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가지 부재 현상은 복 사상을 바탕으로 한 한국문화의 기본적인 성격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와 대등한 ‘남’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아(自我)를 초월한 타아(他我)와의 매개를 통해서 서로 같은 권리로 복을 추구하는 많은 나,
곧 나와 남들과의 공존 속에서 비로소 열리는 ‘공(public)의 세계(oeffentlichkeit, res publica)’, 바로 그러한 공의 세계가 한국문화에는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타아, 타자의 존재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기복 사상이 갖는 자폐적/자아중심적 성격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 P30
한국의 전통사회와 전통사상에선 친구도 우정론도 나올 수 없는 불모지의 배경에 대해 조선시대 말기의 실학자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오직 *종적 윤리만이 치밀하게 발달하고 *횡적 윤리는 *결여됐던 *양반사회에선 붕우유신(朋友有信)의 우정이 시사하는 *평등 윤리가 꽃필 수 없었다.
그것을 의도적으로 작품(『馬馹傳』)의 주제로 삼고 가장 예리하게 다룬 이가 연암(燕巖) 박지원(朴源)이었다(임형택, 1984). -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