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힝거의 핵심개념은 ‘허구 fiktion’이다. 그런 이유에서 그의 철학은 ‘허구주의 fiktionalismus’라고도 불린다.
허구란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고안, 꾸며냄, (순진한) 가정’ 등을 뜻한다 (영어에서는 순수문학은 fiction이라 부른다)
*학문 영역에서 허구란, *그 자체로는 *비개연적이거나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보조 개념으로 사용되어 *충분한 역할을 해내는 가정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의 fiktion은 우리말에서 ‘의제 擬制’라 번역한다 - 옮긴이) - P867
그러나 의제는 ‘가설 hypotheses’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가설도 그 궁극적 진리가치를 반드시 확신해야 할 필요는 없는 직업상의 가정이다. 그렇지만 가설의 경우, 우리는 이를 검증과 경험재로에 의해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시 말해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가 발겨혀지기를 기대한다.
*의제의 경우에 우리는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의제가 거짓이거나 최소한 모순적이라는 것을 애초부터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하며 또 효과를 보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듯, 이미 칸트는 저작의 중요부분에서 ‘마치 ~처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즉 그는 영혼, 세계, 신이라는 이성의 ‘규제적 이념’을 설명할 때 이 표현 형식을 동원했다. - P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