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미식축구 코치인 베리 스위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자신이 *3루타를 친 줄 안다. some people are born on third base and go through life thinking they hit a triple"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조국 씨의 딸 조민 씨 역시 최소한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조 씨처럼 대학교수 부모님을 통해 소위 ‘스펙 품앗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마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 P13

글쓴이가 타고난 학습 능력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등록금이 비싼 대학교 중 하나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것이 순전히 본인의 공적이나 기여 때문이라 할 수 있을까?

*개인적 자질과 *가정환경은 *전적으로 *우연히, 그러나 너무나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조건이다.

*불법이나 편법이 아니라 해서 *인생 출발선의 *불공정이 자동으로 *공정해지지는 않는다. - P14

/ 프롤로그

"그건 참아도 이건 못 참지!"

행복한 나라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나라는 서로 닮았다. 모두 불평등이 심각하다.

*한국의 가계소득 격차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6개국 중 *32위로 최하위권이다. ‘

즉, *선진 자본주의 국가 중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이 큰 문제‘라고 걱정하고 분노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곰곰 듣다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이 *정말 걱정하고 *분노하는 *대상이 *‘불평등’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불평등’이 아니라 **‘불공정’에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 P7

이 책은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보고서다.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그 심성의 기저에 도사린 것이 바로 **능력주의meritocracy다. - P8

능력주의는 본래 *능력에 따른 지배 *merit/cracy를 뜻하지만, *실제로는 *능력과 노력에 따른 *응분desert의 *보상체계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능력이 *우월할수록 *더 많은 몫을 가지고 능력이 *열등할수록 더 *적은 몫을 가지는 것은 *당연시되곤 한다.

가령 능력이 열등한 이가 능력이 우월한 이와 같은 몫을 가진다면, 그것은 사회전체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비효율이자 *부정의한 사태로 강하게 *비난받는다. - P8

‘**개인의 능력 차이는 *명백하다. *따라서 **불평등은 **자연스럽다.‘

이런 논리가 당연하게 들리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어디 가도 빠지지 않을 어엿한 *능력주의자다.

고백컨대 이 글을 쓰는사람도 한때 투철한 ‘꼬마 능력주의자‘였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고 자랐고 아무 *의심 없이 그걸 **진리로 믿었다.

*능력주의는 *직관에 호소한다. *좌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편적 정의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그 *자연스러움이다. 과연 그게 옳아서 자연스러운 걸까? 그렇지 않다.

능력주의는 옳지 않다. 능력주의는 *정의를 가장한 *부정의, 즉 *사이비 정의다. - P8

*능력주의는 왜 나쁜가?

사람들로 하여금 *불평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당연시함으로써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불평등이 심화되면 *민주주의도 *악화한다. - P8

사회학자 신광영은 "*불평등의 심화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그 메커니즘에 대해 "*경제적 차원의 변화가 *곧 바로 *정치적 차원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 P9

*능력주의의 핵심 기능은 *불평등이라는 **사회구조적 *모순을 *온전히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것이다.

그 결과 *불평등으로 가야할 *문제의식은 모두 *불공정 논란에 *빨려 들어가고 만다.

이 책의 목표는 그러한 사태가 *어떻게, *왜 일어나는지 밝히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개인의 능력이라는 게 생각보다 *명백하지 않으며 그 차이에 대한 *현재의 보상체계도 대부분 *정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상속이나 *세습은 *신분에 따른 차별이며 *불공정하고 부정의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둘 다 불공정하고 부정의하다. 능력주의의 내적 논리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것이 *편견에 치우친 고대 철학과 *오류로 판명된 경제학 이론 등이 무비판적으로 뒤섞인 채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임이 드러난다. 이에 대해서는 6장, 9장, 10장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 P9

능력주의를 비판하면 일각에서 다음과 같은 *반론이 제기된다. "능력주의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능력주의가 현실에서 제대로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즉 능력주의가 왜곡되고 타락해서 문제이지 능력주의의 이상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것이다.

*실제로 능력주의 관련 *논의들 중 상당수는 능력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사회 조건에 대한 비판이다.

예컨대 *학벌사회와 *능력사회를 *대립구도로 설정한 다음 "*학벌사회를 극복하고 *능력주의 사회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한편 *능력주의가 경쟁적 개인주의를 지나치게 조장하고 불평등을심화시킨다고 비판하면서도 세습신분제보다는 낫기 때문에 능력주의 자체는 긍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종종 제기된다. - P10

이런 두 입장, 즉 *능력주의를 *바람직한 가치로 제시하는 *옹호론, 그리고 *능력주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능력주의 이념에 대한 *긍정이 결합한 *절충론이 공유하는 것은 ‘이상적 능력주의‘에 대한 동의다.

다시 말해 이 두 관점들은 모두 *이상적 능력주의라는 잣대를 통해 *세습신분제적 현실을 비판하거나 혹은 *현실의 능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 P11

이 책은 *세습 신분제뿐 아니라, *불합리한 *특권을 *‘공정’으로 호도하는 일종의 *‘위장된 신분제‘로서 *현실적 능력주의realisticmeritocracy, 그리고 세습 신분제적 요소가 제거된 것으로 가정된 *이상적 능력주의ideal meritocracy가 모두 문제라고 본다.

*세습 신분제든 *현실적 능력주의든 *이상적 능력주의든 *불평등 자체를 *부당하게 *당연시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또한 *현실적 능력주의와 *이상적 능력주의는 *‘능력‘을 *분배의 **유일하거나 **지배적인 규칙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물론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과 같은 비례적 형평성은 어떤 영역에서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한 사회의 *유일하거나 *지배적인 분배 기준이 된다면 심각한 사회적 역기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불평등 심화가 다시 *민주주의의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능력주의는 민주사회가 추구해야 할 *지배적 정의 원칙으로 *적합하지 않다. - P11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생존 투쟁에 시달린다.

이 결사적 전쟁에서 ‘잡아먹히는 쪽’이 아니라 *‘잡아먹는 쪽‘으로 가기 위해서 한국인들은 *과도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스펙‘과 *인맥을 쌓는다.

이 *격렬한 *생존 본능 혹은 *투쟁심,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지위 상승 욕구, *‘빨리빨리’ 문화 같은 현대 한국인의 *집단 심성은 능력주의와 *밀접히 관련돼있다.

*능력주의는 *오랫동안 *한국인을 *지배해온 *이데올로기였다.

이는 능력주의가 과거의 낡은 유산이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다시 말해서 능력주의는 근대를 ‘완성하지 못한 ‘전근대 사회‘, 또는 선진국을 추격하는 개발도상국들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능력주의는 *자본주의에서 가장 *앞서나간 국가들이 *공히 겪고 있는 문제다. 한국은 자본주의 -능력주의 체제의 최첨단에 선 사회이다. 그만큼 *능력주의의 폐해 역시 극심하다.

*지위경쟁을 자극하는 *능력주의는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특히 *고도 경제성장 시기에 그랬다. 절대다수가 가난했기때문에 열심히 일하면 조금 더 잘살게 됐던 것도 사실이다. - P11

당시 지표를 보면 상고나 공고를 나온 노동자가 중산층으로 편입될 여지가 커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돌아보면 예외적인 시기였다. 노동조합 숫자가 유례없이 늘어난 때이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이 본격화하며 그 추세ㅐㄴㄴ 꺽이고 만다.

장구한 불평등 사회가 조금씩 평등 사회로 전환하려는 찰나에 흐름이 끊겨버린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사회구조가 점점 고착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능력주의의 폐허가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의 입을 찍소리 못하게 특어막는 철퇴가 됐다.

최순실 씨 정유라 씨, 그리고 조국 씨 딸 조민 씨의 입시 비리와 특혜 논란은 많은 시민의 공분을 샀다. 분노 자체는 정당했다.

그런데 ‘*공정’을 내세워 이들을 *비판했던 많은 이들은 스스로 어떤 *특혜나 우대 없이 *공정한 경쟁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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