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대가 시작된 이래로 논자들은 현대의 생활 방식이 사회, 특히 가족과 공동체의 전통적인 기반을 뿌리 뽑는 바람에 *불확실성과 *불안이 들어섰다고 탄식해왔다.
여러 세대가 한 지붕 아래 살던 시절에는 잡일과 가족의 의무를 공유했으며, 서로 잘 알고 협력하는 친밀한 마을에서 살았기에 누구나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가족과 *이웃한테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안심했다.
일상생활은 비교적 **예측 가능했으며, 누구든 고향 마을에서 평생 알고 지낸 사람들 곁에서 죽음을 맞았다. 현대 사회에서 그런 것은 아득한 옛일이 되었다. - P42
외부자인 내가 보기에, *오늘날 미국인의 삶 전반에 걸쳐 송두리째 빠져 있는 것이 바로 *현대성의 진보가 가져다준 주요 혜택들_*자유, 개인들 독립과 기회_이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의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해 그러한 *원대한 **이상들은 **실제적이라기보다 **이상적으로만 보였다. - P43
알고 보니 그런 태도는 무려 갓난아기 때부터 시작하는 좋은 학교 경쟁과 관련이 있었다.
아이의 독창성은 어쩌고? 나중에 아이가 더 크면, 학교 선생들한테 듣기로, *부모가 *아이 *숙제를 *상당 부분 *대신해준다고 한다. 그 역시 *더 나은 학교에 입학하거나 대학에 지원할 때를 *대비해서였다.
대학 입시가 가까워지면, 미국 학부모들은 *살벌하기 그지없는 지원과정에 세세히 관여하도록 내몰렸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부모들은 여전히 *고액의 수업료와 *생활비와 보험료를 지불하고, 심지어가구와 차도 사주었다.
당연히 그 대가로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이 뭘 하는지 종종 보고 받기를 기대했는데, 심지어 아이들이 집을 떠나 어엿한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그랬다.
어떤 대학생들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문자와 통화로 부모에게 묶여 있다고 했다.
한편, *소득이 매우 낮은 가정의 십대들은 부모가 *대학 지원 절차를 모르기 때문에 진학 기회를 놓쳤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우수한 대학에 천신만고 끝에 합격한 *소수의 가난한 학생들도 대개 *중도에 그만두었다. *집에서 가까이 있어야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미국의 성인 다수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가 *자기들 부모라고하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이 든 아이들이 부모에게 그렇게나 의존하는 태도는 노르딕 국가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결정타가 나왔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기 아이를 책임질 때가 되면, *상호의존적인 아이 부모 관계가 *180도 뒤집히는것 같았다.
내가 만난 중년의 성인들은 *나이든 부모의 삶을 돌보는 일에 *압도당했다. *엄청나게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다. 그들은 줄기차게 치료과정에 관여했고, 청구서와 보험 관련한 비용이나 물자 조달을 맡았고, 그러면서도 직장 생활과 자기 아이들까지 챙겼다.
핀란드에서는 이런 식의 의존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 P45
핀란드와 미국의 친구들을 비교해보니, 많은 *미국 가정들은 더 *단순한 육아 방식 - 아이들이 실수를 저질러가며 *독립심을 키우도록 내버려두는 방식, 즉 *아이들이 *스스로 *기회를 추구하도록 *허용하는 방식을 *감당할 수 없는 *사치로 여겼다.
*미국에서는 안정된 *중산층 지위를 얻기 위한 *우선적인 요소는 *단 한 가지로 *귀결되는 듯했다. 즉, *주도적이고 지칠 줄 모르며 *사소한 일까지 *챙기는 부모를 두는 것.
그것은 *현대 생활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독립적인 아이를 기르는 방식이 아니라 *거의 전근대적인 **의존성에 사로잡힌 아이를 기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문제의 뿌리는 *정서적이거나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조적인 것으로 보였다. **공교육 실패나 **치솟는 대학 비용과 *같은 문제들의 결과 말이다. - P47
*강인한 미국 여성 정치인, 예술가, 작가 들은 늘 나의 롤 모델이었다.
*남자를 만나 애교 떠는 것에 목숨 걸기보다 *자신에게 충실한 여자 말이다. *직장에서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할 때 또는 *사회적 관계나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할 때, *미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격려를 받았다.
막상 뉴욕으로 건너왔더니 하이힐에 탄력 있는 몸매, 세련된 옷차림의 맨해튼 여성들이 늘 편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점잖은 나라 핀란드에서 수수한 외양에 더 익숙했던 것이다.
그래도 어느 금융 잡지의 맨해튼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안, 동료 미국 여성들의 당당하고 과감한 태도와 자신감에 늘 감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어떤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결혼 문제 그리고 부부 관계의 속성에 대한 혼란이었다. - P48
실제 미국에서 헌신은 중요했으며, 완벽한 남편이란 거기에 더해 잘생기고 친절하고 로맨틱하고 믿음직하고 성실하고 아이들에게 잘 해주는 사람이라야 한다.
하지만 헌실을 갈망하는 마음에는 내가 이전에 몰랐던 어두운 면이 있었다.
미국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헌신을 바란다고 할 때, 그 남자는 다른 어떤 자질보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알게 모르게 깔려 있었다.
미국의 현실에서 결혼이란 일종의 *금융 합병 행위로 인식되었다. - P50
한 연구에 의하면, 고등학교 교육까지만 받은 30~40대 백인들 가운데 결혼한 비율은 절반 미만이라고 한다.
수입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접착제이면서 반대로 배우자를 갈라놓는 도끼날이기도 했다.
나는 늘 이성 관계는 동등한 파트너이자 연인이자 친구의 결합이라고 여겼지, 경제적 협약이라고 여긴 적이 없다. - P52
미국 부부가 함께 가정을 꾸려나가는 재간과 끈기는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힘겨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 까닭은 아마 *과도한 업무와 *비정상적인 분주함 그리고 *개인적 *자유의 상실로 인해 *건전한 결혼 제도 전반이 *무너져가기 때문일 것이다.
핀란드 출신이 보기에 이번에도 문제의 뿌리는 정서적이거나 심리적인 것 같지 않았다. 단순하면서도 **구조적인 문제인 듯했다.
즉, 미국 사회는 *고도의 혁신과 *자유분방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한 *기본적인 *지원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 P54
누구나 고용주에게 총체적으로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조리 고용주가 허용해주는 휴가 기간을, 그리 많지도 않건만, 몽땅 사용하기를 주저했다. 매일 정시 퇴근은 상상도 못한다.
미국에서 *고용주와 &사이가 나빠진다는 것은 직장을 훌쩍 뛰어넘어 &삶의 다방면에 *엄청난 *개인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 P55
노르딕 관점에서 보자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그런 근본적이고 복잡하고 값비싼 사회적 서비스를 책임지우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노르딕 나라 사람들은 그런 요청이 고용주에게 나쁘게 비친다거나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철 거라고 걱정하지 않는다. 노르딕 나라에서 의료 및 기본적인 사회보장 서비스는 개인의 고용 상황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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