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음악은 *디오니소스적인 것.

인간의 *원초적 감정에 직접적으로 호소를 하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회화는 *아폴론적이 것.
그리하여 예로부터 인간 정신의 합리적 부분과 관계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 P192

"파울 클레의 그림이 있다.

앙겔루스 노부스라고 하는.
천사 하나가 그려져 있다. 마치 그의 시선이 응시하는 곳으로부터 떨어지려고 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의 눈은 찢어졌고, 입은 벌어져 있으며, 그의 날개는 활짝 펼쳐져 있다. 거기에서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 눈앞에 제 모습을 드러내고, 그 속에서 그는 단 하나의 파국만을 본다.

끊임없이 폐허 위에 폐허를 쌓아 가며 그 폐허들을 천사의 발 앞에 내던지며 펼쳐지는 파국을.

아마 그는 그 자리에 머물러 죽은 자를 깨우고, 패배한 자들을 한데 모으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한 줄기 난폭한 바람이 파라다이스로부터 불어 와 그의 날개에 와 부딪치고, 이 바람이 너무나 강하여 천사는 날개를 접을 수가 없다.

이 난폭한 바람이 천사를 끊이없이 그가 등을 돌린 미래로 날려 보내고, 그 동안 그의 눈앞에서 폐허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간다. 우리가 ‘진보’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 폭풍이리라." - P196

*파국이라는 이름의 현실


천사의 머리는 몸통과 날개를 합친 것만큼이나 크다.

저것이 바로 몸에 비해 의식이 과잉 발달한 *근대적 인간의 조건 conditio humana moderna이다.

삶의 한복판에 뛰어들지 못하고 끝없이 관념의 세계만 발전시켜야 하는 지식인의 조건이다. - P197

근육질의 파시스트들은 머리만 자란 이 유태인 천사를 경멸했다. 생각만 하느라 행동력이 결여된 무능한 자라고.

그들은 현실 밖에서 그 거대한 머리로 관념의 세계만 발전시키는 지식인들을 비난했다.

현실을 움직이는 것은 관념이 아니라 벌거벗은 힘이라고.
너희는 왜 이 냉혹한 진리에 동의하지 않느냐고.
왜 이 야만적 힘의 놀이에 동참하지 않느냐고.

왜 이 야만적 힘의 놀이에 동참하지 않느냐고. 천사는 날개를 들고 있다. 이 거대한 야만의 힘 앞에서 머리만 자란 그는 힘없이 두 손을 들고 항복한 듯하다.

그 커다란 머리로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든, 현실은 내 해석을 비웃으며 변함없이 압도적인 힘으로 나를 조롱한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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