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자연과 인간의 트라우마를 초월하는 이웃집 토토로
유토피아는 시간이 멈춘 곳이다.
/ 호소에 히카루 - P192
토토로는 많은 면에서 스베틀라나 보임이 말한 "*세계 보편적이면서도 *지역 특수적인 회복의 향수를 구현한다.
보임이 정의한 *향수는 "처음 봤을 때는 *장소에 대한 동경이었지만, 실제로는 지금과 다른 시대, 다시 말해 *유년기에 대한 열망이다.
보임은 "*향수에 젖은 사람은 *역사를 지우고 그것을 *개인이나 *공동의 신화로 바꾸고 싶어 한다."라고 주장한다. - P195
하지만 미야자키 영화는 역사를 지우지 않는다. 대신 *이상화한 풍경들과 *유년기의 *순수함을 통해 *개인적, 문화적 차원 모두에게 *역사를 **더 나은 방식으로 복원하려고 한다.
토토로 포스터의 캐치프레이즈 역시 "*잊고 있던 것을 돌려줍니다."였다. - P195
*물질주의의 거센 물결 아래에서는 경제와 산업 발전의 부산물인 **환경 파괴와 **정신적 피폐에 대한 불안감이 역류하고 있다. - P196
전 세계에서 일본인만큼 피상적인 종족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고속 성장의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세상은 부패하고, *이상은 사라졌으며, *물질에 대한 *숭배만 남았다." - P196
토토로에서 *이웃끼리 서로 돕고 *자연을 존중하며 감사하게 여기는 *시골 공동체가 상징하는 *검소하고 *비물질적인 사회가 협동의 세계를 이제 막 동경하기 시작한 1980년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건 분명한 사실이다.
"오래전에는 사람과 나무가 친구였단다."
영화를 보며 *향수에 젖는 사람은 *서구 비평가들뿐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과거 세계에 대한 동경은 *오리엔탈리즘이 아닌 현대 일본에서도 진행 중인 분명한 현상이다.
비평가 호소에 히카루는 *아이의 시선이 작품의 **유토피아 열망, 특히 **’순수함’을 회복하라는 *암시적인 요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네 살 소녀 메이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초자연적인 존재에 다가갈 수 있었던 건 "*어름의 상식이 아직 *유년기를 침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침범이라는 강한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유년기의 순수함과 열린 마음이 나이가 들면서 무뎌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 P200
우리를 괴롭혔던 *걱정이 사라지더라도 *영혼에 흔적을 남기듯 메이가 꼭 쥐었던 손가락을 펴자 도깨비는 손바닥에 까만 자국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 P202
트라우마의 심리 치료에서 중요한 안정감, 평온, 유대감, 두려움에 대처하는 기술, 능동적인 자세가 토토로의 서사에서 발견된다.
토도롶에 따르면 인간은 *초자연과 그것을 규명하는 *현실적인 설명 사이에서 주저한다.
메이가 터널을 지나 발결한 포근하고 둥근 존재는 *부재한 엄마의 대안이며 미야자키가 한 번도 갖지 못한 존재다.
"*현대화는 (…) *선조에게 물려받은 *경험의 기반 그리고 *인류가 이제껏 안전과 삶의 의미를 위해 기댔던 *협동과 *신뢰의 문화적 네트워크를 무너트렸다."
토토로는 *판타지와 *바람직한 인류 공동체라는 *비전을 통해 *문화적 네트워크의 회복 가능성을 제시한다. - P219
*판타지 장르는 오랫동안 *현실도피적이고 심지어 *책임 회피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토토로에서는 판타지가 *해방과 힘의 수단이자 *유토피아에 대한 일종의 비평으로 작용한다.
토토로가 처음 개봉했을 때 일본은 종전 이래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과거 농경시대의 상실을 애도하는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기대했다.
*이상화된 *과거를 회복하면서 *인간과 비인간의 새로운 *쪼화를 도모하는 토토로의 유토피아주의는 당시의 낙관적인 희망을 투영했다. - P221
토토로는 *유년기도 언젠가는 끝날 수밖에 없으며, 우리가 우리의 빛나던 어린 시절을 *잊게 되리라는 *섬뜩한 사실을 피상적으로는 언급하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철저하게 환기한다.
이 장 제목 밑에 인용한 호소에의 말처럼 유토피아는 시간이 멈춘 곳이므로 영화에서는 가치 없이 흘러가는 시간 그 자체가 공포다. - P222
9장 붉은 돼지
붉은 돼지는 미야자키의 개인적 삶이 가장 많이 투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전쟁과 군대에 대한 환멸과 함께 중년의 한계와 무력감을 포착한다. - P256
일본 지식인 사이에서 *모라토리엄은 성장을 미루며 무책임한 유년기에 머물려 하는 성향으로 표현된다.
유고슬라비아는 냉전 동안 독립적이고 계몽된 사회주의의 모범으로 여겨졌지만, 한순간에 붕괴했고 이후 강간과 살상이 난무하다가 인종 청소까지 벌어졌다.
미야자키는 유럽 근대사에 정통할 뿐 아니라 유럽인들의 삶의 방식 중 특정 부분들을 깊이 동경한다. - P262
*미야자키는 자신과 동시대를 산 *일본인들은 *세상이 *나아질 거라고 믿으며 자랐다고 강조했다.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난 나라를 본 1940년대생 일본인들은 자신이 *가능성의 땅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당시 많은 사람에게 *평화로운 국제사회는 강렬하고도 *실현 가능한 이상이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당시 가토와의 대담 내용을 다시 읽어봐도 미야자키의 다음 말에서는 당혹감과 슬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우리는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유고슬라비아 민족분쟁이 일어났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는 *후퇴하는 걸까? [1992년 이후 두 해 동안 난 말 그대로 안개 속을 헤맸다. - P263
그 뒤에 또 다른 인터뷰에서 미야자키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소환하며 더 솔직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마음속으로 평생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여왔지만, 마침내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고 고백했다.
"학생이었을 때 나는 사람들이 바보 같은지 아닌지에 대해 어머니와 끊임없이 싸웠다. **인간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 어머니의 신조였다. 난 줄곧 그 말에 반대하다가 최근에 *백기를 흔들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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