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재론적 살인과 정치적 살인

<데칼로그-십계, 키에슬로프스키>


흔히 불법적인 살인(=죄)을 응징하기 위한 합법적인 살인(=벌)은 과연 정당한가를 묻는 영화로 이해된다.

즉 사회가 야첵을 **’소외-시킴’(=존재론적 살인)으로써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상실한 야첵이 그러한 무의미한 살인을 저지르도록 방조했다는 것 - P262

**’소외-시킴’ 때문에 악이 나온다면, **’사랑-함’을 통해서 그 소외된 이들을 끌어 안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제5계명은 *소외시키지 말지니라는 뜻이며 더 나아가 **서로 사랑할지니라는 뜻으로 확대된다. - P263

전당포 노파에 대한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은 야첵이나 뫼르소의 경우처럼 아무 생각 없이 저질러진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생각 끝에 나온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벌레같은 존재를 해치우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의 살인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계획적이다. - P263

그것은 논리(변증법)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비로서 사람들로부터의 자신의 소외를 발견하고, 소냐의 사랑을 발견하며, 복음서를 손에 든다.

작가는 그러한 과정은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다는 말로 표현한다.

즉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에서의 문제틀은 *존재론적 살인에서의 *’소외-사랑’이 아니라, *정치적 살인에서의 *‘변증법-삶’이다. - P264

/ 러시아 미술사


*이동파란 민중들에게 예술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전시회를 열고자 했던 유파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파 화가들은 러시아 미술의 *인텔리겐치아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 P266

일리야 레핀의 <볼가 강의 배를 끄는 인부들>은 배를 끄는 인물들의 절망과 다양한 표정을 포착한 이 그림은 러시아 미술사의 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된다. - P266

바실리 페로프의 <트로이카>

추운 겨울날 물동이를 나르는 세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들의 팍팍한 삶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표정은 의외로 어둡지만은 않다.

저자는 이 그림에 대해서 지금 그들은 *행복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절망에 빠진 것은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절망 속에서도 *어린 소년 같은 *순수한 마음과 러시아적인 *어떤 것에서 끊임없이 *희망을 *부여했듯이 말이다"라고 적었다. - P266

/ 추의 역사


에코가 깨닫게 된 것은 추가 미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서두를 흉내 내자면,

모든 *아름다움은 서로가 엇비슷하지만, *추함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이 제각각의 다양성이 양적인 차원을 넘어서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라는 두 가지 역사의 질적인 차이를 낳는다. - P269

미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서 다르게 규정되고 표상되었다.

에코는 그러한 변화의 양상과 차이의 파노라마를 보여주었다. - P269

따라서 **『추의 역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갖가지 *추의 이미지는 *미의 이미지보다 *훨씬 *다채롭고 *풍부하다. 그러니 **추는 **미와 **비대칭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 P270

**윤리학에서 *악의 개념을, **법학에서 **불법의 개념을, **종교학에서** 원죄의 개념을 다룰 수 있듯이 **미학에서 **추를 **부정적 미로서 다루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한 로젠크란츠는 1853년에 출간한 주저 『추의 미학>에서 **추를 **미의 **지옥‘이라 규정했다. - P270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가 사례로서 실제로 분석하고 있는 **형식의 결여와 *불균형, *부조화, *외관 손상, *변형, 불쾌함의 다양한 형상들은 *너무도 *방대해서 *단순히 *미의 반대라고만 말할 수는 어렵다는 것이 에코의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추에 대한 **규범적 정의와 **기술은 **불가능하다. - P270

다만 가능한 것은 *고대 세계의 *추에서부터 *중세와 *바로크, *근대 세계와 *아방가르드를 거쳐서 *오늘날에이르기까지 그러한 불가능성을 낳는 다양한 추의 사례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가 읽게 되는 것은 추의 역사가 아니라 *차라리 *‘추의 *분류학에 가깝다(번역의 대본이 된 영어본은 『추에 대하여 on ugliness 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에코 스스로가 이미 서문에서 미적 관념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 같은 일을 추에 관해서는 할 수 없었다고 시인한 만큼 명태 두름 꿰듯이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추의 역사를 책에서 읽어볼 수는 없다.

아쉽지만 이것은 저자 에코의 한계가 아니라 추의 특수성이다. 그럼에도 추에 대한 두 가지 태도 정도는 추에 대한 원형적인 관념으로서 유효하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는 *고대 그리스의 관념인데, 그들은 **미를 일종의 **‘완벽함으로 정의하기에 *미와 *추는 **상대적이었다. 예컨대, 제법 단련된 복근이라도 보다 더 완벽한 복근과 비교되면 추로 간주되는 식이다.

반면에 **우주 전체를 **신의 작품으로 간주한 **그리스도교에서는 **추란 **존재할 수 없다.

이 신학적 형이상학에서 **추는 다만 예전에 좋았던 것이 **손상되었음을 의미할 따름이다. 소위 범미주의적 관점이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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