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이니까 현금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맞아요.
문제는 이를 얼마나 유지할 용의가 있는가입니다.

**유럽식으로 *해고를 안 하도록 하면서 나눠주는 방식과, **미국식으로 해고를 **방치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돈을 주겠다는 정책은 큰 차이가 있다. - P92

최소한 *2차 세계대전부터 *1970년대까지 많은 나라의 주요 정책 목표는 *완전고용이었습니다.

대공황 시절에 겪은 실업 트라우마 때문에 국민들이 고용 안정을 원했고, 국가가 이를 따랐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고용 안정과 노동권이 다 약화됐어요. - P92

*미국은 *신청 자격 요건이 *까다롭거든요. 설사 3000만 명이 전부라고해도, *미국 노동인구가 **1억 6500만 명이니 **18퍼센트에 해당하는데, **코로나19 이전에 *실업률은 *4퍼센트였어요.

보수적으로 잡아서 한 주에 300만 명씩만 더 나와도 한 달 후에는 실업률이 30퍼센트에 육박할 겁니다. **대공황 수준이죠. *경제적으로 봐도 *돈만 쥐어주는 것보다 *고용을 *유지하고 *월급을 *정부가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효율적입니다. - P93

**실업은 **사회적 비용이 **더 크지요.

그럼요, **심리적인 타격을 *어마어마하게 받습니다.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 갖고 있던 기술마저 노후돼 **재취업하기도 힘들고요.

*기업에서는 *새 사람 데려다 *훈련하려면 그 *비용도 엄청나요. 예전에는 재교육 기간이 짧았죠. 봉제 공장 문 닫아도 4~5주 재교육을 받으면 전자 공장에서 일할 수 있었어요.

*지금처럼 *기술이 *고도화된 시대에, 이를테면 *철강이나 조선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 보고 *반도체로 옮기라고 하면그게 쉽나요?

**게다가 **일자리 자체도 **현격히 줄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상태가 2년은 갈 텐데, 어떤 방식으로 풀겠다는건지 이해가 안 가요. 지금 당장은 돈을 준다고 하지만 그 실직 뒷수습을 어떻게 할 거예요? - P93

미국은 *빈곤층 가운데 **5만 명이 **매년 *오피오이드opioid(마약성 진통제) **중독으로 죽습니다.

**지금처럼 *실업자가 늘고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좌절해서 약 먹고 술 마시고 아프거나 *죽는 분이 더 생길 겁니다. 한국도 세계에서 자살률 1위잖아요.

**1990년대 중반까지는 *OECD **평균 이하였어요. - P94

사회학자들은 자살이 급증하는 이유를 단순하게 도식화할수는 없지만 **사회적 가치가 **급변할 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가치가 **추락했을 때 **자살을 선택하는 경향성이 있죠. **집단 해고와 같이 **존재감이 무너지는 일들과연결된다고 봅니다.

저는 한국에서 **자살이 급증한 이유를 **IMF 체제하에서 **고용안정성이 줄고 **고용 불안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봐요.

**점점 **개인주의 경향을 띠는 **사회구조 속에서 **복지 제도는 그에 발맞춰 발전하지 않았고, *대가족제도에서 *돌봄이 이뤄져 오던 방식도 *해체되어 생긴 *사회현상이라고요. - P94

결국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의 상당 부분은 *IMF 체제속에서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영향이라는 거군요.

**198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엘리트들 가운데 *미국 모델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어요. *경제기획원 관료들이 *경제계획을 없애야 한다, 이는 *시장주의에 어긋난다‘ 라는 얘기를했습니다.

*자기 부처의 *의무가 *경제계획인데 *경제계획은 *나쁘다는 발언을 하고 다닌 거죠. *묘하게도 소위 *운동권 출신들도 *동조했어요.

*‘산업 정책은 *군부독재가 하던 *파쇼 정책이다‘라는 식으로요. 그렇게 *경제기획원이 해산되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없어지고 *산업 정책도 거의 폐기되죠. - P95

*기업들도 *문민정부가 들어오고 *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를 추진합니다.

**OECD 가입 조건 중 *하나로 **자본 시장을 상당히 **개방하고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 유연화 정책을 들여왔는데,
특히 **전경련에서는 **주주 자본주의 논리를 들여와 *정부가 기업을 *간섭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이렇듯 *IMF 전부터 신자유주의를 위한 토대가 이미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정부 크기를 줄이고 기업에 더 많은 자유를 주자는 정책 과정에서 외환 위기가 터진 것이죠. - P95

*뒷이야기지만 **IMF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저항할 줄 알았는데…...

*투항을 한 거죠.

네. 신자유주의 체제가 외환 위기 이후에 확립되면서 정부들도 그 질서로 간 거예요. 물론 차이가 없는 건 아니죠.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완전히 극단적으로 나갔고, *노무현 정부는 *FTA와 *동북아 금융 허브를 내세우면서 *김대중 정부보다 *더 우파적으로 나갔습니다.

그래도 이 **두 정부는 클린턴이나 영국의 토니 블레어, 나중에 오바마가 말한 **제3의 길과 **비슷한 걸 합니다.

즉, *경제는 시장에 맡겨야 하지만 그러다 보면 *희생자가 나오니까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죠.

**골수 신자유주의는 *‘희생자는 *봐줄 필요 없다. *그들이 *못나서 그런 거다‘라고 하는 거고요.

그렇지만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를 자본에 맡기겠다는 *논리는 똑같습니다. - P96

**노동권, **최저임금제, **복지 제도 이런 것들이 **사회 안전망이죠.

**1950~60년대 스웨덴 사민당의 구호 중 하나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대담할 수 있다secure people dare"였어요.

*안전망이 있어야 과감하게 *새로운 선택도 하고, *직업도 바꿔보는데 *우리나라엔 지금 그게 없습니다. 다들 *공무원 되려고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안전을 찾는 거잖아요. - P97

그러니까 *진짜 안전망을 만들어줘야죠. 핀란드, 스웨덴 같은 곳은 *실업 급여가 *최종 월급의 *60~70퍼센트예요. 우파 정권이 들어오면 60퍼센트 정도로 내리고, 좌파 정권이 들어오면 70퍼센트에서 75퍼센트까지 올립니다.

**2년 동안 받을 수 있고 우리나라 입시 코디가 붙듯이 *재교육도 하고 *직업 알선도 하지요. 그러니 이들은 **구조 조정이나 **기술 혁신에 별로 *저항하지 않아요.

*미국과 우리나라는 **90퍼센트가 **노조 가입이 안돼 있습니다. *OECD 최저 수준이죠.

그렇지만 *두 나라 다 **조직된 **10퍼센트는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직장을 잃으면 세상이 끝나니까요. - P97

**같은 산업이라 해도 *어떤 식으로 **재조직되느냐에 따라 **생산방식이 바뀌는 분야가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지나고 나면 패턴이 보일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이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깨달은 게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에센셜임플로이 essential-employees, 영국에서는 **키워커key-worker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야말로 모두가 **생존하는데 **기본이 되는 **필수 노동을 한다는 점요.

**의료진, 음식 파는가게 직원, 배달 노동자, 양로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지금까지 **저임금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P98

*봉쇄 상황에서 이런 말들이 나와요. ‘이제 보니 *투자 은행가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이들 없으면 못 살겠구나!‘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해요.
코로나19 위기가 끝나고 이들 분야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는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 P98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혁신은 나올 수 없습니다. - P98

옛날에 *미국과 영국에서 **아동노동을 없애자고 할 때, 미국에서 **노예제 폐지하자고 할 때 **경제 망한다고 격렬한 반발이 일었던걸 떠올려보세요.

**그때 안 망했어요. *시장이 갖는 *나름의 논리가 있지만 *그 논리는 *결국 **정치 논리이기 때문에 우리가바꿀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바꿔야 해요.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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