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클레의 그림이 있다.
앙겔루스 노부스라고 하는, 천사 하나가 그려져 있다. 마치 그의 시선이 응시하는 곳으로부터 떨어지려고 하는듯한 모습으로, 그의 눈은 찢어졌고, 입은 벌어져 있으며, 그의 날개는 활짝 펼쳐져 있다.
역사의 천사는 아마 이런 모습이리라.
그의 몸은 과거를 향하고 있다.
거기에서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 눈앞에 제 모습을 드러내고, 그 속에서 그는 단 하나의 파국만을 본다.
끊임없이 폐허 위에 폐허를 쌓아가며
그 폐허들을 천사의 발 앞에 내던지며 펼쳐지는 파국을.
아마 그는 그 자리에 머물러 죽은 자를 깨우고,
패배한 자들을 한데 모으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한줄기 난폭한 바람이 천국으로부터 불어와 그의 날개에 와 부딪치고, 이 바람이 너무나 강하여 천사는 날개를 접을 수가 없다. 이 난폭한 바람이 천사를 끊임없이 그가 등 을 돌린 미래로 날려 보내고, 그 동안 그의 눈앞에서 폐허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간다.
우리가 ‘진보‘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 폭풍이리라.
- 벤야민,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역사철학테제,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