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부른다>
/ 다윈의 식탁
어설프게 관전한 소감을 말하자면, 한쪽은 자꾸 *결정론으로 흐른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많은 쟁점을 *유전자 수준으로 *환원해서 단칼에 해결하려고 한다. 더 수학적이고 더 실증적 근거가 풍부하고 더 세련되어 보이고 더 많은 학자가 이쪽 진영에 포진해 있는 듯싶다. - P47
다른 진영은 과학의 독립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사회적 맥락에서 파악하려 한다는 비난을 듣는다. 결정론이 품고 있는 보수적이고 패권적인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 이론적이고 더 냉소적이고 더 정치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거는 제한되어 있고 지지 세력은 약해 보이며 과거의 명성에 의존하는 듯 싶다. - P47
진화를 부정하는 세력과 벌이는 싸움은 싱거워 보인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논쟁을 지켜보면 진화론을 손들게 되어 있다.
그런데 더 치열한 것은 진화론 내부의 논쟁이다. - P48
토론 방식은 리처드 도킨스 팀과 스티븐 제이 굴드 팀으로 나뉘어 닷새 동안 쟁점별로 토론하고 마지막 날에는 도킨스와 굴드의 공개 강연과 종합 토론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 P48
첫날의 주제는 *자연 선택의 힘이다.
"자연 선택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적응인 것과 *적응이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와 "*인간의 마음과 *행동도 *자연 선택의 산물, 즉 *‘적응‘이라고 볼 수 있는지"를 다룬다.
이 장은 강간이 과연 적응인가를 주제로 논의가 시작되는지라 초반부터 뜨겁게 진행된다. 저자는 적응을 윤리적 잣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하면서도 『강간의 자연사(A. Natural History of Rape)』를 쓴 랜디 손힐(RandyThornhill)과 그를 지지한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레다 코스미데스(LedaCosmides)의 진영 논리를 비판한다.
굴드 쪽은 20년 전 사회 생물학을 비판할 적의 논리를 반복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 P49
둘째 날의 주제는 *"이타적인 행동은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가?"인 바, 이 주제는 *자연 선택이 *유전자, *개체, *집단 가운데 *어느 수준에서 *작용하는가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다.
저자는 **다수준 선택론에 힘을 싣는다. *단세포끼리 협력해 *더 큰 다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신의 문제를 해결했으리라 본다.
*통시적 관점에 서면 다수준 선택론이 생명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 P49
*이타적 집단이 이기적 집단보다 더 번성한다는 *집단선택이론은 오랜 기간동안 과학자들이 먼지로 덮인 창고 안에 가둬놓았던 이론이다. *윌슨은 과감하게 *집단 선택이론을 다시 끄집어낸다. 그는 역동적 진화의 과정을 명쾌하게 풀어내기 위해 *‘다수준 선택’ 이론을 제시한다.
*혈연선택이 아니라 *집단선택과 *개체 선택이 얽혀있는 *다수준 선택이 *인류를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가 결합된 유전적 **‘키메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합성동물)’로 만들었고, *인류는 *유전자 수준에 새겨진 *이기적 본능과 *이타적 본능의 *길항 속에 살도록 운명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윌슨은 책을 통해 지난 *40년간 진화 생물학계를 지배한 **‘이기적 유전자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하고 있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사회성 생물의 진화, *이타성의 진화, *협력의 진화를 설명하는데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셋째 날의 주제는*유전자의 정체다.
"유전자를 *발생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로 보는 관점과 오케스트라의 *한 단원으로 보는 견해"가 충돌한다.
유전자가 기본적으로 발생 과정을 지시하기는 하지만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 작용했느냐에 따라 최종 산물이 결정된다."라는 것. - P50
넷째 날의 주제는 *진화의 *속도와 *양상.
가만히 보면 진화학자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주제는 대체로 다윈도 곤혹스러워했던 주제다.
그하나는 앞에서 살핀 *이타성 문제이고, 두 번째는 *진화의 속도였다.
기본적으로는 진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난다고 보았지만, *불연속적인 화석 기록 때문에 *도약적인 진화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익히 알려져 있듯 이 지점을 잘 파고든 이가 *굴드인데,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의 비유에 기대면 *멀리뛰기에서 도움닫기 할 때의 보폭과 점프할 때의 보폭이 매우 다르듯, 진화가 *도약하듯 이루어진다는 *단속 평형론을 제기했다.
저자는 이 주제와 관련해 ‘이보디보‘의 출현으로 굴드의 관점이 좀 더 지지받고 있다는점을 밝혀 놓았다. - P50
다섯째 날의 주제는 ‘생명은 *진보하는가?‘이다.
생명의 역사를 두고 *도킨스 쪽은 *적응과 *생성을 강조하고, *굴드 쪽은 *우발성과 *소멸을 돋을새김한다.
*도킨스는 *"최초의 복제자로부터 *염색체가 생기고, 이어서 *원핵세포, *감수 분열과 성, *진핵 세포, 그리고 *다세포 등이 출현했던 생명의 거대파노라마를 떠올려 보라며 *생명의 *진보성을 주장한다.
이에 맞서 굴드는 "진화 역사의 몸통에 해당하는 박테리아를 간과한 채 *꼬리 끝에 붙은 한움큼의 *털에 불과한 인간만 보고, *복잡성 증가를 진화의 추세로 삼는 것은꼬리로 몸통을 흔들려는 잘못된 시도"라고 주장한다.
주목할 부분은 이 논쟁에서 도킨스의 *과학주의(과학의 신빙성에 대한 강한 신뢰)적 면모와 굴드의 *사회 구성주의(과학이 사회적 이념에 오염될 가능성을 인정)적 풍모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 P50
마지막 날은 진화와 종교를 다루었다. 잘 알려져 있듯 도킨스는 종교가 ‘기생 밈’이라고 주장한다. - P51
/ 내 안의 유인원
유독 진화 생물학에서는 인간 본성을 폭력성과 이기성만으로 규정하는 이론이 대세를 이루었다. *이의를 제기할 적마다 *자연 선택에는 *도덕이 없다고 강변했다.
바라는 바를 바탕 삼아 자연을 보지 말라는 뜻이다. - P89
/ 왜 인간 본성의 폭력성과 이기성에 주목했는가
저자의 주장을 살피기 전에 먼저 물어볼 게 있다. 왜 진화 생물학자들은인간 본성의 폭력성과 이기성에 방점을 찍어 왔을까.
저자는 "가장 문명화된 사회라 여겼던 유럽의 심장부에서 자행된 만행"에 대한 과학적 변명이라 본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벌어진 가공할 폭력을 이해하려고 동물과인간 행동을 비교하는 연구가 빈번했는데, "문명의 얇은 단판을 뚫고 나와 인간의 고결한 성품을 밀어낸 것은 우리의 유전자 속에 숨어 있던 동물의본성과 비슷한 무언가가 틀림없다." 라고 보았다는 말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펴내며 "*진화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 때문에 **이기심은 *우리를 *끌어내리는 **결점이 아니라 **변화의 원동력"이라 말했을 때는 공교롭게도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가 사회 해체를선언하며 극단적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던 때와 일치한다. - P90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성을 뒷받침한 유인원은 *침팬지다. 이들은 *폭력적이고 *권력에 굶주려 있으며, 지극히 수컷 중심이다. 침팬지가 원숭이를 사냥해 두개골을 박살 내 산 채로 잡아먹었다는 보고도 있다.
또 자신의 세력권 너머까지 방심한 적을 뒤따라 포위한 뒤 잔인하게 때려죽이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이때 폭력은 동족을 대상으로 행해진 것이다. 이른바 *도살자 유인원의 면모가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카인의 후예‘인 셈이다. - P91
침팬지와 보노보 사이에서 *인간 본성 탐구의 *균형을 저자는 침팬지 집단에서 나타나는 폭력성과 이기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우리가 함께 주목해야 할 유인원으로 내세운 것은 보노보였다. (프란스 드 발은 침팬지와 보노보를 두루 연구했다.)
이 유인원은 침팬지와 전혀 달랐다. 보노보끼리는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이나 *사냥이 없었다. 또 수컷의 지배도 없었다. 오히려 암컷의 지배, *협력적인 성격, *사회 조화를 목적으로한 섹스가 특징이었다.
침팬지가 종횡무진 서부를 누린 무법자 형이라면, 보노보는 낭만과 쾌락을 즐기는 히피 형이라 할 만하다. - P91
꼭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진화 생물학자들은 왜 보노보에 관한 보고는 의미 있게 평가하지 않았는가라고, 저자는 이들이 **‘베토벤의 오류를 저질렀기 때문이라 말한다.
이 말은 *과정과 *결과가 서로 *비슷해야한다는 가정을 일컫는다.
*베토벤 음악이 완벽하니, *그 음악을 구상하고 작곡한 공간도 정갈했으리라 믿는 것은 큰 착오다.
실제로 베토벤의 아파트는 난장판이기 일쑤였고, 베토벤은 입성이 남루해 부랑자로 오인당한 적도 있다. *과정과 *결과는 서로 별개인 법이다.
그럼에도 "**자연 선택은 *무자비하고 *가혹한 *제거 과정이므로 그 *결과로 *잔인하고 *무자비한 *생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믿었다." - P91
하지만 진화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폭력과 이기성만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협력과 유대, 그리고 이타성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 P92
요점은 인간이 침팬지와 보노보의 집단 간 행동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 사회의 관계가 나쁜 경우는 침팬지 집단 사이보다 훨씬 나쁘지만, 관계까 좋을 경우에는 보노보 집단들 사이보다 훨씬 좋다. - P92
내 안의 유인원을 넘어서 인간 본성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었다. **뇌과학의 발전이 한몫했다.
*도덕적 딜레마를 던져 주고 실험자를 뇌 판독 장치에 집어넣었다. 실험결과, *도덕적 결정이 *확장된 *새겉질 표면에서 일어나지 않고 *과거의 **감정중추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덕적 결정이 *수백만 년 전에 *일어난 *사회적 진화의 결과라는 뜻이다.
저자는 이 사실이 다윈의 진화론과도 맞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게임 이론도 *이기성과 *이타성을 규명하는데 적절히 활용되었다. 죄수의 딜레마이든 최후통첩이든, 인간에게는 이기성도 이타성도 있음을 증명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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