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을 떠나기 전에 영민 씨를 불렀다.
그에게 뭔가 멋진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바보 같게도 나는 그에게 살다 보니 세상이 다 사기 같다고 말했다. 영민 씨 같은 사람에게 세상은 더욱 그렇다고 했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라는 말도 *사기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특혜를 준다.

*청년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교수나 *종교인도 정작 관심은 *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정의와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검찰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사기의 *주연일지 모른다. 어쩌면 개처럼 일하는형사부 검사들의 선의와 신실함이 이 사기의가장 화려한 기술로 악용되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세상은 늘 영민 씨 같은 사람들의시간과 노력과 기대를 훔쳐 가는지 모른다.

한 해에 24만 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한다.
사기로 인한 피해약도 매년 3조 원이 넘는다.

사기는 남는 장사다. 밑천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세금도 안낸다. 사기를 쳐도 잘 잡히지 않고, 설사 잡혀도 대부분 쉽게 풀려난다. - P20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도 **범죄를 저지르느 이유에 대해 ‘범죄에 통해 얻는 수익이 그로 인해 치르게 되는 **비용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블런도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쾌락과 고통을 번개처럼 계산하는 계산기라고. - P21

설사 사기꾼이 구속되더라도 피해자와 *외상합의(합의금의 일부만 주고 나머지는 나중에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를 하거나 할인합의를 하면 *구속적부심(피의자의 구속수사가 합당한지를 법원이 판단하는 절차, 구속된 피의자는 검사가 기소 제기를 하기 전까지 누구나 청구할 수 있다)이나 보석으로 쉽게 풀려난다. - P22

우리나라 사기범의 재범률은 **77%에 이른다.
사기범의 55%는 5개 이상의 전과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사기범의 재범률이 높은 것은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위험과 수익을 비교해볼 때 위험은 무시할 만하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 P23

진화심리학자 레다 코스미디스 Leda Cosmides 와 존 투비JohnTooby 는 *인간에게 *사회적 교환 상황에서 *규범을 어기고 *남을 속이는 *배신자를 *탐지하는 *인지적 알고리즘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배신자 인지 능력이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을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누가 속이려 드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서로 배신하지 않고 협력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배신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따르지 않을 때, *배신자 인지 능력은 *사회적 규범을 *불신하게 만드는 양면의 얼굴을 가지게 된다. - P24

옛말에 도둑놈은 한 죄, 잃은 놈은 열 죄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기의 공식은 비교적 단순하고 허접하기 때문이다. - P25

검사들은 2년마다 인사이동을 한다.
인사이동을 하면 그동안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들은 해당 검찰청에 그대로 가는데 대략 200~300건이다.

이 사건들은 다른 검사들이 배당받아 처리하게 된다. 이것을 *’재배당’이라고 한다.

통상 6개월마다 이루어지는 부서 이동이나 휴직 연수 등 검사가 자리를 비워야 할 때에도 일어난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 검사보다 재배당과 이송을 적게 하는 검사가 좋은 검사다. - P31

검사의 승진 순서는

평검사 3급 대우 -> 부부장검사 -> 부장검사 (13~19년 차) -> 차장검사 (19~20년 차) -> 검사장(준차관급) -> 고검장(차관급) -> 검찰총장(장관급) 순이다. - P35

**정치와 권력의 힘은 **성층권에서 행사되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비열하고 무서운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수사가 끝나면 늘 쓸쓸하다.
수사 과정에서 직면해야 하는 인간의 비열함과 추함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 P62

호메로스는 만약 인간이 자기 운명보다 더 많은 고통을 당했다면 그것은 신들 탓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의 장님 때문이라고 했다. - P81

공돈이라도 일단 자기 수중에 들어오면 자기 자산으로 인식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손실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행동경제학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제인 구달에 따르면 침팬지 무리가 다른 무리를 공격할 때는 영토를 침범당하거나 위협을 당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그 무리가 약할 때라는 것이다.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 - P98

경청은 끊임없이 서로 교감과 이해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영어로도 activehearing이라고 한다.

검사실에서 하는 말들은 대부분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조사하면 다 밝혀진다고 위협하는 검사의 말도 거짓말이다.

조사해서 다 밝혀질 거라면 굳이 사실을 실토하라고 수고롭게 설득할 리 없다.

그래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무렵 나는 사람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 P159

상대방의 의도를 빨리 알아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해야 나와의 *거리감을 알 수 있고 서로 일치하는 지점을 확인해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 P162

*가장 잘 들리는 말은 *자신의 이름이고 그다음은 *성적인 대화라고 한다.

그런 말들이 잘 들리는 것은 *생존 본능과 *종족유지 본능 때문이다.

이를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한다.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여야 대화할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상대의 의도는 대개 예측한 것과 다르고, 그 사람의 표면적인 말과도 다르다.

늘 대의와 도덕부터 내세우기 때문에 실제 의도를 알기 어렵다.

세 마디 안에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상대방은 금세 마음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한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때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일단 에둘러 살아온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을 하면서 유용한 정보와 공통분모를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늘 진실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분노할 대상이 필요한 것뿐이다. 그래서 언론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보다는 대부분 흥밋거리에 집착한다.

에릭 데젠홀은 이렇게 말했다.
"뉴스 매체는 결코 타락할 수 없는 공명정대한 존재가 아니라 진실과 아무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상처 입히려는 강한 욕구를 가진 영리 기업일 뿐이다. - P185

대부분의 검사들이 선망하는 전문 분야로는 특수, 공안, 강력, 금융조세, 기획, 외사 등이 있다.

그것들은 제외한 기타 분야를 그냥 형사부 검사라고 한다. - P201

어느 조직이든 전선에서 떨어질수록, 총구에서 멀어질수록 승진과 보직의 기회가 많다.

인지부서는 경찰을 지휘하는 형사부와 달리
직접 수사를 하기도 하는 강력부, 공안부, 특수부 등을 말한다.

사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청소년 폭력의 *원인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 대표적인 학설이 정립되어 있따.

로버트 애그뉴 robert agnew가 주장한 **‘일반긴장이론 General Strain Theory‘, 고트프레드슨과 허쉬Gottfredson and Hirschi 가 주장한 **‘범죄의 일반이론 General Theoryof Crime‘이 그것이다.

**‘일반긴장이론‘은 *기대와 열망 간의 *괴리와 같은 **긴장상태가 사회적 계층이나 빈부격차와는 무관하게 **부정적 감정(분노, 걱정, 불만 등)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반사회적 폭력적 행위를 증가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반해 **‘범죄의 일반이론‘은 범죄나 그와 유사한 일탈행위가 모두 **자아통제를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아통제 부족‘을 모든 범죄의 ‘일반적인 원인‘으로 꼽기 때문에 일반이론이라고불린다. - P207

*자아통제가 낮은 원인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는데, 흔히 말하는 *사회적인 원인이나 *제도 때문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모나 보호자가 자녀의 행위를 주의 깊게 *감독하지 않고, 그행위에 대해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아통제에 대한 *사회적인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다. 결국 청소년폭력의 **원인은 **사회가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잘못 양육한 탓이라는 뜻이다. - P207

인권 의식은 자신이 귀중하다는 인식이 아니다.
자기가 소중하다는 것은 굳이 안 가르쳐도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리고 목숨처럼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주관적인 자기 환상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 대한 *인지편향과 *우월환상을 통해 *자신은 **옳고 **소중하다고 **확신한다. - P215

*인권 의식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소년 전담 검사를 하면서 나는 늘 피해자들에게 ** 너는 소중하고 무엇보다 존엄하다고 말해주곤 했다.

그리고 가해자들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고, *화해하거나 *용서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피해를 당한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대개 *두려움 때문이다.

그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존엄함과 *권리를 포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존엄한 것은 양보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화해를 강요하지 말라.

슬라보예 지젝 Slavoi Zick은 말했다. "진정 용서하고 망각하는 유일한 방법은 응징 혹은 **정당한 징벌을 가하는 것이다. *죄인이 적절하게 징벌되고 나서야 하는 *앞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 모든 일과 *작별할 수 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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