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에 이르는 병-아비코 다케마루 / 권일영 옮김많은 추리소설 팬들이 말하는 서술트릭의 최고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살육에 이르는 병]이다. 나는 추리소설 팬이지만 여태것 관련 인터넷 같은 것을 보지않고 오로지 ‘알라딘’ 추천 혹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선택을 해서 읽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자주 드나드는 ‘디시인사이드 추리소설갤러리’에서 이 책에 관한 언급과 추천이 많기도 해서 너무나도 궁금해서 최근 푹 빠진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사지 않고 이 책을 샀다. 그리고 비가 엄청 내리고 습한 추리소설에 몰입이 더욱 잘되는 날씨에 이 책을 펼쳤다.첫 시작부터 범인인 가모우 미노루가 잡혀서 경찰에게 연행되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 그리고 여태 어떻게 사람을 죽여오고 이렇게 잡히게 되었는지가 전개가 되는데 3명의 시점이 교차가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우선 살인범이자 주인공인 가모우 미노루의 살인이야기, 그리고 어머니이자 행복한 가정을 지킬려고 하는 가모우 마사코의 아들을 의심하면서도 아닐거라는 믿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은퇴한 형사의 범인을 쫓는 이야기. 이렇게 세명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마지막에 가서 결국 합쳐지고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정말 놀라움 그자체다. 서술트릭을 너무 교묘하게 잘 써서 모두가 속을 수밖에 없다. 책의 띠지에 ‘마지막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다’라고 적혀있는데 말 그대로다. 마지막 한 줄을 읽고나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머리가 멍해졌다. 그리고 곰곰이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보니 무너졌던 탑이 다시 새롭게 태어났다. 왜 추리소설 팬들이 이 책을 반드시 추천을 하는지 알았다. 교묘한 서술트릭으로 인해 읽는 사람 백이면 백 속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책안에 힌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이미 수많은 힌트를 던져줬지만 나는 전혀 눈치채지를 못했다. 마지막 한 줄을 읽고난 뒤 그것을 눈치챘다. 20년이 지난 작품임에도 찬양을 할 수 밖에 없다.하지만! 책의 묘사가 너무 적나라해서 추리소설을 진짜 좋아하는 팬이 아니고서야 추천을 할 수가 없다. 미노루가 살인을 하고 시체에 하는 짓을 너무 묘사를 잘해서 이것 때문에 읽기가 힘들었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나는 역겹기는 했어도 그냥 참고 읽을 만은 했다. 추리소설로서는 무조건 읽어보는 것이 좋지만 이 고어한 묘사력 때문에 괜히 일반 애독가에게 추천을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기에 딱 좋다. 그 정도로 작가의 필력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책 뒤편에 보면 ‘살육에 이르는 병 사랑’이라고 적혀있다. 미노루의 비틀린 사랑으로 인한 살인, 형사의 곧은 사랑으로 인한 지인의 죽음, 마사코의 고압적인 자식 사랑으로 인한 가족의 와해, 이 세 가지의 사랑이 교묘하게 혼합되어 그야말로 무서운 병이 되고야 만 작품이다. 작품으로서의 재미도 있고 작가의 필력은 가히 최고고, 그리고 마지막 반전으로 다시 책의 앞부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대단한 작품이다. 오래된 작품이지만 추리소설의 팬이라면 적어도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