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1. 영국의 중앙은행은 원래 민간은행이었다?

최초의 국제통화체제로 인식되고 있는 금본위제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미 1600년대 말에 영국은 통화가치의 안정 없이 자본주의가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미 깨우치게 되는데, 철학자이자 정치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경제학자로도 활약한 로크(John Locke)가 이사실을 관철시킨 장본인이었다.

그의 주도하에 당시 금화와 은화에 포함된 귀금속의 순분량과 실제 가치를 일치시키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고(대주조, Great Recoinage), 이후 영국에서는 통화의 팽창 혹은 가치하락 때문에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 Bank of England)이 1694년 9년 전쟁의 비용을 왕에게 빌려주면서 민간은행으로 출범한 역사적 사실도 소개되어 있다. 중앙은행이 민간은행이라는 사실은 동아시아의 관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영국의 중앙은행은 그렇게 출발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민간은행으로서는 더 이상 발권과 같은 주요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1946년 국유화될 때까지 민간은행으로 존속하며 영국 국제통화금융의 전성시절을 열게 된다.

초기 자본주의의 발전 시기에 이른바 자유방임의 논리가 등장한 것도 실은 중앙은행의 운영 자체가 정부의 간섭이 최소화된 가운데 시장원리와 민간은행의 사적인 이익 추구에 기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 금본위제가 정착된 것은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의 계산실수 탓

금본위제 역시 시장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이 책에서는 같은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흥미로운 사실을 전하고 있다. 1821년 법적으로 금본위제가 확정되기 전 영국은 금과 은을 같이 사용하는 복본위제(bimetallism)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은이 해외로 유출되었는데, 은의 유출 현상을 막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금만을 사용하는 금본위제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사태가 그렇게 돌아간 배경의 한가운데는 1717년 당시 조폐국장을 역임하던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Isaac Newton)이 있었다.

뉴턴은 은의 대외 유출을 막기 위해 금화를 평가절하시켰지만 그 비율을 잘못 계산, 애초 의도와는 반대로 은의 유출을 막지 못함으로써 금본위제가 정착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웃지 못할이야기다. 당시 영국이 워낙 잘살았기 때문에 영국의 제도는 모두 좋게 비쳐졌고, 그 결과 영국의 금본위제는 마치 영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것처럼 간주됐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비스마르크에 의해 독일이 통일된 직후인 1871년 독일이 흠모하던 영국을 따라 복본위제를 버리고 금본위제를 채택하기 때문이다. 그간의 연구는 당시 독일이 금본위제와 복본위제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추앙받고 있는 금본위제가 영국에서는 위와 같이 어설프게 시작됐고, 독일 또한 영국을 모방하며 금본위제를 채택하면서 프랑스와 같은 다른 국가들도 대세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1870년대 금본위제는 국제통화체제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3. 금본위제의 막강한 안정성

그러나 금본위 국제통화체제의 실제 운영에서 드러난 뛰어난 장점은 지금도 빛나는 업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우선 통화가 금의 가치와 수량에 연계됨으로써 통화의 남발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효과적으로 억제될 수 있었다.

당연한 결과로 각국의 통화는 대단히 안정적으로 운영되었고, 각국의환율 또한 거의 완벽한 수준에서 고정될 수 있었다. 환율이 안정되자 국제무역이 발전했고, 바로 그런 안정 메커니즘 때문에 국내 통화정책 또한 특정 국가의 입맛에 맞게 자의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여기서 안정 메커니즘은 금의 자유로운 주조와 수출을 전제하고 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으니, 이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이 유명한 흄(David Hume)의 가격정화흐름(price-specieflow) 이론이다.

한 마디로 금의 유출입이 국제적으로 자유로운 경우 금과 연계된 국내통화량이 무역과 자본의 국제적 결제를 통해 자동 조절됨으로써 경제는 균형을 창출할 수 있다는 원리였다. 유명한 ‘금본위제의 자동조절 메커니즘’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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