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트릴레마의 원리
: 세 마리 토끼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까지 불변의 원칙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국제경제질서 분석에 가장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트릴레마(trilemma) 원리가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책에서는 그것이 밝혀지는 과정과 구체적인 내용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여기서 *트릴레마는 *국제경제와 *국내경제의 가장 중요한 연계 변수인 *환율의 안정,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 그리고 *국내통화 및 재정정책의 독립성 중 **둘을 취하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원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금본위제의 경우는 *환율의 안정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취한 대신 **국내 경제정책의 독립성은 포기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있다.

그러나 *금본위제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하나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통화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지만 지하에서 *채굴해야만 하는 *금의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함으로써 *통화량이 *늘 부족했다는 사실이고, 다음으로 *정교한 시장 메커니즘에 기초하고 있었으므로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체제 자체가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였다.

대표적으로 *위기 시에는 *일반 국민들의 동요 때문에 *지폐를 *금으로 *태환하려는 수요가 **폭증하게 되고(bank run), 그 결과 *금태환이 중지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었다.

5. 제1차 세계대전과 흔들리는 금본위제

: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충격은 금본위제의 약점을 여지없이 파고들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금본위제는 *붕괴됐지만, 전쟁이 종식된 후에도 금본위제의 장점에 대한 *향수는 여전했으므로 주요 국가들은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적극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금으로의 복귀는 다음과 같이 *금본위제의 *약점을 극복하는 조치를 필요로 했다.

우선 *금이 부족한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금화를 퇴출시키는 대신 *금태환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지폐를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됐고(*금괴본위제, gold bullion standard), 그 연장선상에서 *금태환이 보장된 *지폐를 국제통화로 활용하는 이른바 **금환본위제(gold exchange standard)가 활용됐다.

하지만 전후의 새로운 환경은 유사금본위제의 작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을 품고 있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전쟁 당사국들의 국내경제 *상황이 워낙 어려웠으므로 *모든 국가는 *국내경제정책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취하게 되고, 여기서 트릴레마의 원칙이 보여주듯 *국내경제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하는 것이 *금본위제의 **전제 조건이므로 논리상 *새로운 금본위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각국은 *무역 혹은 *자본이동을 통해 *외환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우, 그것과 일치하여 *국내통화량의 *증감을 *결정해야 하지만, 국내경제 상황을 *우선 고려, 이 원칙을 파기하며 *통화량을 *임의로 *조정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었다.

또한 *국제거래를 통해 얻은 *외환을 그대로 *보유한 채 이를 *국제거래에 *재사용해야 한다는 *금환본위제의 전제 조건을 *무시한 채, *획득한 외환에 대해서는 *외환을 발행한 발행국에 *금태환을 요구함으로써 *금만을 *일방적으로 *축적하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국가가 영국이었는데, 특히 프랑스가 *자국 통화를 *의도적으로 *저평가, *국제수지 흑자를 내고 그 결과 수취한 *파운드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금태환을 요구한 사실은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아무튼 *전후 정치경제적 *혼돈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생하자 금본위제는 다시 한 번 붕괴됐고, 이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또 한 차례의 대규모 전쟁이 세계를 휩쓸게 된다.

6.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의 형성

: 전쟁 전의 교훈이 있었으므로 전후의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구축됐다. 우선 *역사상 처음으로 *정교한 계산에 기초해 *국제통화 및 *금융체제가 만들어진다.

*이 점이 브레턴우즈 체제라 불리는 전후 질서의 *가장 큰 특징임은 물론이다. 과거의 장점은 취하고 잘못된 점은 바로잡자는 것이었으므로 애초 아이디어는 대단히 좋아 보였다.

*금본위제의 *장점인 *국제통화 가치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당시 *유일한 금본위 국가였던 *미국의 **달러화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면서 *약간은 변형된 *금환본위제가 채택됐다.

다음으로 전쟁 전에는 주요 국가들이 *금리 및 통화량을 *자의적으로 *조정한다든가 혹은 *외환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통해 *환율을 임의로 설정한 결과, 환율이 *불안정하게 움직였으므로 이를 *극복하기위해 *각국의 *환율은 새로운 *국제경제기구인 **국제통화기구(IMF)에 등록한 후 *고정시켰다.

다음으로 과거처럼 독립성을 상실한 가운데 새로운 국내경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보았으므로 *역사상 처음으로 *독립적인 *국내경제정책을 허용하는 조치가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런 경우 **트릴레마의 원칙에 따라 *국제적으로 *자본의 이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브레턴우즈 체제는 회원국의 **자본 통제를 합법화시키고 있었다.

따라서 *이 시기를 *국제금융의 **암흑기로 간주하는 이유는 분명 있는 셈이다. 아무튼 *과거 금본위제와는 달리 *환율의 *안정과 *국내경제정책의 *독립성을 취한 대신 *국제적으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는 *제한이 가해졌으니, 세 변수 중 과거와는 다른 조합이 선택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었다. 우선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각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IMF와 약속한 대로 *일정하게 *유지해야만 했고, 이를 위해 *막대한 외환이 필요했다.

하지만 *전후 *파운드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기축통화는 **달러화로 *단일화됐으므로 *외환을 축적한다는 것은 **달러화를 보유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당연한 결과로 *달러화에 대한 *국제적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체제의 **최대 약점이었는데, 바로 그 현상을 분석한 것이 유명한 **트리핀(Triffin)의 *딜레마였다.

즉 **기축통화의 *수요가 증대되면서 *기축통화의 *발행량이 많아지는 것과 비례, *기축통화의 *신뢰도에는 *금이 간다는 지적이었다.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불신이 싹트기 시작하자, 특히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국가들이 이미 축적한 *잉여 달러화에 대해 **금태환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보유고가 줄어들고 당연히 *달러화의 신뢰도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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