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여러 사상에는 한 가지 공통된 성립 계기가 있으며, 따라서 그것을 기준으로 충분히 20세기 철학의 변천을 개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성립 계기는 다름 아닌 *과학이다. 과학을 직접 흡수하지 않은 경우라도 *20세기 철학은 *과학과의 관련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과학과의 관계 속에서 20세기 철학은 여러 가지의 ‘생각되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을 발견해냈던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 P12

그것은 과학이 보여준 *새로운 ‘정당성’이었다.

과학은 *외부세계의 여러 *현상을 간결한 *수학적 이론에 근거해서 *설명하고 **실증한다.

일단 확정된 이론은 몇 번이라고 *관측이 가능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과학에는 과학의 정당성 유무를 거론할 수 없게끔 하는 힘이 있었다. - P13

*내부(관념)와 *외부(연장)의 일치라는, 철학이 지속시켜온 *사고형식의 *정당성은 과학이 보여준 위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손을 들었다.

철학은 이런 새로운 정당성에 대해 무엇인가 대응을 강요당했다. 그리고 이런 요구야말로 20세기 철학이 새로운 ‘생각되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을 발견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렇다면 철학은 어떤 변모를 모색했을까?
크게 나누면 *세 가지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가 있다.

*첫번째는 **철학의 과학화다. 철학은 과학이 되는 편이 좋다고 하는 입장이다.

두번째는 **과학의 철학화다. 즉 과학을 철학 속에 위치지우는 것이 좋다는 발상이다.

마지막은 *반(反) 과학이다. - P13

먼저 철학의 과학화에 대해 살펴보면,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의 흐름이 있다.

그 하나가 *유물론(혹은 마르크스주의)이다. 실제로 측정 가능한 것만을 대상으로 하는 유물론적 태도는 과학의 태도와 같은 기반 위에 서 있다.

다른 하나는, *마하와 프레게로부터 러셀, *전기 비트겐슈타인, *논리실증주의, 콰인에 이르는 영미계통의 *언어론적 전회를 중시하는 흐름이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움직임을 기술하는 ‘명제’였다.

우리의 지식은 전부 명제의 형태를 취한다.
따라서 과학, 특히 수학 같은 엄밀한 명제에 의거해 우리의 지식을 구성한다면 무의미한 형이상학적 명제와 결별하고 명확하게 논증 가능한 명제만을 다룰 수 있다. 외관만 그럴듯한 사상을 버리고 철학의 아웃풋을 철저하게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P14

과학의 철학화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것은 비윸ㄹ리드 기하학과 괴델의 불완전성정리 등에 기반해 ‘과학=수학’ 자체가 증명 불가능한 어떤 전제를 근거로 해서 성립한다는 점을 의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특히 쿤의 패러다임론은 ‘과학=수학’이 *보편적인 진리가 아니라 *시대적 제약을 받는 *하나의 이론에 불과함을 명확히 밝혔다.

그 결과 과학=수학은 모든 앎의 기초가 아니라 우리가 소유한 여러 세계관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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