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어선 경계선 위에서의 사유
: 폴 틸리히


급속도로 세속화되던 세계대전 이후 미국 사회는 틸리히를 ‘지성인의 사도’ apostle to the intellectuals 혹은 ‘회의주의자의 사도’ apostle to the skeptics라고 불렀다.

그만큼 신학의 영역을 넘어 철학, 심리학, 문화, 예술 정치 등 다방면에 영향을 끼친 인물, 대중적 인기를 누린 인물은 없다. - P349

근대 세계의 도래 이후 인류 삶에서 많은 것이 달라졌고 지금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그리스도교 사회라고 불렸던 유럽과 미국에서는
*제도 종교에 대한 무관심,
*권위에 대한 저항,
*전통에 대한 환멸이 퍼지며 교회의 영향력응 대폭 줄어들었다.

신학은 *현실을 *해석하는 *보편적 모델로 더는 인정받지 못했다.

신학자가 교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시대의 지성과 양심으로 활동하는 건 매우 드물고, 또 힘든 일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후기 그리스도교 사회로 진입하여 사람들이 기성 종교에 관심을 잃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현대 그리스도인이 *동시대인이 체감하는 *문제를 *신학적 담론으로 끌어올 만한 *언어와 방법론을 잃어버렸다는 데 있다. - P350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활동하던 당시 그는 인기인이 되었던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건 진짜 ‘나’가 아닙니다. 나는 두 명의 사람입니다. 그 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사유를 하려면 새로운 가능성을 기거이 수용해야만 하기에, 경계선 위에 설 때 사고하기가 유리합니다. 그러나 경계선 위에 서는 일은 실제로 고달프고 위험한데, 그것은 우리 삶이 끝없이 결단을 내려야 하고 다른 선택 가능성을 배제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운명과 제 일은 경계선 위에 서려는 성향과 이 성향의 긴장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 P352

경계선상에서의 실존을 반영하듯, 틸리히의 사상에는 언제나

*이성과 계시,
*존재와 비존재,
*영원과 시간,
*무한자와 유한자,
*믿음과 탐구,
*아가페와 에로스의 양극성이 발견된다.

그는 대조적 개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읅 최대한 생동감 있게 유지할 수 있는 사상의 틀을 만들고자 했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 가능성 앞에서 무력함을 느끼던 현대인들은 틸리히 사상에 힘입어 *허무와 *무의미의 굴레를 벗어나는 *존재의 용기를 배웠다. - P354

인간은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 서 있습니다. 자신의 유한함을, 그리러면서도 무한에 속해 있음을 인간은 깨닫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존재 물음을 던집니다. 인간은 존재에 관해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실존이 이 물음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신앙 역시 *무한한 관심입니다…. *궁극적 실재에 대해 *질문하는 인간과 *신앙의 상태에 있는 인간, 이 두 인간은 그들의 관심이 무조건적이라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 P358

- 궁극적인 관심에 사로잡힌다는 것

틸리히가 찾은 *성서 종교와 *존재론이 *만나는 지점은 인간의 **실존이다. 달리 말하면, "성서 종교의 주관적 측면을 분석해 이를 존재론 작업의 주관적 측면을 연결"하면 양자가 긍정적으로 관계 맺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성서 종교의 핵심인 ‘*인격적 신에 대한 믿음’을 *존재론적 시각과 언어로 재해석하려 한다.

우선 틸리히는 하나님을 모든*유한자가 존재하는 *힘이 되는 *‘존재 그 자체’로 이해한다. 이러한 철학적 언어가 성서의 *인격주의를 훼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리스도교 전통의 위대한 신학자들은 인격적인 신에 관해 이야기하며 알게 모르게 신을 인격성을 넘어서는 존재의 근거로도 이해했다.


예를 들면, "철학을 매우 못 미더워했던 루터가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보다 더 그들에게 가까운 분이라고 말했을 때, 또는 하나님은 모래 알갱이에도 온전히 현존하시지만,

만물 전체로도 담을 수 없는 분이라고 말했을 때… 루터는 성서의 인격주의를 초월하며 만물 안에 있는 존재의 힘인 하나님을 존재론적으로 긍정한 셈이다.

따라서, 존재의 근거로서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에는 인격적 요소와 비인격적 요소가 긴장 속에서 공존한다. - P360

틸리히는 대립하는 두 이론 혹은 주장을 마주했을 때 둘을 섣불리 조화시키거나, 옳은 하나를 선택하고자 다른 하나를 버리는 피상적 방식을 경계했다.

대신 그는 둘 사이의 관계를 긴장 속에서 종합하거나, 각각의 긍정과 부정을 함께 잡아내는 변증법적 방법에 크게 의지했다.

우리의 사고가 자율적인 것인한, 위대한 역사적 인문들과의 고나계는 *긍정인 동시에 *부정이어야 한다. *변증법적이지 못한 *부정은 *법증법적이지 못한 *긍정처럼 원시적이고 *비생산적이다. - P359

현상적으로 *순종을 덕목으로 삼는 신앙과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철학적 사유가 쉽게 조화되기 힘들다.

신앙과 존재론적 탐구 모두 *무조건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동일성을 가진다.

틸리히는 *신앙의 본질을 인간의 존재론적 물음에 내포된 *불확실성과 *회의를 용납하는 *용기로 파악하는데, 이는 인간의 무능과 불신마저 받아들이는 하나님의 *은총을 강조하는 *루터의 *칭의 개념을 급진화한 것이다.

"신앙은 신앙 자체외 신앙 안에 있는 의심, 이 둘 사이에서 계속 일어나는 긴장입니다. 신앙은 무조건적인 것에 대한 깨달음과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감내하는 용기를 모두 아우릅니다. 신앙은 ‘부정’의 불안에도 불고하고 ‘긍정’을 말합니다.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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