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숙명이라는 것, 말하자면 억누를 수도 뿌리칠 수도 없는 운명적인 힘을 지닌 감정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어서, 바로 그것 때문에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일평생을 어떤 색깔로 물들게 한 어느 큰 사건이 일어난 장소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유령처럼 맴돌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삶을 슬프게 물들인 색깔이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그런 감정을 억누르기가 더욱더 어려운 법이다. -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