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요나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가를,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훨씬 빨리 안다는 것이다.

또한 선에 대한 인식보다 악에 대한 인식을 더 쉽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이 무엇인가보다는 불법이 무엇인가를 선험적으로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P229

우리나라 *판례에 따르면 *도박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 법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 P231

예를 들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것은 요구이고, 담배를 피우고 싶은 것은 욕구이다.

요구는 대부분 권리로 인정받을 수 있으나, 욕구의 경우는 좀 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인정된다. 공자님도 욕과 욕은 다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형법에 대해 갖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가 ‘**도대체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가?’이다.

그럼 무엇이 범죄로 분류되는 것일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만든 직업이 학자이다. 그래서 학자들의 말을 빌려보자면, 크게 세 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 P233

첫 번째는 **공리주의적 해석이다.

*공동체 전체의 **효용을 떨어뜨릴 수 있는 행위는 *범죄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얼핏 맞는 말 같지만, 공동체 전체의 효용을 떨어뜨린다고 다 범죄인것은 아니다.

*이기적인 행동은 거의 대부분 공동체 전체의 *효용을 떨어뜨리지만 *모두 범죄로 *처벌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공동체 전체의 효용을 올린다고 하여 모두 범죄가 아니라고단언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무고한 한 명을 죽여서 죽어가는 다섯 명에게 장기이식을 하여 살렸다고 치자. 한 명을 희생시켜 다섯 명을 살렸기 때문에 공동체 전체의 효용은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살인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공리주의적 해석을 곧이곧대로 적용하면 이런 일을 범죄로 규정하는것을 설명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존 스튜어트 밀이 주장한 ‘**해악 원리 harm principle‘이다. **타인에게 *해악을 주는 행위는 *범죄이고, 그렇지 않은 행위는 모두 합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악 원리도 박 여사의 의문점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매춘,
*마약, *도박 등은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다.

해악 원리는 그런 행위들을 범죄로 분류하는 보편적인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해악 원리를 일부 수정한 것이 **‘공격 원칙offense principle‘ 이론이다.

*공격 원칙 이론은 타인에게 *해악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 행위로 타인을 *분노케 하면 그것은 죄로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감정적으로는 납득되지 않지만 사실상 현실에 가장 잘 들어맞는 이론이다. 사람들은, 특히 *대중들은, 자신들을 *화나게 만드는 것을 *징벌하는 게 *정의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여럿이 *뭉칠수록 *분노와 *정의를 더 빈발하게 *혼동한다.

마지막으로 **‘법도덕주의‘ 이론이 있다.

**부도덕과 **부정의 정도가 *심한 것을 **범죄로 분류한다고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렇지 않은 것은 다소 부도덕하더라도 범죄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부도덕이란 무엇이고, 심하다는 게 어느정도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법도덕주의가 중요시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가장 적절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법도덕주의의 바탕에는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국가의 간섭을 *거부할 수 있는 기본적 *자유가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아무리 악행이라도 그 기본적 자유에 해당한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마누엘 칸트마저 ‘*법이란 한 개인의 *자의가 *다른 개인의 **자의와 *자유의 *보편법칙에 따라 합치할 수 있는 제 조건의 총체’라는 참으로 어려운 말을 하면서도 법의 개념이나 정의는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수많은 철학자들도 제각기 한마디씩 보탰다.

*로스코 파운드 Roscoc Pound는 *법이란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한 **사회공학적 제도‘라고 했고,

*예링 Rudolfvon Jhering은 *국가권력에 의한 *외적 강제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체‘가 법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유명한 대법원장 올리버 홈즈 Oliver Holmes는 "*법이란 *법원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예견이다"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박 여사가 답을 바란 것은 아니겠지만,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만들어진 *법이면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답하려면 두 가지 입장 중 하나를 취해야 한다.

**약정주의 conventionalism‘와 ‘**본질주의 essentialism’그것인데, *약정주의는 *법을 약정 혹은 규칙이라고 보는 반면 *본질주의는 *약정일뿐 아니라 그 안에 어떠한 **본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정주의는 *법을 *역사적 현상으로 본다.
그래서 *법이란
‘*권위적인 방식으로 제정되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 *현실적으로 *제재가 가능한 *추상적인 규칙‘이라고 설명한다.

이 견해는 *법실증주의와도 연결되는데, 법실증주의는 *규칙이 정당하게 만들어져 *사회 안에서 *실효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막스 베버의 말을 빌리자면, "*어떤 질서가 *법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그 *질서가 *침해되었을 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즉, 국회의원들이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법률안을 통과시키고,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공포하고,
실효성 있는 공권력에 의해 강제되면 그 법률은 법이라는 것이다.

그에 반해 *본질주의는 법이 단지 *현실적인 강제력을 가진 규정이라는 것을 *뛰어넘어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원리를 내포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즉, *최소한의 **내적 정당성이 없는 법은 *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는 법이 당연히 **도덕과 **정의에 의해 강하게 인도되어야 한다고 믿게 된다. - P237

법학자인 라트브루흐 Gustay Radbruch 는 "사람들이 법이라고 칭할 때에는 그것이 *실정법이라 하더라도 그 의미로 보아 *정의에 *봉사하도록 정해진 제도와 규정이어야지 이와 전혀 다를 수는없다"라고 말했다.

*애덤 스미스도 비슷한 설명을 했다. 사람들의 *이기심을 그대로 방치하면 *사회가 *무질서해지고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해치는 행위를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 정의 체계, 즉 법과 공권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물론 *공권력과 *법은 정의 체계를 수호하는 제도이나 *그자체가 *정의는 *아니다.

맹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백성은 떳떳한 생업이 없으면 늘 한결같은 마음도 없어집니다. 그런 마음이 없는 백성은 일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백성을 형벌로서만 다스리는 것은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입니다.

*국가는 왜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노름이나 약물 중독에 대해 *처벌하는 것일까? *국민은 *국가의 자산이고 재산일까? 그것은 아니라고하는데, 왜 국가는 개인이 자신을 파괴하려는 것을 막으려고할까?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종속적인 것이 주된 것의 운명에 개입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해서는 **‘후견주의 paternalism‘라는 설명이 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해로운 행위를 하려고 할 때, 설사 *그 사람이 *그것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공동체는 그 *해로운 행위를 *막거나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240

그럼 그것은 그 *개인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것일까? 그보다는 **사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중독이 되는 행위를 *금지시킨다.
고 봐야 할 것이다.

노름과 같은 *중독성 행위는 *자기 자신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망친다. *질병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다.

*자신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족을 망치고 *친족관계를 파괴하며 더 나아가 *지역공동체를 해체시킨다. 사람은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생존하고 생활한다.

그 사회적 관계를 망가뜨리고 오염시키는 것은 자신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에 중독 행위는 금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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