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인간성의 파멸을 멈출 변화 / 홍세화
정치적 미아가 되어 프랑스 파리에 떨어진 우리에게 우유를 사지 않은 게 아니라 못 산 나날이 있었다.
그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내 의식을 지배한 것은 **불안이었다. *실체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영혼을 무겁게 옥죄는 그 검은 그림자는 나에게서 쉽게 떠나지 않았다. - P4
내가 기본소득 시대가 열리기를 열망하는 것은 무엇보다 기본소득이 수많은 인간 존재들에게 드리워진 *불안의 무게를 덜어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불안을 완전히 없애줄 수는 없을지라도.
**불안은 인간의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에 갇히면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전망할 여유를 잃는다.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인 항산이 항심을 낳는다"는 맹자의 말씀이 이 점과 연관디고,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우리 옛말도 마찬가지다. - P5
그러나 "제 코가 석자"인 사회, 불안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전인적 인간을 지향하게 하는 대신에 **경제적 존재로만 머물게 함으로써 *참된 의미의 *자유에서 멀어지게 하고 *연대와 *공존의 가능성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소유적 존재 양식의 인간은 남들과 *비교하여 자신이 *우월하다는 데에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의식에서,그리고 결국 *정복하고 약탈하고 죽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그러나 *존재적 실존양식에서 *행복은 사랑하고, 나누며, 베푸는 것에 놓여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소유적 인간들로 넘쳐난다.
소유욕의 포로가 되어 *자본 권력에 자발적으로 *복종하거나 굴종한다.
자유를 지향하는 인간 본성을 배반하는 것이다. *오늘을 온전히 *누리지는 못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지나친 소유욕에 의해 오늘을 *향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 P6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에서 5포(3포 + 취업, 주택 구입 포기)와 7포(5포 + 인간관계, 희망 포기)를 지나 ‘n포’의 헬조선이다. - P6
이처럼 소유 집착의 시대에 사람들의 관심은 주로 부의 대물림 쪽에 있다. 부가 대물림된다면 그 반대편에 가난의 대물림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차피 사회적 발언권을 갖지 못하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은 부러움이든 시기든 관심이든 부의 대물림 쪽에 집중한다.
가난과 그 대물림은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시인 김수영의 말처럼, 우리는 *작은 일에만 주로 분개한다.
작은 도둑들이 빠짐없이 법말에 걸릴 때 큰 도둑들은 법망도 잘 피하는데 우리가 냉대하고 피하는 쪽은 큰 도둑이 아니라 작은 도둑들이다.
실상 한국은 토지, 금융, 지식재산, 전파, 데이터 등 공유재로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고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의 조세만 부담해도 당장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
북유럽 나라들의 수준으로 부담하면 월 50~60만 원의 기본 소득 재원 조달도 가능하다. - P9
이미 줄어든 일반사무직과 제조업 기술자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앨버트 허시먼의 반동의 수사법 세 가지 규칙
새로운 사회정책 아이디어는 초기에 *불가능성(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왜곡(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를 낳을 것이다) 위험성(다른 목표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의 근거로 공격받는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실업수당, 1930년대의 가족수당과 노령연금 제도에 대해서도 그랬듯이. - P11
/ 21세기 자본주의의 흐름과 기본소득의 탄생, 홍기빈
BIEN의 창시자 필리프 판 파레이스가 제시하는 기본소득의 이념은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자유를 real freedom for all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기본소득은 궁핍에 처한 이들을 사회가 돕는다는 *도덕 경제 moral economy의 원리를 배경으로 한 *공공 부조 public aid와 분명히 다르며, 수혜 당사자들이 자신들이 미래에 당하게 될 각종 리스크를 공유하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사회보험 social insurance과도 분명히 다른 것이다. - P22
이는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 혹은 *미래의 불안에 집단적으로 대처하는 것 등의 목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 자유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정책 범주이다.
이러한 개념에서 다음의 네 가지의 특징이 도출된다.
첫째,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둘째, *개인에게 지급되어야 한다. 셋째, *아무 조건 없이 지급되어야 한다. 넷째, *수혜자의 재산이나 소득 상태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지급된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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