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기복 사상의 본질과 ‘귀‘의 문제
기복 사상에서 보게 되는 이와 같은 특징들을 다른 시각에서 분석해본다면 거기에는 서로 상통하는 공약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우선 수, 부, 귀, 다남자는 모두 *‘나‘를 *동심원(同心圓)의 축으로 하는 *자아중심적 • 이기주의적 · 개인주의적 복이라는 공약수가 있다.
*수는 ‘나‘의 목숨의 복이요, *부는 ‘나‘의 가족의 복이며, *귀는 ‘나‘의 가문의 복이고, *다남자는 ‘나‘의 후사의 복이다. 거기에는 나를 초월하는 남, *타자의 존재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 P29
수, 부, 귀, 다남자는 궁극적으로 모두 *양(量)의 개념, *장단(長短), *다과(多寡), *고저(高低)를 헤아리는 양의 개념, *보다 긴 것, *보다 많은 것, *보다 높은 것을 지향하는 양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보다 더 오래 살고, 보다 더 많은 재산을 모으고, 보다 더 높은 벼슬을 하고, 보다 더 많은 아들을 두고자 하는 복의 추구는 *양(量)의 *선(善)을 추구하는 *양의 윤리라고 할 수도 있다.
*짐멜(Georg Simmel)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보다 많은 삶으로서의 (als mehr Leben)" 복이요, *"삶보다 이상의 것(mehr als Leben)"을 추구하는 복은 아니다. - P30
복 사상에 내재하는 *현실주의, *현세주의, *자아중심주의, *양의 윤리 등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거기에는 ‘나‘를 넘어서는 ‘남‘, 즉 *다른 사람, *타자(와)의 세계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와 함께 *현실적 · 현세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다른 세계, *초월의 세계가 열리지 않는다.
요컨대, *한국적인 *기복 사상은 *타자의 부재(不在), *초월의 부재로서 특징 지워 볼 수 있을 것이다. - P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