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신학이라는 여행의 이유 : 로저 올슨
알랭 드 보통이 말했듯, 여행에서 반복되는 문제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그 *현실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미끼용으로 여행 이미지가 남용되는 만큼, *책을 펼 때의 기대와 책을 읽으며 느끼는 *현실 사이의 *괴를 느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 P257
각 시대의 신학자들은 하나님의 본질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이해를 묘사할 때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이라는 이중적 진리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두 가지 모두를 인정하는 *창조적 긴장과 균형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던 것이다.
두 가지 진리 모두를 균형 있게 수용해야 *신학과 *이성 혹은 문화의 관계가 적절히 수립된다.
즉, 초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문화적 상황과는 관련성을 잃게 되고, 반면 내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어떤 특정 문화에만 얽매이는 신학이 되고 말 것이다.
현대성에 대한 반발로서 21세기 포스트모던 신학을 소개할 때 그는 교회의 특수성과 구체성에 집중한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교회 *전통마저 현대성과 함께 *해체하려던 *존 카푸토를 연달아 배치한다.
또한 신학에서 *아름다움의 범주를 재발견했던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나, 복음주의의 탈보수주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그렌츠를 새로 포함한 것은 보수적 성향의 신학에서도 현대성에 반응하는 유의미한 시도를 발굴하고 그 업적을 보다 큰 신학사적 맥락 속에서 공정히 평가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 P267
또한 *영성과* 전례와 신학의 재통합을 시도하거나 *고대와 *중세의 신학적 *존재론을 *급진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현대성에 맞대응하는 신학자들이 왕성하게 활동 중인데, 오히려 해체에 집중했던 철학자 카푸토로 현대 신학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유도 의문이 간다. - P267
작가 김영하가 표현했듯,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편안한 믿음 속에서 안온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이상, 여행자는 눈앞에 나타나는 *현실에 맞춰 *믿음을 *바꿔가게 된다"
신학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백 년 전 신학자들이 쌓아 올린 견고한 교의학의 성곽 안에 머물며 현대성의 공격을 방어하고, 군데군데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는 것을 신학의 사명으로 삼을 수도 있다.
반면, 대항해의 시대가 도래하자 미지의 세계로 나갔던 근대인들처럼, 신학도 현대성이 던진 도전에 응답하고자 익숙하고 평온한 세계를 뒤로하고 모험의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신학을 하는 방법을 여럿이지만,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라는 멋진 말이 허무해지지 않으려면
‘*근원으로 돌아가자’ *ad fontes 라는 구호만이 아니라 여행의 *모험을 받아들일 *용기와 개방성도 필요하다. 이러한 소중한 지혜를 배우는 것이 올슨과 함께 걷는 여행의 이유가 아닐까. - P270
/ 세계관으로서 그리스도교 : 헤르만 바빙크
바빙크는 한국의 장로교 혹은 개혁파 배경의 신학교와 교회에서 매우 중요한 신학자다.
한국의 보수 개신교 신학계에서 압도적 위상을 가졌던 루이스 벌코프의 조직신학은 독창적 작품이라기보다는 바빙크의 교의학을 신학 입문자들 수준에 맞게 내용을 정리한 교재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그의 목소리가 더욱 호소력 있게 들리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하곤 한다.
첫째, 바핑크는 현대적 삶을 배척하지 않으며 오히려 포용할 수 있는 개신교 정통신학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바빙크가 현대적 삶을 강조한다고 하여 인간의 자율성이라는 신념에 기초한 근대성 자체를 긍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바핑크는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단순히 대립 관계로 보지 않으면서도 둘을 동일한 차원에 놓거나 상관시키려고 하지 않는, 둘의 적절한 관계 구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셋째, 바핑크는 어떻게 *주체가 *외부 세계에 대한 *객관적 지식에 이를 수 있느냐는, 근대를 거치며 더욱 중요해진 인식론 물음에 답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바빙크가 살았던 근대 유럽 사회에서는 과학이 세계에 대한 보편적 지식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고, 신앙은 순전히 개인의 주관적 문제를 다루는 인식 작용처럼 축소되어 이해되었다.
이러한 시대 상황의 심각성을 바빙크는 과장하거나 단순화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신학적 응답을 내어놓기 위해 분투했고, 인식론적 확실성의 문제와 연관해 계시와 세계관 개념 등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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