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자유>
6.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다윈주의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이 이타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자연의 도태 압력 속에서 살아남은 **우리의 본성에는 **경쟁 성향뿐만 아니라 **협동하려는 성향 또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 P109
/ 천한 것과돼먹잖은 놈의 진화
『다윈의 대답 1 -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은 있는가?』피터 싱어, 최정규 옮김, 이음, 2007, 원제는 ‘다윈주의 좌파,
다윈주의 좌파? 그렇다, 우파가 아니라 좌파다. 세계적인 윤리학자이자 동물해방론자인 피터 싱어가 다윈의 대답 1-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은 있는가?』 에서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다윈주의 좌파의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은 **두 가지 남용과 **오류에 대한 **교정에서 성립한다.
**남용은 **‘사회적 다윈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린 **다윈주의 우파의 것이고, **오류는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전통적인 좌파의 것이다. - P109
각기 다른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다윈주의 우파와 *전통적인 좌파는 *다윈주의에 대한 *이미지를 공유한다.
*경쟁에 기초한 *적자생존‘이라는 *이미지다.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관점이 공통적인 전제다.
다만 **다윈주의 우파가 보기에 **그 이기성은 **변하지 않는 본성으로서 **구제불능이며, **전통적인 좌파가 보기에 *그 이기성은 *본성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다(이 경우 그 *사회적 관계들을 *변혁한다면 *본성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변화 가능하며 심지어 *개조해낼 수 있다).
즉 **인간 본성은 **변화 가능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믿음을 기준으로 **좌·우의 스펙트럼은 나뉘어왔다. - P110
그러한 분류에서 고려되지 않은 것은 **진화생물학이 발전해감에 따라 **확인된 **새로운 사실들이다. 다윈주의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이 이타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자연의 도태 압력 속에서 살아남은 우리의 본성에는 **경쟁 성향뿐만 아니라 **협동하려는 성향 또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개정판 등에서도 자세히 설명된것이지만 *"너 죽고 나 살자"라는 식의 **극단적인 이기주의 전략은 **"너도살고 나도 살자"라는 **협력적 전략에 비해 **덜 효과적이다("나 죽고 너 살자" 라는 이타주의는 진화되기 어려운 성향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가 아니라면생존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 P110
**협동의 진화론을 주장한 *로버트 액설로드 등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보여준 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같은 게 **가장 효과적인 **생존전략이라는 사실이다.
다윈주의 좌파는 인간 본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그래서 다윈주의다). 그렇지만 그러한 바탕에서도 **상호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 구조를 만들고 *경쟁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목표를 향해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약자, 빈자,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설 수 있다고 믿는다(그래서 좌파다).
흔히 말하기에, *우파는 교양을 따지고 좌파는 품성을 논한다. 우파는좌파가 무식하다고 욕하고("천한 것들!"), 좌파는 우파가 돼먹지 않았다. 고 비난한다("돼먹잖은 놈들!").
하지만 그 둘 사이에 적대적인 관계만 설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유식하고 돼먹은 인간으로 진화할만한 충분한 시간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우파적 교양을 기본으로 갖추고 거기서 좀더 나아가서 골고루 먹고사는 문제, 그러니까 평등의 문제를 고민하면 좌파인 거다"(강유원)라는 정의를 이어받자면 **"다윈주의라는 교양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거기서 좀더 나아가서 **상호 협력의 문제를 고민하면 **다윈주의 좌파가 된다." (한겨레21), 2007. 8) - P111
/ 윤리적 노하우와 가상적 인격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보기에 윤리는 ‘know-what’의 문제가 아니라 ‘노하우 know-how‘의 문제다.
즉 **이성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자발적 대처의 문제다.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일상적인 윤리적 행위는 *반사적이면서 *즉각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윤리는 **규칙보다는 **습관을 따른다. 이것은 흔히 *윤리적 행위를 *윤리적 판단과 결부시켜서 이해하고자 하는 *서구적 전통에 대한 도전을 함축한다. - P114
이러한 저자의 입장은 **‘구성적 인지주의‘ 혹은 구성주의‘에 토대한다. 그것은 같은 인지과학 내에서도 *계산주의‘와는 *대조되는 입장이다.
초기 인공지능 연구를 주도했던 **계산주의는 **지식을 **추상적 논리의 **대응물로 간주한 반면에 **구성주의는 **구체적 상황의 **산물이라고 본다.
간단히 말하면 *이 세계는 우리에게 주어진 *그 어떤 것이 아니고 *우리가 *움직이고 만지고 숨 쉬고 먹으면서 *만들어가고 있는 그 어떤 것이다. - P115
저자는 이런 예를 든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당신이 느긋하게 길을걷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가두판매대에서 담배 한 갑을 사고 느긋하게가던 길을 계속 가는데,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불현듯 지갑이 없어진것을 안다. 당연한 일이지만, 느긋했던 상태는 단숨에 산산조각이 나고생각은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곧 바쁘게 가두판매대로 되돌아가보는당신에게 주변의 가로수와 행인들은 더 이상 관심사가 될 수 없다. 새로운 상황으로 진입해 들어간 것이니까.
이렇듯 우리는 항상 *주어진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며 살아간다. 이때 상황에 맞도록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은 **반복적인 행동이 **체화된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윤리적 행위 또한 *그런 노하우의 산물이다. 윤리적 노하우의 관점에 서면, 중요한 것은 **윤리적 인식이 아니라 **윤리적 숙련 혹은 **훈련이다.
*앎이 아니라 **습관, 더 나아가 **성향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 P116
이 정도의 ‘윤리적 노하우라면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적 행위자’의 *행동이 **중앙 통제적인 **자아가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면 어떨까?
즉 우리의 **자아라는 것이 **실체성을 갖지않는 **‘가상적 인격에 불과하다면 조금 놀랄 만하지 않을까?
바렐라가 일러주는 바에 따르면, **자아가 가상적이고 비어 있다는 것이 현대 서구과학의 발견이다. 이것은 **통일된 중심 자아를 부정하는 **정신분석의 윤리와 만나면서, 자아에 대한 집착을 경계해온 **불교적 관점과도 조우한다.
사실 무아無我에 대한 불교의 오랜 가르침을 고려하면 그것은 ‘오래된 발견‘이다. 대승불교의 핵심적인 교리가 ‘비어 있음(공성)과 ‘자비‘라고하면, 인지과학은 긴 우회를 거쳐서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이쯤 되면 저자가 티베트 불교도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어색하지 않다). 윤리적 노하우가 열어줄 새로운 실천에 대한 명상으로 한 해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 P116
/ 호모 무지쿠스가 부르는 여섯 가지 노래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음악을 **귀로 듣는 치즈케이크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음악 애호가와 음악학자들에게 큰 파문을 던졌다. 그는 언어는 명백히 진화적 적응인 반면에 **음악은 **우연적인 **부산물(스팬드럴)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 P118
전중환은 음악이 *사회적 결속을 경화하는 기능을 한다. 음악은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기 위한 구애행동이다. 음악은 엄마가 갓난아이를 달래는 자장가에서 기원했다 등 세 가지 가설을 간단히 소개한다. - P119
그들의 생각으로는 첫째, 음악이 비적응이라면 음악 애호가에겐 진화적인 불이익이 있었을 것이고,
둘째, 음악은 오랫동안 있어온 현상이 아니어야 했다. 하지만 음악은 인간의 문명과 역사와 같이해왔고 보편적일뿐더러 영속적이지 않은가. - P118
"음악은 ‘부산물이 아니다.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다"
레비틴은 뇌의 왈츠』의 마지막 장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그리고 강하게 음악이 진화의 산물임을 주장하는데, 요점은 이렇다.
**모든 인간에게서 발견되며(하나의 종에 널리 퍼져야 한다는 생물학자의 기준을 충족시킨다),
**오랫동안 존재해왔고(청각적 치즈케이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특별한 **뇌 구조와 관련된 **전담 기억 체계가 있으며(모든 인간에게서 관련 뇌체계가 발달할 때 우리는 진화적 기초를 갖는 것으로 본다),
*다른 종의 음악 활동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므로 음악은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다. 그의두 번째 저작인 『호모 무지쿠스』는 이러한 주장의 확장판이다. - P119
여섯 가지 노래의 세상The World in Six Songs‘ 이라는 원제대로, 저자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음악의 갈래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우애의 노래, 기쁨의 노래, 위로의 노래, 지식의 노래, 종교의 노래, 사랑의 노래가 그목록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급진적인‘ 이 유형 분류의 근거를 그는 노래가 갖는 진화적 기능과 역할에서 찾는다. - P119
왜 **우애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근육과 동작을 서로 일치시키는 노래와 춤을 통해 초창기 인류 사이에는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었을 터이므로 노래는 우애와 *사회적 유대의 수단이었다.
왜 **기쁨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즐거운 음악을 들으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수치가 증가하여 *기분을 좋게 하고 *활기를 불어넣으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계를 튼튼하게 만들어주었다. - P119
왜 **위로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슬픈 노래는 **신경안정 호르몬인 **프롤락틴을 배출시켜 우리의 기분을 *전환해주었다.
왜 **지식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노래와 집단 가창은 지식과 정보를 전수해주어 *생존과 번식에 *이득을 부여했다.
왜 **종교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의식과 종교의 음악은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고 자신이 *행동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왜 **사랑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사랑의 노래는 인간의 가장 큰 *열망과 고매한 품성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우선적으로 돌보도록 했다.
물론 이러한 능력이 없었다면오늘 같은 사회는 만들어질 수 없었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 - P120
오늘날 우리는 **부성의 **과거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지만 **새로운 **모델을 찾아내지는 못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부성은 **재구성되고 있는 **제도이다. 이것은 현재의 아버지들이 직면해야 하는 도전이다. - P122
**가부장의 종말은 **새로운 아버지의 행동이 광범위하게 등장한 다음 일어난 사회적 현상이다.
그것은 출산, 가계, 교육, 부부의 삶, 남성과 여성의 역할 등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현재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성의 여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진화라기보다는 진정한 **인류학적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125
/ 남성과 여성 그리고 소통
여성의 언어와 남성의 언어가 따로 있는가? 사회언어학자들에 따르면 그렇다. 언어에는 성차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남자는 독립을 원하는데 반해서 여자는 친교를 원한다. - P126
데보라 태넌의 주장대로, 친교는 "우리는 아주 밀접해서 똑같다"는 뜻이고 독립이 "우리는 떨어져 있는 만큼 다르다"는 뜻이라면 둘을 조화시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문제다.
이들은 **각기 다른 두 개의 **세계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 P127
<남자다움에 관하여>를 쓴 정치철학자 하비 맨스필드는 우리가 자기 성별을 알고 있을 때의 선택과, 알고 있지 못할 때의 선택은 별개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성별 없음’이라는 입장은 어떤 결정에서 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전제로 하는데, 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 그의 반론이다.
오히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행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그는 본다.
**성별 간의 **자연적 차이를 부인할 수 없다면 **언어적 차이 또한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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