품이 세 가지 요소가 함께 어우러지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트리플이라는 시리즈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은모든 작가를 처음 접하였던 것은 안락이라는 소설에서였다. ‘죽음’이라는 어둡고 다소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고 차분히 잘 풀어가며 이야기 서사를 진행하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의 신간 서평단 모집의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두 번 고민도 없이 서평단에 신청했고 책을 받게 되어서 한발 빠르게 은모든 작가의 신작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은 ‘오프닝 건너뛰기’, 이 작고 얇은 책속에 세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세 가지 이야기 중 가장 나의 눈길을 끌었던 이야기는 코로나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기 시작한 수미와 경호의 이야기를 담은 오프닝 건너뛰기였다. 나 역시도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년 가을 어느 날, 인생에서 다시없을 큰일인 결혼식을 세상에서 더는 없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진행한 사람이다 보니 뭔가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고나 할까? 이 이야기에서는 서로를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결혼생활은 생각해왔던 것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살고 있는 수미와 경호 이 신혼부부의 이야기이다.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 때문에 결혼이란 무대의 오프닝이나 진배없는 결혼식을 건너뛰고 시작한 결혼생활. 순간순간의 삐걱거림이 따른다.

경호의 따뜻하고 여유롭고 느긋한 그 성격이 수미에게 다그침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어 돌아오고 그렇게 삐걱거림과 맞춤을 반복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해간다.

크고 작은 삐걱거림의 순간 속에서 수미가 그의 직장 선배 명주에게 받은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마음은 다시 경호에게 전해진다. 이것이 세상 속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맺고 사는 방식이고 방법이겠지 생각하게 된다.

결국 작가가 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유대가 아니었을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오프닝은 어떤 것일까?

어떤 누구에게는 새로운 관계와 시작이 흥미로운 것이지만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더 없이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시도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다양성을 가진 여러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사회이고 그 사회를 떠나서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모든 관계에서 시작을 뜻하는 오프닝이 중요하며 작가가 그려 낸 저 이야기속의 주인공들은 결국 우리이기도하다.

은모든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적잖은 마음의 위안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지극히 보편적인 사람 중 하나라는 위안, 그렇게 잘 못살지도 않았다는 위안, 다들 이렇게 저렇게 소소하게 살아간다는 위안, 그래서 나는 은모든 작가의 글이 참 좋다.

당신의 계절은 안녕하신가요?

부디, 얼지 않게끔 ㅣ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인간은 36.5℃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이다. 물론 36.5℃를 기준으로 체온이 조금은 낮을 수도 혹은 조금은 높을 수 도 있긴 하지만 인간이라면 다들 그 언저리의 체온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인간과는 달리 주변 온도에 체온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들이 있는데 이를 변온동물이라고 한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는 감성적이라고 느껴져서 에세이 혹은 수필이라고 생각을 했고 서평단 모집 글을 자세히 읽어보니 ‘강민영’이라는 신인작가의 첫 소설집이었다. 으레 무언가에 처음 시도하면 획기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 소설 또한 그러하다. 변온동물이라는 개체를 인간에 적용시켜 갑자기 내 몸의 체온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외부의 온도의 따라 체온이 변화하는 변온인간이 된다는 가정 하에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챕터로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이것은 아마도 주인공 인경이 변온인간이 되어 따뜻한 봄에서 춥고 긴 겨울로 가는 과정 안에서 주인공들이 서로 연대하고 도와가며 잘 버텨내는지 그들이 따뜻한 새 봄을 함께 맞이하였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구조로 진행된다.

주인공 인경은 송주임이라고 불리는 희진과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게 되고 다들 까칠한 송주임 때문에 인경이 힘들어질까 고민을 하고 입을 뗀다. 입을 뗀 그 모든 사람들 중 희진을 제대로 겪어보거나 알려고 한 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들 카더라...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송주임에게 인경이 시달릴 것이라는 모두의 걱정과 우려 속에 베트남으로 떠난 인경은 무례할 정도로 자신을 관찰하는 희진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도 잠시 불쾌감을 느낄 만큼 본인에게 관심을 쏟는 희진이 아니었다면 본인이 특이 체질을 가진 변온인간이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일이다.

데면데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업무적으로만 관계를 맺어왔던 희진이 왜 인경의 일에 발 벗고 뛰어들어 돕고 연대하였는지 아직도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올 때 까지 희진은 인경의 월동 준비를 돕는다.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인경의 돕는다. 그 결과 인경이 춥디추운 온 몸과 마음이 얼어버릴 것 같은 그 겨울을 잘 버텨냈는지에 대한 내용은 함구하려한다.

작가는 2019년 10월 11월 세상을 떠난 그녀들의 이야기를 녹여냈다고 맺음글에서 말하고 있다. 변온인간을 주제로 한 이 책과 곱디고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녀들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책장을 덮고 가만 생각해보니 어쩌면 작가는 인경과 희진의 연대와 같이 그녀들에게도 그녀의 아픔을 발 벗고 도와주고 연대하며 서로 이겨나가자며 으쌰으쌰 힘을 주는 존재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 지지 않았을까? 화려한 서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반짝이는 면만을 보여주던 그녀들의 무대 뒤의 모습이 외롭고 허망했던 것처럼 누구나 외부의 온도에 민감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 그 미세한 변화들이 모여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맺기 전에 희진이 인경에게 그러했듯이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길 바라며 이 책을 엮어낸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의 겨울이 무사히 잘 지나가 따뜻한 봄을 웃으면서 맞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베이비 팜

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등장인물은 4명의 여성으로 각자 그들의 시점에서 대리모라는 시선을 잡아끌기 딱 좋은 주제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실 대리모라는 개념은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서는 쉽게 이해하거나 접하기 힘든 화두이긴 하지만,

간혹 뉴스 기사로 접하게 되기도 하였고 그 옛날엔 씨받이라는 관습도 있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나이를 먹고 성장을 하면 으레 결혼이란 제도에 편승하게 되고

결혼을 하여 살다 보면 또 출산과 육아라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지극히도 당연하게 이루어져야 된다는 관념 속에 살고 있어서

결혼을 한 여성이 출산을 못 하게 되거나 가정을 꾸린지 오래되어도 아이가 없다면

조금 이상한 눈으로 혹은 조금 안타까운 눈으로 그 가정을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다 보니

자식이 없는 것은 흉이라고 여겼고 그러다 보면 나를 대신하여 아이를 낳아줄 대리모를 찾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은 사회도 많이 변했고 그 변화를 겪으며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고 변하여

아이 없이 부부만 행복하게 잘 살자는 생각을 가진 딩크족이라는 개념도 생겨나게 되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당연히 그럴 수 있지, 부부가 서로 행복하면 잘 살면 그걸로 충분하지..라는 시선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렇듯 세상이 변했고 사람들의 관념도 변했다.

하루에도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또 해결되고 상상도 못했던 일이 생겨나기도 한다.

세상이 변하고 사회가 변했다고 그 모든 것들이 가진 다양성을 이해해야만 하는가?

나는 약간 의문을 품게 된다.

미국과 같이 대리모 사업이 만연한 국가들을 바라볼 때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많은 생각을 해본다.

분명 무어라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인

간의 존엄성, 여성의 인권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아주 예민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이 소설을 단순히 흥밋거리를 유발하기 위해서 대리모라는 주제를 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제본 판이라 사전 서평단에 선정된 나 역시도 결말을 알 수 없고 내용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화두라는 것은 분명하다.

12월 7일에 정식 출간된다고 하니 출간되면 결말을 꼭 확인해 봐야겠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감성을 건드리는 몇몇 포인트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단연 ‘엄마’라는 단어일 것이다.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크고 묵직한 울림 정도를 예상하며

이 책의 제목만 들었을 때엔 그냥 단순한 엄마들의 힘든 여정을 걸어온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서평단 신청을 해서 책을 받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두껍고 빽빽한 글자를 보고 당황하기도 잠시 저자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은 출판사의 이벤트에

작가가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한자 한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지금은 비행기로 10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그 시절 그때는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미지의 땅과 같은 포와(하와이)로

저마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안고, 좋은 신랑을 만나야겠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떠나간 세 여자의 이야기이다.

경상도 어딘가에 있는 쉰 가구가 채 안 되는 작은 동네인 어진 말에 사는

구한말 의병활동을 하다 죽은 아버지를 가진,

그래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없고 배우고 싶지만 남동생들의 틈에 치여서 배울 수 없는 맏딸 버들이와

시집은 갔지만 남편이 죽어 과부가 된, 남편 죽인 여자라는 주홍 글씨를 이마에 새기고 살아가야 하는 그녀의 고향 친구인 홍주,

그리고 무당 할머니를 가지고 어미마저 정신을 놓아 무당 손녀, 미친년의 딸이라 사람다운 대접은 기대도 못하며 살아가야 하는 송화가

살아보겠다고 배워보겠다고 사진 신부가 되어

머나먼 이국땅, 꿈에도 본 적 없고 이름조차 생소한 포와(하와이)로 가게 된다.

희망과 부푼 기대감도 잠시 포와에서 살아가는 삶은 그녀들이 기대했던 그것과는 달리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눈물의 밤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그녀들은 그 먼 곳에서 고향을 그리며 가족을 그리며 누군가의 아내로 또 엄마로 그렇게 살아간다.

살아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포와, 그 꿈에 부풀어 왔던 그곳에 자신들의 뿌리를 내리며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서로를 연대하며 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나약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삶이 아닌 자신들이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려 애쓰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어떤 무언가의 시초가 된다는 것, 어떠한 문화가 정착하고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

여성이라는 이유로 핍박받고 무시당하고 자신이 꿈꾸는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기회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쉬 배울 수 없었던 그때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고 꿈을 품고 내 삶을 살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렇게 산 넘고 바다 건너 가족들을 떼어놓고 떠나야만 했던 그녀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실 처음부터 버들이와 홍주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 능동적이었다.

사진결혼을 하겠다는 선택도 포와로 가겠다는 선택도 다 그녀들이 선택이었으니...

어쩌면 본인들의 선택이었기에 그 힘든 삶도 견뎌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단순한 100여 년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이 되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하와이 이주민의 삶 또한 보여주고 있어서

다 읽고 나니 역사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쉬지않고 휘몰아치는 이야기 덕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누구나 한 번 쯤은 꼭 읽어 볼만 한 책이라 꼭  읽어 보길 추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