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학 강의>, 포터 애벗
1. 서사와 삶
/ 서사의 보편성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담화에서 서사가 나타난다는 점 때문에, 이론가들은 **서사를 **언어 다음가는 **인간적인 **특징으로 꼽는다.
예를 들어, **프레드릭 제임슨은 **서사의 모든 *정보화 과정‘을 **‘인간 사고의 *중심기능 혹은 *심급instance‘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장-프랑수아 *리오타르는 **서술을 *관습적 지식의 가장 *본질적 형식‘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 P18
이 주장들이 정밀한 근거를 토대로 이루어졌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아주 빈번하게 서사와 관련되며, 또 그래서 우리가 서사를 모든 사람이 지닌 재능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아마도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 **서사의 **보편성에 대한 가장 풍부한 *논평은 *롤랑바르트의 기념비적인 에세이(1966)의 서두가 아닐까? 조금 길기는 하지만, 인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 P18
*이 세상에 *서사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서사는 *무엇보다도 먼저 *엄청나게 *많은 **장르를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내용들 사이에 *퍼져 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이야기의 *제재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언어로, *말로 구술된 *언어 또는 *글로 기술된 언어로, *고정된 *이미지로 또는 *움직이는 이미지들로, *몸짓들로, 그리고 이러한 *모든 재료들의 *질서정연한 혼합으로, 그 어떤 것으로도 서사는 이루어질 수 있다. - P18
**신화, 전설, 우화, 이야기, 중편소설novella, 서사시, 역사, 비극, 드라마, 희극, 마임, 회화(카르파초의「성녀 우르술라 St. Ursula」를 생각해보라), 스테인드글라스, 영화, 만화책, 뉴스 기사, 대화 그리고 그 밖의 것들로 표현되는 것이 바로 **서사인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형식들을 통해, 서사는 모든 *시대와 모든 *장소, 모든 *사회에 걸쳐 나타난다.
그것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출발했기에, **서사가 없었던 **시공간에 살았던 사람들은 그어디에도 **없다.
**모든 계층, 모든 인류 집단이 그들 **자신의 서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은 다른 종류의 사람들, 심지어는 *적대적인 문화 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과도 **자신들의 서사를 **공유하면서 즐거움을 누렸다.
좋은 문학과 나쁜 문학을 구분 짓는 일과는 상관없이, **서사는 **역사를 연결하며 **문화를 연결하는 **국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단지 *거기에 *삶 *그 자체처럼 존재한다. 3) - P19
다시 말하면, 우리는 기록에 형태를 제공하는 일종의 아마추어적인 서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정신적인 기록물도 가지지 않는셈인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피터 브룩스Peter Brooks가 말한 것처럼 **"인류라고 하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정의는 곧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스토리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꿈과 백일몽, 야심찬 환상 속에서, 그러니까 *삶에 관한 *상상력이라는 *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5)이다. - P21
사실 **서사의 재능이란 매우 널리 퍼져 있는 **보편적인 재능인까닭에, 어떤 이들은 (마치 일부의 언어학자들이 인간이 *태어나면서 *문법수행 능력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듯) **서사란 **언어와 동일한 방식으로 우리의 **사고에 **내장되어 있는 **‘심층구조deep structure‘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소설가 **폴 오스터 Paul Auster는 언젠가 **"이야기에 대한 *아이들의 *소망은 **음식을 필요로 하는 것만큼이나 **기본적인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영화를 보여줬을 때 그들이 넋을 놓고 빠져드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사에 대한 *욕구란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속에 *내장되어 있는 것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 P21
**’서사는 우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
가장 타당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서사는 인류가 **시간에 대한 이해를 **구조화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인간이야말로 **언어와 **시간을 의식적으로 이해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라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우리가 이러한 인식을 표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 P22
시계가 그런 것처럼, 시간을 구성하는 이러한 추상적인 방식들은 규칙적인 간격을 가진 격자를 제공해주며, 우리는 그 격자들 속에 사건을 집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서사는 이러한 과정의 안과 밖을 뒤집어서 시간에 사건을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건들 자체가 *시간의 *질서를 **창조하도록 만든다. " - P23
바로 이것이, 폴 리코르의 말을 빌리면, 시간이 ‘인간의 시간’이 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은 서사라는 방식에 의해서 구성됨으로써 비로소 인간의 시간이 된다. 한편, 서사는 일시적인 존재의 특성들을 묘사함으로써 비로소 **의미로 충만해질 수 있는 것이다 - P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