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독성관계는 정리합니다 - 끝내야 내가 사는 독성관계 심리학
권순재 지음 / 생각의길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가족, 연인, 직장 등 태어나면서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조직을 떠나 살 수 없으며, 우리의 삶은 인간관계 속에서 펼쳐지며 성장해나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을 위한 치료를 하는 정신과 전문의분들의 책을 최근에 접하면서 정신과와 정신 질환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 책 역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독성관계' 에 대한 책이다.

 

'자신의 마음과 욕구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되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기하게 되며 모든 희망과 활력을 타인의 저급한 욕심과 일시적인 결핍의 해소에 소모당해 버린다. 이러한 관계는 마치 독극물이나 세균처럼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는 독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나는 이렇게 한 인간의 정신에 독성을 퍼뜨리는 관계를 '독성관계(Toxic relationships) 라고 부르기로 했다.' (p.12)

 

프롤로그의 글처럼 '독성관계' 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로 저자가 명명한 말이다. 세상에 이런 일들이 어디 있어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서도,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관계에 대한 착취가 서슴없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가스라이팅' 같은 감정 폭력도 이에 해당될 수 있겠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1장 '존재를 무너뜨리는 독성단계', 2장 '그들은 결코 그냥 물러서지 않는다' 에서는 독성관계의 정의를 설명하며, 구성하고 있는 요소와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지에 대해 설명한다. 3장 '나는 지금 독성관계에 빠져 있는가?' 에서는 내 독성관계를 측정하며 주도자 요인, 협력자 요인, 희생자 요인, 고립성 및 지속성 요인, 폭력성 요인에 대해 체크함으로써 독성관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지에 대해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도록 했다.


4장' 고부간, 연인간, 직장에서의 독성관계' 에서는 독성관계의 주도자인 시어머니, 남자친구, 직속 상사로부터 고통과 부당함을 안고 있는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독성관계의 주도자인 사람들의 성격에 대한 내용과 함께 그에 대한 솔루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마음 한 켠이 답답해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희생하고 인내할수록 그 틈을 더 파고들어 잇속을 차릴 사람들이 수도 없이 있을 것이며, 책의 사례처럼 주변에 말 못할 희생자들이 많음이 자명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런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하고 인생의 주도권을 빼앗아가는 독성관계의 주도자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시오패스가 아닌 아주 보통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누군가에게 아무 생각없이 마음을 해치는 주도자인지, 혹은 독성관계를 정당화하는 공범인 협력자들인지, 아니면 그런 이들로 인해 힘들어하는 독성관계 희생자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5장 '자격 없는 자들을 당신 마음에 허용하지 말 것' 에서 내 감정을 지키고 독성관계에서 빠져나와 모든 아픔을 뒤로 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야한다고 결론지으며 책을 마치고 있다. 사실 내 경험을 빌려 말하자면, 회사생활을 통해 직장 상사와의 독성관계가 형성된 적이 있다. 부당하고 심적으로 무척 힘들었던 시기였던 탓에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책 속 사례처럼 독성관계를 분석하고, 공포에 대한 무기력감을 극복함으로써 독성관계의 생존자가 되어 회사에 남은 경우와는 달리 나는 '자발적 퇴사'를 통해 관계를 정리했다. 아니 도망쳤다고 말하는 게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 또 어떤 독성관계가 엮이게 될 지 사실 아무도 모른다. 다만 중요한 것은 건강한 관계를 위해 나 스스로가 정서적으로 더 노력해야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바램처럼 '고통을 시작하고 멈추는 스위치를 그들이 아니라 내가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의 문제가 이제는 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타인과 나의 거리는 스스로 설정할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내 삶이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것이 되도록' 독성관계를 정리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