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은 이 사회가 완전무결하고 정상적인 ‘전체‘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세계는 무엇인가의 부재, 결여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체는 그 결여 때문에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욕망하고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라캉이 보기에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적 사회로, 주체에게는 대상들의 과잉만 주어지지 결여가 허락되지 않는 사회이다. 결여, 빈틈, 숨 쉴 공간 없이 대상들의 충만한 연쇄를 따라 표류하는 주체들에게 더 이상 욕망은 없다. 모든 게 충만한데 무엇을 더 욕망할 수 있을까.

이런 사회에서 표류하는 주체들은 자신에게서도 타자에게서도 결여를 발견하지 못한다. 주체는 자신의 결핍과 타자의 결핍을 깨닫고 욕망의 대상을 발견하면서 타자에게서도 분리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상이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주체는 타자와 분리되지 못하고 일상적 삶을 영위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는 나아가 주체에게 심적 공간의 붕괴와 환각을 가져온다. 라캉의 시각으로 보면 자본주의적 세계에서 주체는 환각 속으로 증발될 것이다. 환각에 빠진 주체들의 세계, 그 세계는 안전할까.

<네이버 오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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