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용의 공간


*딱히 쓸모없어 이름짓기조차 여려운 그런 공간은 *건축의 생명력을 길게 하며,
*정해진 규율로 제시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다 양하게 만든다.

*그러한 공간이 많을수록 *더욱 다양한 삶이 그 안에 담기게 되고,

*그 다양함이 어떤 시스템에 의해 엮어지면 그 공간은 *시퀀스(연속적인 사건들)를 가지고 삶의 드라마를 만든다. - P83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앞의 *비움의 공간은 *영혼의 공간이며
우리 자신을 영원히 질문하게 하는 본질적 공간이다. - P86

**우리의 도시와 가로는 얼마나 *껍데기일 뿐인 그러한 벽체들로 뒤덮여 있는가.

*일그러지고 비틀어진 형태, 시뻘겋고 시퍼런 색깔, 현란한 불빛, 각종 악치와 소음, 온갖 저열한 상업적 속성과 우스꽝스러운 졸부들의 가면으로 나타난 이 거리의 파편적 풍경을 향해 우리가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나는 침묵이 참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음을 그들에게 전해야 함을 믿는다.

침묵의 벽. 비록 소박하고 하찮은 재료로 보잘것없이 서 있지만, 그 벽은 적어도 본질의 문제를 안으며 중심을 상실하지 않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건축가들이 쌓은 벽이며 결단코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 P87

건축가는 지적감수성으로 보편적 세계를 보는 자입니다.

승효상, 그는 진보주의자입니다.

그러나 그의 진보가 지향하는 바는, 세기초 환상적 유토피아를 그리려했던 혁명가들의 이상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그것이 이전에 이룩된 *모든 가치를 *전도시키면서 *환상과 꿈의 세계를 *백지 위에 펼치고자 했다면,

그는 *당대의 시대적 요청에 따라 *전시대에 누적되어온 모든 궤적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위에 새로운 *현대성을 보태는 태도를 취합니다. - P100

그의 빈자의 미학은 물리적으로 빈한한 자의 어쩌지 못하는 퇴행적 미학이라기보다
**스스로 빈자이고자 하는 자의 *실천적 미학입니다. - P101

이 정신은 *지난 세기와는 또 다른 양태들, *인간성이 피폐되어가는 *세기말적 징후들과 결연히 *맞서려는 강한 의지로서, 

**자연에 대한 경외, 도에 대한 갈급함, 높은 안목, 그래서 청빈한 삶을 생활화한 조선의 선비들, *기성의 세계에서부터 *스스로를 구태여 *추방시켜 *구원의 길을 찾아나서는 자코메티 등 현대의 몇몇 예술가들에서 흔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 P101

이런 뜻으로 그는 근본주의자이며 영원한 본원의 세계를 추구하는 구도자입니다.

그의 건축이 일견 *침묵하는 몸짓을 보이면서 온갖 거추장스럽기도한 부질없는 기름기와 때를 씻고 **본질만으로 구성된 *뼈만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종종 미니멀리스트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함과 순수함이 오히려 더 큰 *다양함과 풍부함을 주리라 기대하는 그들과는 *근본적 목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순수와 단순함의 미학이라기보다 **본원을 발견하려는 실천적 윤리학입니다.

그러므로 그가 세우는 흰 벽, 그가 만드는 길과 마당, 그가 빚어내는 공간들은 오브제적 아름다움, 다시 말해 고전적 비례감의 아름다움을 넘어섭니다. 

어떨 때 일반에게 익숙한 미적 통념에서 벗어나 필요 이상 과장되거나 충격적으로 축소되기도 하는 그의 조형은 우리의 *일상을 *진리의 세계로 연계시키고자 하는 그의 처절한 *순례의 결과입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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