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동양학의 세 줄기는 *사주와 *풍수, 한의학이다.
이 세 과목은 과거 조선 시대의 과거 시험에서 실용적인 분야로 분류도는 *잡과 출신들인데, 각각 **천, 지, 인 *삼재 사상의 골격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 P5
*명리학이란 그중에서도 *천문을 *인문으로 전환한 것으로, *하늘의 이치를 *인간의 운명의 이치로 *해석한 분야에 해당한다.
천문이 시간이라면 풍수는 지리, 곧 공간의 문제를 다룬다.
*조선 시대 *민간 송사의 **60퍼센트 이상이 *풍수와 관련된 것임을 알고 나면 그 시대의 삶에서 지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명리학, 풍수, 한의학 이 세 분야는 모두 **음악오행이라는 하나의 뿌리에 비롯된 세 자식들이다.
한의학은 학문적 시민권을 획득했고, 풍수는 그래도 영주권을 땄지만, 명리학은 여전히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고 재기 넘치게 표현했다. - P5
온갖 *역술점들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그 종목도 타로 tarot나 수비학, 점성술 같은 서양의 기법들까지 속속 수입되어 나날이 확대되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쯤 우리나라 점술 시장의 규모가 이미 연간 4조 정도였고, 지금은 *6~7조 정도로 그 시장이 커졌다고 한다.
*사회의 **불확정성이 커질수록 이 시장은 그 규모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 P6
*사회적 **불확정성이 높아질수록 *개인의 **불안지수도 높아졌다.
*이성에 기반을 둔 과학적 합리주의가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러나 *과학적 이성에 기반을 둔 합리주의가 우리의 삶을 *지배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심리적인 위로나 *위안을 필요로 한다.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점집에 다녀온 후 얻는 *정신적 위안의 유효기간은 *3주 정도라는 말이 있다
다녀온 뒤 3주쯤 지나면 다시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또 점을 보러 가게 된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하나의 답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가 *원하는, 혹은 *듣고 싶어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여기저기 보러 다니게 된다.
일종의 역술 *중독 현상이다. - P7
우리는 왜 이렇게 *자신의 운명에 대한 *답을 *남에게서 찾으려 할까?
*자신 앞에 놓인 *문제가 *자신이 *해결하기에는 너무 **벅차다는 *인식 때문에 *그 문제를 **회피하려는 *본능이 *첫 번째 원인이다.
그런데 그 문제는 *과중한 일상과 날로 *복잡화되는 *관계의 얽힘 속에서 마치 종양처럼 일파만파 퍼져 나간다.
우리 사회는 *외형적으로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나 **정신적으로는 *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 미쳤고, *그 영향이 *개인에게 *내면적인 *억압의 피로로 쌓이게 되었다.
*안에서 스스로 해결을 못하니, 결국 *외부에 SOS를 요청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그 문턱을 넘는 이들은그만큼 절박한 이들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을 통해서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않는다. 혹은 해결될 수 없으리란 것도 사실은 개개의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 P7
*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불안에 대한 *정확한 해답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인,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 그리고 *자신이 혼자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 P7
운명은 운명의 *주체인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니, 이제 우리는 그저 조언을 해줄 뿐이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과 길을 알려주는 일종의 *카운슬링 역할이 우리의 할 일이다. - P10
그렇다면 *명리학은 *인간이 *스스로의 문제를 극복함으로써 자신의 행복을 구축하는 방법을 어떻게 말해주고 있는가?
*명리학은 *지난 1,000년간 동아시아에서 발전해온 **현세의 철학이다.
이것은 **전생의 업이나 **내세의 구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중국 특유의 **현실주의적 세계관에서 비롯되었다.
좀 더 좁혀서 말하면 *명리학은 *죽음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며 태어나서 *살아 있는 동안만 유*효한, 그것도 *개체적 단위의 *인간에 대한 판단의 체계이다. - P10
*죽음을 예언한다거나 다수가 동시에 겪게 되는 *재앙 같은 것도명리학은 설명하지 못한다. (그것까지 설명한다면 그것은 명리학의 영역이 아니라 접신의 영역이다.)
*수천 년간 동양 *인문학은 *우주 원리론의 뿌리가 된 *음양과 오행 사상에 기반하고 있지만 *명리학은 철저하게 인간의 구체적인 *성격의 파악과 *행동결정에 개입한다.
*명리학이 *음양오행에서 빌려온 *가장 중요한 관점은 **‘변화‘이다.
*고정되고 결정된 것이 아니라 *끝없이 *운동하고 바뀌는 힘이다.
그것은 바로 *우주의 원리이면서 인간과 인간의 삶의 본질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인간의 삶은 *끝난 것이고, 명리학도 그 순간 끝난다.
그러므로 한 인간의 운명이 단순히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에 의해 고정되고 결정된다는 이해야말로 명리학에 대한 가장근원적인 *오독이다.
명리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운명이 고정되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우주적 속성의 한 부분으로, 인간의 근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변치 않고 말해주는 학문이다.
20세기 한국 명리학의 태두 중 한 사람인 도계(陶溪) 박재완(朴在院, 1903~1992)은 인간의 길흉화복은 *환혼동각(幻視動)에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환(幻)은 *사람으로 태어났는가의 여부를 말하고, *혼(魂)은 *조상의 환경이며, *동(動)은 *태어난 나라와 시대이고, *각(覺)은 바로 그 사람의 *자유의지의 깨달음이다. - P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