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통제 불가능한 것에 대한 공포가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하는 **‘유동하는 공포의 한 양상이다. 최근에 나온 『유동하는 공포는 그의 **유동적 근대성liquid modernity" 시리즈의 하나인데,
바우만에 따르면 *우리는 **‘유동적 근대에 살고 있다.

*유동적‘이라는 말은 *모든 것이 *가변적이고 *불확실하여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뜻을 *함축한다. 그리고 *유동적 공포‘란 *자연적 악이건 *도덕적 악이건 그 *공포의 대상이 되는 **악이 **불규칙하고 **불확실하여 제대로 **인식할 수도 없고 **대처하기도 어려운 **공포를 말한다. - P326

이러한 유동성의 양상은 물론 단단한 **고정적 근대성 solid modernity‘과 대비된다. 바우만의 통찰은 유동적 근대성‘을 *‘고정적 근대성‘의 **부정적 결과이면서 그 **필연적 귀결이라고보는 데 있다.

*『근대 사상에서의 악』 2002의 저자 수잔 니먼을 따라서 바우만은 **근대철학이 시작되는 기점을 *1755년 포르투갈 리스본의 *대지진에서 찾는다.

*도시는 폐허가 되고 수만 명이 사망한 이 재난은 당대의 *신학자와 철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무자비한 자연의 재앙과 *전지전능하신 신의 섭리는 도저히 조화를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흔히 *자연재해는 죄인들에 대한 *신의 징벌이라는 것이 기독교적 믿음이었지만 *"이 피할 수 없는충격에는 무고한 자나 죄인이나 똑같이 희생되었다"(볼테르),

*이러한 모순에서 비롯된 **악에 대한 성찰이 결국엔 **자연을 **신의 섭리로부터 분리시키는 **탈주술화를 가져왔다. **자연에서 **신의 가면을 벗겨낸 것이다. - P326

물론 그렇게 *탈주술화되었다 하더라도 *자연은 *여전히 거대하고 압도적이며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도 대신에 **과학과 기술을 새로운 **대응책으로 **선택한 근대인은 **도덕적 악이 **이성에 의해 **교정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적 악도 *이성에 의해 예측과 예방이 가능하게 될 거라고 믿었다.

이것이 **근대성의 기획이자 견고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은, 바우만이 보기에 *정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자연재해는 원칙적으로 **관리 가능한 것이 되지 못했고, 거꾸로 **도덕적 비리가 **고전적인 자연재해에 가까운 것이 돼버렸다. - P327

*불행하게도 인간의 *부도덕한 행동에서 빚어지는 *악보다도 더 *관리가 불가능한 것은 **합리적 행동이 산출하는 악이다.

바우만이 드는 대표적인 예가 *근대 관료제다. 그것은 *‘도덕적 판단‘이 아닌 *규칙에의 복종만을 요구한다. 그리고 *관료의 도덕성은 *명령에 대한 *복종과 빈틈없는 *업무 수행으로만 *판단된다.

사실 *20세기의 역사는 그러한 *합리성‘이 얼마나 *큰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 역사적 교훈으로 보여주지 않았던가.

바우만은 *아우슈비츠와 *굴락(소련의 강제수용소), 히로시마의 교훈을 우리가 철조망 안에 갇히거나 *가스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서 찾지 않는다.

그러한 사례들이 진정으로 충격적인 것은 ‘적당한 조건이라면‘ 우리도 가스실의 경비를 서고, 그 굴뚝에 독극물을 넣고, 다른 사람들의 머리 위로 원자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책임‘이 없지만 사람들은 죽어나가는 것이 바로 **유동적 근대의 **공포인 것이다. - P327

*법질서 유지와 *경제 발전은 *근대화의 두 가지 모토이지만 그것은 사람들을 *배려할 가치가 있는 부류와 **가치가 없는 삶 (쓰레기가 되는 삶)으로 **구분하며 *공포 또한 그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된다.

바우만이 보기에 이러한 *차별은 *근대성의 **오작동이 아니라 **본질이다. *안락한 근대 부르주아적 삶은 *결코 *보편적 삶의 *방식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극히 *일부가 누리고 있는 *특권일 따름이다.

세계 무역의 절반 이상이 세계 인구의 14퍼센트에 불과한 22개국에 집중돼 있으며, 세계 인구의 11퍼센트를 차지하는 49개 최빈국의 부는 세계 최고 부자 세 사람의 소득 합계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 그러한 특권의 현주소다.

신흥 경제 성장국인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이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수준의 안락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구 세 개분의 자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유동적 공포란지속될 수도, 보편화될 수도 없는 근대화와 세계화가 불가피하게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공포다. "다가오는 세기는 궁극적인 재앙의 시대가 될것이다." 바우만의 예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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