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하늘과 땅은 인하지 않아
하늘과 땅은 인하지 않아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성인은 인하지 않아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하늘과 땅 사이는 아마도 [텅 비어 있는 것이] 풀무나 피리 같겠지.
비어 있는데도 다함이 없고 움직일수록 더욱 [바람 소리가 나오는구나.
말을 많이 할수록 자주 궁색하게 되니 [풀무나 피리처럼 빈 속을지키는 것만 못하다.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天地之間, 其猶囊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해설]
이 장은 "천지"와 "성인"을 대조시키는데 성인은 기본적으로 ‘도’를 본받으려 하지만, 도가 너무나 요원하고 심오하여 그러기가 쉽지 않다.
두 번이나 나오는 "인"은 본래 유가의 개념으로 노자가 이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인은 유가사상의 핵심 윤리로, 공자는 "*효도와 *우애란 아마도 인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로다!" 라고 했다. *유가는 **가족 간의 *유대관계를 *모든 것의 *중심으로 삼았다. 따라서 ‘인‘은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것" 이라고 한 말에서 의미를 가늠할 수 있다. - P52
공자는 ‘일‘의 실천 방법으로 ‘효‘ ‘제‘ 충 서 예 ‘악‘을 제시했으니, 이 ‘인‘이야말로 *가족에서 *출발하여 *사회와 *제도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도덕적 사회를 건립하는 근간이 되는 셈이다.
물론 *노자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인‘을 바라본다.
그에게 *인은 **‘치우침‘이나 **‘편애‘에 가깝다.
첫 구절의 "천지불인말"이란 말은 소철이 <노자해>에서 지적했듯이 "*하늘과 땅은 *사사로움이 없다"라는 뜻이며 79장의 "천도무친 "라는유사한 의미이다.
노자는 **차별적인 관계를 *설정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말하자면 **인간관계조차 *허정과 *무위의 차원으로 보는 셈이다.
"불인"이란 단어는 "*감정도 없고 *의도 없는(無情無義) 무색무취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성인聖人" 역시 유가에서는 *요임금이나 순임금을 지칭하지만 여기서는 단지 *정치하는 사람, 즉 *통치자나 위정자를 가리키며, 전인의 개념도 함축하고 있다. 노자는 28장, 66장, 79장 등에서 "성인"이란 단어를 사용했는데, 모두 통치자로 풀이할수 있다.
*"짚으로 만든 개"라고 옮긴 "추구란 무엇인가?
고대 중국에서 *제사 때 쓰기 위해 *짚으로 만든 *개다. *쓰고 나면 *길가에 버리면 그만이니 관심거리가 될 수 없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사물을 *무심하게 대하면 어떤 **애증이나 **편견도 없게 된다. *의도와 감정이 *개입되면 본질적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는 비유다.
*성인은 *백성을 *추구처럼 대해야 하며, 무엇보다 *백성들의 천성을 *존중하여 *거스르지말고 따라야 한다. - P53
*노자는 만물은 자연스럽게 발전해나간다고 말한다.
여기서 "다언삭궁은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유위의 차원에 있기에 한계가 있다. 2장의 "불언지교 "에도비슷한 의미가 있다.
43장이나 56장에도 나오듯 *노자는 시종 *‘말‘에 *냉소적이었다. 그가 보기에 *인간은 *언어라는 **형이하학적 도구로 **형이상학적 *‘도‘를 **의미화(개념화)하려 하고, *도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다.
노자가 *표현의 한계를 과도하게 *부각시키고 *언어를 *불신하여 비판하며, 심지어 *극단적으로 *배격하는 이유는 이런 인식 때문이다.
천지는 자연, 즉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에 맡겨버리면 된다.
풀무나 피리처럼 비어 있는 것이야말로 무궁무진한 생명력을 창조해내는 신묘한 작용을 한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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